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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도 無소용…식품 위생 논란에 '이것'까지 설치한 중국

중앙일보

입력 2021.09.08 18:00

지난 7월 6일, 중국 저장(浙江)성 정부는 ‘저장 배달 온라인(浙江外賣在線)’이라는 앱(APP)을 선보였다. 이 앱은 조리부터 배송까지 전체 케이터링 서비스를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다. 소비자는 이 앱을 통해 본인이 주문한 식품의 조리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이 시스템에 등록된 저장성 음식점은 이미 6089곳, 등록 배달기사 수는 33만 9000명이다.

자칫 사생활 보호가 우려된다는 불만이 나올 수 있는 상황에서 성(省) 정부가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한 이유는 무엇일까?

저장성 정부가 출시한 ‘저장 배달 온라인’ 앱에서는 주문한 식당의 주방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소후닷컴]

저장성 정부가 출시한 ‘저장 배달 온라인’ 앱에서는 주문한 식당의 주방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소후닷컴]

지속되는 식품 위생 문제

저장성 정부가 이러한 서비스를 선보인 이면에는 중국의 고질적인 식품 위생 문제가 있다. 중국 시장감독총국은 지난 8월 23일 중국 유명 식품 브랜드의 식품 안전 위반 사례를 발표했다. 중국의 유명 훠궈 브랜드 샤오룽칸(小龍坎), 밀크티 브랜드 미쉐빙청(蜜雪冰城)과 나이쉐더차(奈雪的茶), 마라탕 브랜드 양궈푸(楊國福), 패스트푸드 업체 화라이스(華萊士), 슈퍼마켓 프랜차이즈 다룬파(大潤發·RT-MART) 등 총 6곳이 식품 안전 위반으로 적발됐다.

여기에 한 중국 현지 매체의 고발도 식품 위생 논란에 불을 지폈다.

지난 6월 말, 중국 매체 신징바오(新京報) 기자는 베이징에 위치한 팡거리아(PANGELIA·胖哥倆肉蟹煲) 직영점 두 곳에 잠입했다. 약 두 달간의 조사와 증거 수집을 거쳐 신선도가 떨어지는 게와 썩은 감자 사용 등 팡거리아 조리실의 위생 실태를 낱낱이 밝혀냈다.

중국 매체 신징바오(新京報) 기자는 베이징에 위치한 팡거리아(PANGELIA·?哥倆肉蟹?) 직영점 두 곳에 잠입해 열악한 식품 위생 상황을 낱낱이 밝혀냈다. [사진 신징바오]

중국 매체 신징바오(新京報) 기자는 베이징에 위치한 팡거리아(PANGELIA·?哥倆肉蟹?) 직영점 두 곳에 잠입해 열악한 식품 위생 상황을 낱낱이 밝혀냈다. [사진 신징바오]

폭로 여파는 상당했다. 팡거리아의 식품 위생 문제가 웨이보 등 SNS에서 인기 검색어로 떠오르며 오프라인 매장에 고객 발걸음도 뚝 끊겼다. 지난 8월 24일 기준 광저우의 한 쇼핑몰에 자리한 팡거리아는 손님을 단 한 명도 받지 못했다.

팡거리아는 늘 신선한 재료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날 들어온 식자재를 당일 판매하는 것’이 바로 팡거리아의 셀링 포인트였다. 신선함을 앞세운 팡거리아는 중국 130여 개 도시에 총 460개 매장을 설립해 나갔다. 코로나19 여파로 요식업이 큰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도 팡거리아는 중국 전역에 100개 이상의 매장을 추가 확대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바로 이 ‘신선함’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이 드러나자 한순간에 민심을 잃은 것이다. 한 해산물 식품 업체 관계자는 “팡거리아의 사건은 예견된 일”이라며, 매장 운영상 ‘품질 관리’와 ‘비용 절약’ 사이에서 많은 식품 업체가 비용을 우선순위로 두기 때문에 이 같은 위생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팡거리아가 식품 위생 상황을 점검 받고 있다. [사진 소후닷컴]

