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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를 부처님처럼 경배하라”는 ‘불교계 빈 라덴’ 풀려난 까닭

중앙일보

입력

미얀마 군부가 ‘불교계의 빈 라덴’으로 불리는 승려 아신 위라투(53)를 석방했다고 BBC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위라투는 지난 2019년 ‘증오와 경멸’을 선동한 혐의로 기소되자 도주했다가 지난해 11월 총선을 앞두고 1년 6개월 만에 자수해 수감 중이었다. 군부는 6일 성명에서 “위라투에 대한 모든 혐의는 소명됐다”면서도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2018년 10월 미얀마 양곤의 한 집회에서 연설 중인 아신 위라투. AFP=연합뉴스

2018년 10월 미얀마 양곤의 한 집회에서 연설 중인 아신 위라투. AFP=연합뉴스

위라투는 현재 군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군부는 이날 밝혔다. 다만 정확한 건강 상태는 공개하지 않았다. 위라투 석방운동을 펼쳤던 한 승려는 이날 현지 언론 미얀마나우에 “위라투는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했지만, 양팔 연골이 손상돼 건강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위라투는 14살이던 1982년 학교를 그만두고 불교에 귀의했다. 그가 이름을 알린 건 2001년 반이슬람 민족주의 운동인 ‘969운동’을 주도하면서다. 무슬림 소유 기업은 보이콧하고, 결혼뿐 아니라 쇼핑 등 모든 경제활동을 불교도끼리 해야 한다는 극단주의 운동이다. 그는 여성 불교도가 다른 종교를 가진 남자와 결혼을 금지하는 법안도 주도했다.

“무슬림은 도둑, 테러리스트” 테러 선동

1년 6개월 간의 도주 생활을 끝내고 지난해 11월 미얀마 양곤의 경찰서에 자수한 위라투. EPA=연합뉴스

1년 6개월 간의 도주 생활을 끝내고 지난해 11월 미얀마 양곤의 경찰서에 자수한 위라투. EPA=연합뉴스

특히 반(反)이슬람주의자로도 악명 높다. 주로 미얀마 내 이슬람교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이 그 타깃이다. 그는 2003년 이슬람교도에 대한 테러 혐의로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았지만 2010년 정부 대사면으로 석방됐다. 당시 언론 인터뷰에선 미얀마에 거주하는 이슬람교도들을 향해 “도둑이고 테러리스트”라고 규정하면서 “우리는 자신을 보호하고 평화를 지켜야 한다”며 테러를 정당화했다. 미얀마는 국민의 88%가 불교도로, 무슬림은 4% 정도다.

이후에도 불교도와 이슬람교도 간 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위라투가 그 배후로 지목됐다. 2017년 미얀마 군부가 주도해 사망자 2만5000명과 난민 75만명이 발생한 로힝야족 대학살을 부추긴 주요 인물로도 꼽힌다. 타임지는 2013년 7월 ‘불교 테러의 얼굴’이란 제목과 함께 위라투를 표지 인물로 선정했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SNS)를 활용해 세를 확장했다. 한때 SNS에서 그의 설교를 듣는 팔로워는 수만 명에 달했다. 미얀마 불교 최고 의결기구는 2017년 1년간 그의 설교를 금지했고, 이듬해엔 페이스북이 그가 증오심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그의 페이지를 삭제했다. 그는 최근 SNS에서 군부의 처우에 불만을 제기하긴 했지만, 친군부 성향이다. 2019년 양곤 시청 앞 집회에서 “군대를 부처님처럼 경배하라”고 주장했었다.

7일 미얀마 양곤 거리를 시찰 중인 군 차량. EPA=연합뉴스

7일 미얀마 양곤 거리를 시찰 중인 군 차량. EPA=연합뉴스

한편 미얀마는 지난 6일 민주진영인 국민통합정부(NUG)가 ‘군 테러리스트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사실상 내전 상태에 돌입했다. 미얀마 군부가 지난 2월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을 감금하면서 쿠데타를 일으킨 지 7개월 만이다. 쿠데타로 인해 6개월간 민간인만 1000명 넘게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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