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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의원직 버리고 정권재창출”…광주서 마지막 승부수

중앙일보

입력 2021.09.08 17:10

업데이트 2021.09.08 18:43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 이낙연 전 대표가 8일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호남에서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이날 오후 광주광역시의회를 방문한 이 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의 가치,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국회의원직을 버리고 정권재창출에 나서기로 결심했다”며 “저의 모든 것을 던져 정권재창출을 이룸으로써 민주당과 대한민국에 제가 진 빚을 갚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 이낙연 전 대표가 8일 광주·전남 발전전략을 발표하기 위해 찾은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 이낙연 전 대표가 8일 광주·전남 발전전략을 발표하기 위해 찾은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전 대표는 의원직 사퇴 배경에 대해 “며칠 동안 깊은 고민이 있었다”며 “저를 뽑아주신 종로구민들께 한없이 죄송하지만 정권재창출이란 더 큰 가치를 위해 제 모든 것을 던지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앞서 충청권에서 열린 첫 지역순회 경선(4~5일)에서 1위 이재명 경기지사에 ‘더블 스코어’로 패배한 다음날(6일) 대부분 일정을 취소하고 의원회관 사무실에 머물렀다. 이낙연 캠프 소속 한 의원은 “이날 이 전 대표가 ‘앞으로 어떤 방법이 있겠냐’고 물어봤고 그 과정에서 의원직 사퇴 얘기도 나왔다”며 “결국 호남에서 배수진을 치고 승부수를 띄우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지금 서울(의원 사무실)에 연락해 사퇴서를 제출하겠다”며 “제 정치적인 결정이니 국회에서 동의해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지역구 국회의원직 사퇴를 위해선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의 찬성이 필요하다.

이 전 대표는 전날 오후 대구에서 7차 TV토론회에 참석한 뒤 이날 아침 광주로 이동했다. ‘호남을 찾아 의원직 사퇴를 밝힌 이유가 있냐’는 물음에 그는 “호남 일정에 맞춰서 말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낙연 캠프의 한 관계자는 “아직 강원, 대구, 경북 등 지역 순회경선이 남아있지만, 굳이 광주를 찾아 발표한 것은, 그만큼 호남 민심이 절박하단 뜻이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연설 중 광주와의 인연을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저를 먹여주신 광주 양동의 하숙집 할머니, 저를 자식처럼 돌봐주신 선생님들, 저와 함께 자라고 저를 지금도 도와주는 친구들 모두 고맙다”고 말하면서 목이 메어 잠시 발언을 멈췄다. 그는 이어 “오늘 간절한 호소를 드리고자 광주에 왔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 이낙연 전 대표가 8일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광주·전남 발전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 이낙연 전 대표가 8일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광주·전남 발전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연합뉴스

그는 의원직 사퇴를 말하기 직전엔 “민주당 경선이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려 했던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을 잘 구현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냐”고 물었다. 이어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도덕적이지 않아도 좋다는 발상, 민주당과 보수 야당이 도덕성에서 공격과 방어가 역전된 기막힌 현실이 어떻게 가능하냐”며 “5·18 영령 앞에 부끄럽지 않은 후보를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선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지사가 가족 욕설 논란 등에 휩싸여 있는 걸 상기시키는 발언이었다.

이 전 대표는 이 지사의 대표 정책인 ‘기본소득’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그는 “세금을 새로 만들어 거둔 돈을 부자건 가난하건 똑같이 나눠 주자는 발상은 보편적 복지국가로 가는 길을 방해한다”며 “신복지 정책을 포함해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양극화 해소에 정치인생을 걸겠다”고 말했다.

이날 의원직 사퇴 선언은 발표 직전까지 캠프 내부에서 찬반이 엇갈렸다. 발표가 예정된 오후 3시 현장에선 단상 위로 올라왔던 캠프 소속 의원들이 “기자회견 내용을 조금 조율하겠다”며 취재진에게 양해를 구하고 다시 회견장 밖으로 나가는 일도 있었다.

현장에 있던 의원은 “대부분 의원이 광주에 와서야 최종 결단을 들었다. 이 전 대표가 국민들에게 말하기 전 재차 양해를 구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이후 박광온, 최인호, 오영훈, 이개호 의원 등 핵심 참모들이 들어와 무거운 표정으로 배석한 상태에서, 이 전 대표가 직접 연단에 서서 미리 작성한 기자회견문을 읽어나갔다.

최종 결정은 이낙연 전 대표 본인의 몫이었다. 이낙연 캠프 핵심 관계자는 “기자회견문 초안엔 의원직 사퇴 내용이 들어갔는데, 강력하게 반대하는 의원들이 있어 이 내용을 읽을지 말지는 이 전 대표에게 맡기기로 했다”며 “결국 본인의 결단으로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캠프 소속 한 의원은 “단순히 국회의원 사퇴가 아니라 정계 은퇴를 각오하겠다는 결기가 느껴져서, 더는 만류하지 않고 결단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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