팡거리아가 식품 위생 상황을 점검 받고 있다. [사진 소후닷컴]

업계는 이번 팡거리아의 식자재 관리 문제가 수년간 발생했던 왕훙(網紅) 프랜차이즈 음식점의 식품 위생 문제와 일맥상통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중국 외식 산업의 급속한 발전과 각 업체의 미숙한 관리 사이의 비대칭이 빈번한 식품위생 문제 발생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급속한 매장 확대, 따라가지 못하는 매장 관리 속도

중국의 대중 음식은 2012년부터 인터넷 발전에 힘입어 ‘프랜차이즈화’에 성공했다. 둥베이(東北) 출신 허창(赫暢)이 오픈한 황타이지(黃太吉)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중국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 젠빙(煎餅)을 파는 황타이지는 ‘경험’에 중점을 두고 ‘아름다운 여사장이 럭셔리카를 타고 배달해준다’는 컨셉 등으로 소비자의 눈길을 끌었다.

SNS에 힘입어 빠르게 확장한 황타이지. [사진 소후닷컴]

SNS에 힘입어 빠르게 확장한 황타이지. [사진 소후닷컴]

항저우 와이포자(外婆家)와 뤼차(綠茶) 등도 SNS를 통한 입소문 덕분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점점 더 많은 식음료 업체가 ‘음식의 맛은 중요치 않아도 온라인 마케팅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여기며 IP효과와 SNS 마케팅을 남용하기 시작했다.

〈중국 식음료 빅데이터 2021〉에 따르면 중국 식음료 프랜차이즈 시장은 ‘1만 개 매장 시대’로 빠르게 발전 중이다. 2018년 중국 식음료 시장의 프랜차이즈 비율은 12.8%로 2020년에는 이 비율이 15%로 늘었다.

특히 식음료 프랜차이즈 업체 중, 1만 개 이상 매장을 보유한 곳이 전체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18년 0.7%에서 2020년 1.4%로, 단 3년 만에 2배 증가했다.

문어발식 확장에 주방 관리 감당 못해…

문제는 이러한 급속한 매장 확대에 있다. 왕훙 음식점 창업자 중 상당수는 마케팅 능력은 뛰어나지만, 외식업체 경험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홍보 활동에 급급한 나머지 생산·유통·식품 안전 등 전문 지식은 등한시하다 보니 공급망 혹은 매장 관리 문제가 속속 드러났다.

빠른 매장 확대 속도를 모든 식음료 업체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음식점 폐업률이 높다는 점도 이를 방증하는 셈이다. 베이징·상하이·광저우(廣州)·선전(深川) 등 대표적인 1선 도시에서는 매일 100개 이상의 음식점이 문을 여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매월 전체 음식점 중 10%가 문을 닫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생 사각지대, 중국 식당 ‘조리실’

중국 지식공유 플랫폼 즈후(知乎)의 ‘조리실 비밀’이라는 카테고리에 2017~2018년 2년간 68건의 음식점 조리실 실체를 밝히는 글이 업로드됐다. 오랫동안 식품 안전 관련 기사를 보도한 중국 현지 기자는 “3개월간 잠복하면 중국 식품 업체의 90% 이상에서 크고 작은 문제를 발견할 수 있으며, 반년이 지나면 95%에 사소한 문제를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물론 이 수치는 과장된 표현이지만 그만큼 중국 식당의 식품 안전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 하다.

식품 위생 조사를 받고 있는 팡거리아. [사진 소후닷컴]

식품 위생 조사를 받고 있는 팡거리아. [사진 소후닷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문제가 ‘유통기한’이다. 대다수의 식음료 업체가 유통기한에 대해 엄격한 요구 사항을 가지고 있으나 나이쉐더차 등 유명 브랜드에서조차 유통기한 라벨을 바꿔치기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잦은 식품 위생 문제… 원인은 ‘사람’?

