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석 지키면 성추행범은 누가 잡나”…경찰 반발 부른 조례안

중앙일보

입력 2021.09.08 13:53

인천경찰직장협의회가 8일 오전 인천시청 앞에서 대중교통 기본 조례안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심석용 기자

인천경찰직장협의회가 8일 오전 인천시청 앞에서 대중교통 기본 조례안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심석용 기자

인천시의회 본회의에 오른 ‘인천시 대중교통 기본 조례안’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조례안으로 지자체 고유 업무가 경찰에게 전가될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경찰이 반발하면서다.

인천시의회 등에 따르면 신은호 인천시의회 의장은 지난달 17일 ‘인천시 대중교통 기본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인천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심의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돼 이번 달 10일 통과 여부가 결정된다.

경찰이 문제 삼는 건 해당 조례안의 6조 3항이다. 해당 조항은 ‘지하철경찰대는 전동차 순찰시 임산부 외 승객에게 임산부 전용석을 비워둘 것을 권고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경찰은 해당 조례안이 지자체 조례 적용을 받지 않는 경찰에게 지자체 업무를 떠넘기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방자치법 22조는 지자체가 법령 범위 안에서 그 사무에 관해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현재 9명이 3교대로 일하는 지하철경찰대는 수사업무만 맡고 있어 국가경찰 사무로 분류된다. 국가경찰 조직이라 원칙적으로 지자체에 적용되는 조례의 규정 대상이 아니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임산부지정석 권고 업무가 경찰법상 자치경찰사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자치경찰사무는 경찰 임무 범위 내에서 정하는데 임산부전용석을 지정하고 운영하는 건 지자체 사무이므로 자치경찰 사무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태식 인천청 직장협의회장은 “지하철 내 임산부전용석을 설치하고 운영하는 건 인천도시철도의 몫”이라며 “서울시의 경우 해당 업무를 서울교통공사의 지하철 보안관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인천청 직장협의회는 해당 조례를 폐기하라는 항의 서한문을 인천시의회에 전달했다. 앞으로 1인시위도 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례안에 따라 경찰관이 임산부지정석 권고 업무를 수행하던 중 마찰 등 문제가 생길 경우, 경찰 사무가 아니라 경찰관이 보호받지 못할 수 있다”며 “이번 조례안이 통과되면 향후 행정지도란 형식을 빌려 자치 경찰 사무를 늘리고 지자체 업무를 넘길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신은호 인천시의회의장은 “평소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전동차 내 임산부 배려석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느꼈다”며 “다들 인구절벽이 문제라고 하는데 정책으로 실현된 게 없어서 지자체 최초로 임산부 전용석 규정을 둔 ‘인천광역시 대중교통 기본 조례’ 제정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 의장은 “자치경찰제를 하는 이유를 망각하고 해당 업무가 자신들의 일이 아니라고 하는 경찰의 행동은 합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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