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거북보다 느린 네발 동물…나무가지에 매달려 생활하죠

중앙일보

입력 2021.09.08 13:00

업데이트 2021.09.08 14:41

[더, 오래] 신남식의 야생동물 세상보기(38) 

야생동물의 세계는 지역에 따라 종의 분포가 특이한 경우가 있다. 호주 대륙에는 캥거루, 코알라 등 암컷에 아기주머니가 있는 유대목(有袋目)동물이 서식하고 있는 반면 중남미 지역에는 빈치목(貧齒目)동물이 있다. 빈치목 동물은 이빨이 없거나 앞니와 송곳니가 없는 동물의 그룹을 이른다. 개미핥기, 아르마딜로, 나무늘보가 이에 속하며 이들은 형태나 행동이 매우 독특하다. 특히 나무늘보는 삶의 방식이 여느 동물과 다른 면이 많은 동물이다.

나무늘보(Sloth)는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북부의 열대우림지역에 서식하며, 세발가락나무늘보 4종, 두발가락나무늘보 2종이 존재한다. 뒷다리의 발가락은 모두 3개지만 앞발의 발가락이 2개인 종과 3개인 종으로 나누어 불린다. 이들은 움직임이 거의 없고 네발을 나뭇가지에 매달고 생활하는 것이 특징이다.

나무늘보는 온몸이 회갈색의 긴 털로 덮여 있으며 털은 방향은 여느 동물과 달리 복부에서 등쪽으로 흐르고 있다. [사진 서울동물원]

나무늘보는 온몸이 회갈색의 긴 털로 덮여 있으며 털은 방향은 여느 동물과 달리 복부에서 등쪽으로 흐르고 있다. [사진 서울동물원]

둥글고 납작한 얼굴의 윤곽은 사람의 모습과 비슷하고 몸길이는 60~80㎝, 체중은 4~8㎏이며 두발가락 종이 세발가락 종보다 조금 크다. 세발가락 종은 5~6㎝ 길이의 뭉뚝한 꼬리를 가졌지만 두발가락 종은 꼬리가 없다. 목뼈는 대부분의 포유동물이 7개인 반면 세발가락 종은 8~9개, 두발가락 종은 5~6개다. 앞발이 뒷발보다 길며 각 발가락에는 갈고리 형태의 길고 강한 발톱이 있다. 발톱은 나무에 매달릴 때 견고하게 지탱하는 역할을 하고 싸울 땐 강력한 무기가 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기관이 된다.

나무늘보는 다리가 나뭇가지를 잡고 매달리는 상태로 평생을 지낸다. 길고 구부러진 발톱은 힘들이지 않고 나무에 매달리도록 특화되어 있다. 나무늘보는 근육이 다른 포유동물의 2분의 1 정도로 적기 때문에 지탱하는 발의 부담을 상당 부분 줄여준다. 또한 맹금류와 비슷한 잠금장치 시스템이 있어 체중을 온전히 감당하지 않고도 매달릴 수 있다는 가설이 힘을 싣는다. 맹금류가 발가락으로 먹이를 낚아채고 이동할 때는 발가락의 잠금장치가 작동해 계속 힘을 가하지 않아도 풀어지지 않는다.

온몸을 덮고 있는 덥수룩한 털도 이들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나뭇가지에 매달려 살기 때문에 털의 방향은 다른 동물과 달리 복부에서 등쪽으로 늘어진다. 털에는 홈이 파여 있어 습기가 많은 환경에서 이끼류가 잘 자랄 수 있다. 이끼는 본래의 회갈색 털을 나뭇잎과 비슷한 녹색으로 바꿔 포식자의 눈을 벗어나게 하는 보호색 역할을 한다. 또한 나무늘보는 털에 있는 이끼를 섭취함으로써 부족한 영양을 보충할 수 있다. 털 사이에는 몇 종의 나방이 본거지로 삼아 살고 있다. 이들은 나무늘보의 분변에 알을 낳고 애벌레는 분변을 먹고 자라 성충이 되면 털로 돌아간다. 나무늘보에 붙어있는 진드기 등 해충을 잡아먹고 배설물은 이끼의 성장을 돕는다. 일종의 공생관계로 작은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야행성으로 색을 구분하나 시력과 청력은 약해 먹이를 찾을 때는 후각과 촉각에 많이 의존한다. 초식동물로 나뭇잎·과일·싹 등을 주로 하지만 곤충이 포함되기도 한다. 치아는 표면에 에나멜질이 없으며 계속 자라고 양쪽 위아래로 4~5개씩 어금니 형태로 있어 음식물을 씹기에 편리하다. 큰 위장은 먹이를 발효시키는 데 도움을 주나 대사작용이 워낙 느려 소화하는 데 한 달이 걸린다. 배변은 1주일에 한 번꼴로 하고 이때는 반드시 땅으로 내려온다. 땅에서는 걷지 못하고 발톱을 이용해 느릿느릿 기어가는 수준이라 포식자인 재규어, 오셀롯, 대형 맹금류가 공격하면 감당하기 어렵다. 물은 거의 마시지 않고 먹이에서 얻는 수분이나 나뭇잎에 맺혀있는 물방울로 충당한다.