식음료 업계 관계자는 ‘인력 부족’을 식품 안전 문제의 발화점으로 꼽았다. 조리실 관리를 믿고 맡길 수 있을 정도로 신뢰하는 사람을 장기간 고용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요리하는 요리사. [사진 신징바오]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요리하는 요리사. [사진 신징바오]

훠궈(火鍋) 프랜차이즈점에서 5년째 요리사로 근무하는 쉬(徐)씨는 중국 매체 신주간(新周刊)과의 인터뷰에서 “인력 이동이 잦은 직종이다 보니 일을 가리켜 숙련될 즈음 바로 사람이 바뀐다”며 “믿을 수 있는 사람을 고용해 감독 없이 주도적으로 식자재 관리 업무를 이행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인력 관리의 고충을 토로했다.

〈중국 식음료 업계 발전 보고〉에 따르면 식음료 업계 이직률은 15% 이상, 패스트푸드 업계 이직률은 무려 40%를 넘는다.

‘전문 경영인의 부족’도 매장 내 식품 안전 문제를 유발하는 데 한몫한다.

중국 온라인 매체 제몐(界麵)신문은 20년간 식음료 프랜차이즈 브랜드에 종사한 톈리(田立)의 말을 인용, 중국에서 식음료 프랜차이즈 관리에 정통한 전문가는 많지 않다고 보도했다.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이 극소수이기 때문에 대형 프랜차이즈점에서만 많은 돈을 주고 전문 매니저를 고용한다.

이처럼 주방 인력의 높은 이직률, 전문 경영인의 부족, 관련 규범 미비 등은 중국 식품 안전 문제와 직결된다. 식품 안전 문제에 대응하는 각 업체의 태도 역시 논란이다. 식품 안전 문제가 적발된 업체는 문제가 발생 한 후 ‘사과문 발표 – 시정 – 식품 안전 문제 재발생’과 같은 절차를 밟을 뿐,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사진 소후닷컴]

[사진 소후닷컴]

악순환이 거듭되자 최근에는 중국 정부와 각 기업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위에서 설명한 저장성 정부의 ‘저장 배달 온라인’ 시스템이다. 이는 소비자가 주방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체 프랜차이즈 업체 관리를 한 번에 할 수 있다.

물론 “가게에 카메라가 있다 해도 유통기한 문제까지 살펴볼 수 없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으나, 식당 모니터링을 통해 감독 상황을 확인할 수 있으며 철저한 감독은 체계적인 식자재 관리로 이어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반응이 대다수로 나타났다.

‘저장 배달 온라인’ [사진 하오칸(好看)]

‘저장 배달 온라인’ [사진 하오칸(好看)]

메뉴의 간소화 추세도 이어지고 있다. 요식업체 관계자는 판매 종류가 많을수록 공정도 늘어나고 주방 관리도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각 음식점은 메뉴 줄이기에 나섰다. 두꺼운 책에 비견되던 기존 메뉴판은 종이 한 장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주방도 개방형으로 개조해 손님들이 한눈에 조리 과정을 확인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특히 ‘중앙 주방’이라는 시스템이 유행하고 있다. 이는 음식점과 독립된 ‘식품 공장’으로, 이곳 요리사들은 레시피 연구에만 몰두하며 기계를 이용해 식료품을 만든다. 만들어진 반조리 식품 또는 완전 조리 식품은 프랜차이즈점으로 공급돼 각 음식점에서는 간단한 조리만 해서 손님에게 내놓는다.

개방형 주방에서 반조리 식품을 가열하고 있는 요리사의 모습. [사진 소후닷컴]

개방형 주방에서 반조리 식품을 가열하고 있는 요리사의 모습. [사진 소후닷컴]

이 밖에도 SOC(Station Observation Checklist) 검사시스템을 도입해 식품 위생 관리 표준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시스템은 ▲개인위생 ▲청결·소독 ▲온도 ▲오염 등 주방 운영을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 적용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으나 중국 정부의 감독 강화와 함께 외식 업계의 위생 관리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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