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안 난다” 검찰에 공 떠넘긴 김웅…‘직권남용’도 논란

중앙일보

입력 2021.09.08 16:45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지난해 총선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 검사로부터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장을 넘겨받았다는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지난해 총선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 검사로부터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장을 넘겨받았다는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 사주’ 의혹 사건에서 ‘키맨’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8일 기자회견에서 “기억이 나지 않고 확인할 방법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4월 초 윤 전 총장 측근이자 사법연수원 동기인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부터 고발장을 받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는 핵심 당사자이다.

키맨인 그가 “손 검사에게서 고발장을 전달받았는지 기억이 안 남다”며 “제보자로부터 제출한 휴대전화를 철저히 조사해서 하루빨리 밝혀달라”며 검찰에 진실규명의 책임을 미룬 셈이다. 결국 제보자가 지난 6일 대검찰청에 공익신고를 하면서 함께 제출한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김웅 의원과 제보자 간 텔레그램 대화방에 남은 고발장 두 건과 관련 참고자료를 실제 손 검사가 보낸 것인지를 밝혀내느냐가 향후 감찰 및 수사의 핵심이다.

“고발장 안 썼다” “기억 안 난다” 의혹만 남긴 김웅 회견

김웅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개의 고발장 작성 및 전달 의혹에 대해 각각 “아니다”와 “기억이 안 난다”는 취지로 부인했다.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가 지난 2일 최초 보도한 문제의 고발장은 지난해 4월 3일 자와 4월 8일 자로 내용이 다른 2건이다.

김 의원은 우선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에 대한 4월 8일 자 고발장도 제가 작성한 것이 아님을 명백히 밝힌다”고 부인했다. 최 대표에 대한 고발장(4월 8일자)은 미래통합당이 지난해 8월 최 의원을 고발하면서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과 일부 오기까지 내용이 거의 일치한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확산됐다. 2건의 고발장 모두 실제 고발로 이어지지 않아 의혹의 실체가 없다는 김웅 의원의 주장을 뒤집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최강욱 의원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이 실제 인턴을 했다는 유튜브 방송을 보고 A4 용지에 연필로 고발장 초안을 적어 당 관계자에 전달한 기억은 있다”면서 “제보자가 텔레그램으로 내게서 전달받았다는 최 의원 고발장과는 내용과 형식이 전혀 다른 별개”라고 주장했다.

 ‘고발 사주’ 의혹 관련 김웅 국민의힘 의원의 오락가락 해명.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고발 사주’ 의혹 관련 김웅 국민의힘 의원의 오락가락 해명.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러면서 ‘채널A 검언유착’ 의혹에 관한 MBC 보도와 뉴스타파의 김건희씨의 주가조작 의혹 보도에 관한 명예훼손 혐의가 기재돼 있다고 보도된 고발장(4월 3일)은 “(손준성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으로부터) 고발장 등을 받았는지는 기억나지 않고 이를 확인할 방법도 없다”고 했다.

대신 김 의원은 진실규명의 공을 검찰에 넘겼다. 그는 “저에게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기에 진위 여부는 제보자의 휴대전화와 손모 검사의 PC 등을 기반으로 조사기관에서 철저히 조사해서 하루 빨리 밝혀달라”고 밝혔다.

제보자 휴대전화 포렌식하는 檢…강제수사 가능성도

대검찰청 감찰부를 통해 진상조사에 나선 검찰은 진상조사 차원을 넘어 수사에 착수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대검 감찰부는 이날 해당 의혹의 제보자 A씨는 공익신고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의혹을 언론에 제보자는 국민의힘 측 인사로 실명 판결문 등이 찍힌 스마트폰 텔레그램 이미지 등을 대검 감찰부에 제출했다고 한다.

그러나 대검 감찰부가 A씨의 휴대전화로는 진상조사가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감찰과 수사로 전환해 손준성 인권보호관을 상대로 압수수색영장 청구 등 강제수사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여권에선 윤석열 전 총장이 손준성 검사에게 ‘고발 요청’을 지시했거나 묵시적으로 승인했다면 직권남용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7일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후보 1차 경선 후보자 3대 정책공약 발표회'에서 공약발표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7일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후보 1차 경선 후보자 3대 정책공약 발표회'에서 공약발표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사적 지시, ‘직권’ 성립 어려워” vs. “수사정보로 고발 청부 남용 해당”   

윤 전 총장을 공격한 범여권 인사들을 처벌해달라는 고발장을 건넨 인물로 지목된 당시 손준성 수사정보정책관이 직권남용으로 처벌받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한 검사는 “일개 검사와 국회의원도 아닌 공직후보자 사이에 ‘직무 권한’이 성립하기는 어렵다”며 “설사 윤 전 총장의 지시를 받고 고발장을 작성해 넘겨줬더라도 최근 사법농단 판례의 흐름을 볼 때 ‘부적절한 사적 지시’일 뿐 검찰총장의 직무권한으로 보기도 힘들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총장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의 직무 권한은 보다 넓게 봐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고위 판사는 “수사정보 수집을 통해 주요 범죄 사건을 인지해 수사에 착수하는 데 역할을 하는 수사정보정책관이 정식 경로로 범죄 혐의를 직접 수사 부서에 이첩하는 것이 아니라 야당 정치인(김웅 의원)을 통해 고발장 내도록 청부한 건 명백한 직권남용 처벌 사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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