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청해부대 집단감염, 총체적 부실이지만 징계는 없다”는 국방부

중앙일보

입력 2021.09.08 17:57

업데이트 2021.09.08 18:00

7월 20일 서욱 국방부 장관(가운데)이 청해부대 34진의 대규모 코로나19 감염 사태에 대해 사과하면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서 장관 왼쪽은 원인철 합동참모의장, 오른쪽은 박재민 국방부 차관. 국방부

7월 20일 서욱 국방부 장관(가운데)이 청해부대 34진의 대규모 코로나19 감염 사태에 대해 사과하면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서 장관 왼쪽은 원인철 합동참모의장, 오른쪽은 박재민 국방부 차관. 국방부

국방부는 8일 청해부대 34진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언론은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군 당국은 유감을 표명하면서 ‘가짜뉴스’로 몰아세웠다〈7월 16일 1면〉 하지만 감사 결과를 열어보니 의혹은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그런데 국방부의 감사결과는 한마디로 총체적 부실이었다. 발생 초기부터 확진자가 272명으로 늘어나 ‘아덴만의 회군’을 벌이기까지 태만과 부주의가 판을 쳤다.

그런데도 국방부 장관이나 합참의장 등 지휘부에 대한 책임 부분은 감사결과에 단 한 줄도 없었다. ‘미흡해서 아쉽다’면서 지휘부에 대한 면죄부만 남발했다.

책임은 아래 실무자에게 떠념겼다. 다만 하급자에게만 징계를 내리는 게 계면쩍었는지 경고에 그쳤다.

지난 4월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이 대형 태극기를 휘날리며 바레인을 향해 항해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지난 4월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이 대형 태극기를 휘날리며 바레인을 향해 항해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7월 2일 첫 증상자가 발생하자 청해부대는 10일 합동참모본부 군사지원본부장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다. 하지만 합참의장과 국방부 장관에게는 알리지 않고 종결 처리했다. 단순 ‘감기’라 봤기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최초보고가 ‘감기’ 환자 발생으로 이뤄져 아쉬운 측면이 있다”며 “합참의장과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하는 것이 더 바람직했다”고만 평가했다.

청해부대를 파병한 이후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면서도 사실상 방치했다.

오만 주재 무관이 현지(오만) 당국과 통화만 했을 뿐 백신 접종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국내에서 현지로 백신을 수송하는 방안은 절차가 까다롭다며 쉽게 접었다. 군 당국은 감사 결과에서 “백신 접종을 위한 적극적 대안 검토가 다소 미흡했다”고 인정했다.

7월 20일 해외파병 임무 수행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청해부대 장병을 태운 버스가 서울공항을 빠져나오고 있다. 뉴스1

7월 20일 해외파병 임무 수행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청해부대 장병을 태운 버스가 서울공항을 빠져나오고 있다. 뉴스1

국방부는 “정확도가 높은 ‘신속항원진단키트’를 가져가지 않아 감염 사실을 보다 빠르게 진단하지 못했다”며 “출항 이후 ‘신속항원진단키트’를 보내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함정을 현지 부두에 정박할 때 인도하는 도선사 중 일부는 방호복을 착용하지 않았던 점, 도선사가 백신을 접종했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던 점은 국방부 감사에서 새로 드러났다.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은 초기에 보고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계에서 벗어났다. 일각에선 보고조차 받지 못할 정도로 조직을 장악하지 못한 부분이 더 부끄럽다고 지적한다. 합참 군사지원본부장과 해군 내 고위직도 책임을 피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 서욱 국방부 장관(가운데)이 오만 무스카트항에 기항 중인 청해부대를 방문해 부대 관계자와 면담하고 있다. 국방부

지난 1일(현지시간) 서욱 국방부 장관(가운데)이 오만 무스카트항에 기항 중인 청해부대를 방문해 부대 관계자와 면담하고 있다. 국방부

국방부는 실무 책임자인 국방부 국제평화협력과ㆍ보건정책과, 합참 해외파병과, 해군본부 의무실, 청해부대 34진, 해작사 의무실 등 실무부서에 화살을 돌렸다. 그마저도 해당 부서에 대한 경고에 그쳤다.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징계는 내리지 않았다.

국방부 감사결과를 요약하지만 ‘총체적 부실이지만, 그 누구에게도 징계하진 않겠다’이다.

신상필벌은 군기의 가장 기본이다. 국방부는 틈만 나면 군기는 엄정하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번 감사결과에선 엄정한 군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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