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으로 긴급체포 하냐" 가세연측 이 주장은 틀렸다

중앙일보

입력 2021.09.08 17:25

업데이트 2021.09.08 17:38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가로세로연구소의 텅 빈 모습. 뉴스1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가로세로연구소의 텅 빈 모습. 뉴스1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출연진의 체포영장 집행을 두고 논란이 격화하고 있다. 지난 7일 경찰이 영장을 집행하면서 자택 문을 강제로 부수고 출연진을 연행하자 지지자들은 “명예훼손으로 긴급체포가 말이 되느냐”며 날 선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수사당국은 ‘긴급체포’가 아니므로 영장 집행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과 법조계 모두 “영장 집행 정당”

가로세로연구소 김세의씨가 공개한 경찰의 체포 과정. [유튜브 캡처]

가로세로연구소 김세의씨가 공개한 경찰의 체포 과정. [유튜브 캡처]

8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날 가세연 출연진인 강용석 변호사·김세의 전 MBC 기자·유튜버 김용호씨를 상대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등 혐의로 10여건 이상 피소된 이들은 수차례 경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다가 전날 체포됐다. 이들은 현재 강남서 유치장에 입감된 상태다.

경찰은 절차에 따른 정당한 법 집행이었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에게 10여 차례 출석을 요구했음에도 이에 불응해 판사가 발부한 체포영장에 의해 집행을 완료했다”며 “향후 피의자 조사 등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범죄 중대성과는 무관, “명예훼손도 체포 가능” 

가로세로연구소 김세의씨가 공개한 경찰의 체포 과정. [유튜브 캡처]

가로세로연구소 김세의씨가 공개한 경찰의 체포 과정. [유튜브 캡처]

법조계에서도 형사소송법에 따라 체포영장의 집행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형소법 제200조의2(영장에 의한 체포)에 따르면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을 때 수사기관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체포할 수 있다.

일각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명예훼손으로 긴급체포’ 주장은 일부 사실이 아니거나 절차상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체포영장은 명예훼손이든 살인이든 범죄의 중대성과는 무관하게 범죄의 혐의 여부를 판단한다”며 “여러 건의 고발이 접수돼 입건된 상태에서 경찰 조사가 불가피함에도 수차례 출석에 불응했다면 체포영장의 발부와 집행은 당연한 결과다”고 말했다.

또다시 등장한 “집은 성채·주거의 평온”

자택의 현관문을 강제로 개방해 체포한 것을 두고 지지자들은 과거의 위법 사례를 거론하기도 한다. 이른바 ‘집은 성채’ 논란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6월 서울역에서 모르는 여성을 상대로 ‘묻지마 폭행’을 저지른 30대 남성의 구속영장은 “한 사람의 집은 그의 성채다”라는 이유로 기각됐다. 당시 이례적으로 기각 사유를 상세하게 공개한 법원은 “(경찰이) 집에서 자고 있던 피의자를 긴급체포한 건 위법”이라며 “비록 범죄혐의자라 할지라도 헌법과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주거의 평온을 보호받음에 있어 예외를 둘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행법은 ‘영장에 의한 체포’와 ‘긴급체포’를 엄밀히 구분한다. 긴급체포는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것으로 의심될 때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는 제도다. 가세연 출연진의 체포는 경찰이 체포영장을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아 집행한 것으로 ‘긴급체포’에 해당하지 않는다.

긴급체포 아냐, “체포영장 발부 조건 충족”  

이 교수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등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입건된 가세연 출연진들이 공공의 이익을 내세워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할 수는 있지만, 이는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다툴 부분”이라며 “체포영장의 발부 요건인 ‘범죄혐의의 상당성’과 ‘출석 불응’을 충족한 이상 경찰의 무리한 체포영장 집행이었다는 비판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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