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을 야당에 전달했다는 ‘검찰 고발 사주’ 의혹을 놓고 국민의힘이 동요하고 있다. 8일 기자회견을 자청한 김웅 의원이 고발장을 전달 받았는 지 등 핵심 의혹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해명하면서 ‘맹탕 회견’이란 평가가 나오자 각 대선후보 캠프도 파장에 촉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가장 긴박하게 움직이는 쪽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윤 전 총장 측이다. 캠프 내부에선 자체 진상조사단을 꾸려 규명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후보가 직접 관련돼 있는 예민한 사안인 만큼 캠프 내부에서는 윤 전 총장 본인 입장 외의 개별 대응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다만 김 의원이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는 걸 두고 캠프 일각에선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캠프 인사는 “고발 사주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닌데, 김 의원의 연이은 애매한 해명이 캠프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당초 “윤 전 총장이 진실을 얘기하라”는 공세적 입장이었지만, 최근 캠프 내부에선 난감한 기류가 읽힌다. 이번 논란의 ‘키맨’으로 꼽히는 김 의원이 유 전 의원과 가까운 사이라서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유 전 의원의 권유로 새로운보수당에 입당해 정계에 발을 들였고, 이후 유승민계로 분류돼 캠프 대변인직(8일 사퇴)을 맡았다. 때문에 야권 일각에서 “윤 전 총장을 견제하기 위해 김 의원이 의혹을 터뜨린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왔다.
이날 유승민 캠프 측은 김 의원의 기자회견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대책을 논의했다. 전날에는 유 전 의원이 김 의원에게 연락해 “솔직하게 국민 앞에서 밝혀달라”고 당부했고, 다른 캠프 인사들도 김 의원에게 “숨김 없이 얘기해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캠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답답한 상황이다. 수사 기관에서 최대한 빨리 진실이 밝혀지길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반면 최근 지지율 상승세가 두드러지는 홍준표 의원은 “윤 전 총장의 묵시적 지시 없이 가능한 일이냐는 의구심이 강하게 든다”(6일)며 공세를 펴고 있다. 야권 내부에선 의혹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홍 의원을 이번 논란의 상대적인 수혜자로 거론하기도 한다. 홍 의원은 앞서 전당대회와 윤희숙 의원 대선 출마 과정에서 김웅 의원과 감정싸움을 벌인 일도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보자가 홍준표 캠프 측 인사 아니냐’는 루머가 돈 걸 두곤 홍 의원 측 관계자는 “거론할 가치도 없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대선 경선이 한창인 국민의힘 내부에선 고발 사주 의혹 이슈가 장기화하면 대선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의혹이 명쾌하게 해소되지 못하고, 애매하게 길어질 수록 당 이미지만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 중진의원은 “수사 기관의 손에 진상 규명을 넘기면 관련 수사 상황이 연일 언론을 장식할 것 아니냐”며 “민주당 입장에선 반대로 꽃놀이패를 손에 쥐게 되는 격”이라고 걱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