나무늘보의 얼굴은 둥글고 납작해 사람의 윤곽과 비슷하고 앞다리가 뒷다리보다 길다. 발가락에는 갈고리 형태의 길고 강한 발톱이 있어 나뭇가지에 매달릴 때 견고하게 버텨준다. [사진 에버랜드동물원]

나무늘보의 얼굴은 둥글고 납작해 사람의 윤곽과 비슷하고 앞다리가 뒷다리보다 길다. 발가락에는 갈고리 형태의 길고 강한 발톱이 있어 나뭇가지에 매달릴 때 견고하게 버텨준다. [사진 에버랜드동물원]

체온은 포유동물 중에서 매우 낮은 편이며 파충류와 같이 환경 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하기도 한다. 보통 25~35ºC의 범위로, 활동할 때는 올라가고 휴식하는 동안은 떨어지며 때로는 20ºC까지 내려가기도 한다. 주로 야간에 활동하고 하루의 90%는 움직이지 않으며 10~15시간 잠을 잔다. 이동속도는 분속 4~5m 정도이며 하루의 이동 거리는 40m를 넘지 않는다. 느린 행동은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수영은 잘해 긴 팔을 이용해 분당 15m의 속도로 헤엄칠 수 있으며 물속에서는 최장 40분간 숨을 참고 견딘다.

새끼를 양육할 때와 짝짓기 기간 외에는 단독생활을 한다. 수컷끼리 만나면 투쟁이 심하다. 싸울 때는 서로 나뭇가지에 매달린 채로 앞발을 휘저으며 발톱으로 공격하고 뒤엉켜 입으로 물어뜯어 심한 상처를 입힌다. 패배한 개체는 나무에서 스스로 떨어지는 행동을 하고 투쟁 시에는 순간적으로 여느 동물과 같이 빠른 움직임을 보이기도 한다.

짝짓기는 연중 가능하며 나뭇가지에 매달린 채 행해진다. 6개월의 임신기간을 거쳐 1㎝ 길이의 털이 덮인 300g 정도의 새끼 한 마리를 낳는다. 출산도 나무에 매달린 상태로 이루어지고 출생 때부터 발톱이 있다. 생후 4주까지는 새끼가 어미의 털에 묻혀 잘 보이지 않는다. 5~6개월간 어미와 함께 지내며 1년 이내에 어미 곁을 떠나 독립적인 생활을 시작한다. 암컷은 3년, 수컷은 4~5년이 되면 번식에 참여할 수 있다. 수컷의 음낭은 외부로 노출되지 않아 외관적으로 암수의 구분이 어렵다. 평균수명은 야생에서 15~20년, 보호 상태에서 30~40년이며 동물원에서 기록은 49년이다.

나무늘보는 질병에 강하고 환경에 적응력이 높아 적정시설이 갖춰진 동물원에서는 생활하는 데 문제가 거의 없다. 국내는 두발가락나무늘보만 존재하고 서울동물원과 에버랜드동물원에서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서울동물원은 개장 초에 도입한 이후 증식에 성공하여 에버랜드동물원에 분양한 바 있다. 서울동물원과 에버랜드동물원은 최근까지 여러 차례 번식에 성공하여 각각 5마리를 보호하고 있다. 현재는 번식을 조절하면서 지속적인 보전과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양 동물원간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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