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총살" 지지자 시위에…헬기타고 부추긴 '남미 트럼프'[영상]

중앙일보

입력 2021.09.08 12:18

업데이트 2021.09.08 14:01

“브라질을 다시 위대하게”

브라질 극우 세력 수십 만 명이 브라질리아 대법원 앞에 집결했다. ‘남미의 트럼프’라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서다.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자들이 7일(현지시간) 상파울루 중심가를 행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자들이 7일(현지시간) 상파울루 중심가를 행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독립기념일인 7일(현지시간) 브라질리아를 비롯해 상파울루 등 주요 도시 곳곳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자들의 친정부 시위가 잇따랐다.

시위대의 목표는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대법원’이었다. 이들은 대법원의 폐쇄, 의회 해산, 군의 정치적 개입을 촉구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앙숙으로 불리는 알레샨드리 지 모라이스 대법관이 주요 공격 대상이었다.

7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 코파카바나 비치에서 열린 보우소나루 지지집회 현장. [트위터 캡처]

7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 코파카바나 비치에서 열린 보우소나루 지지집회 현장. [트위터 캡처]

모라이스 대법관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에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내온 인물이다. 최근에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가짜뉴스 유포 행위 조사 대상에 올린 데 이어 연방 경찰을 동원해 가짜뉴스 유포 혐의를 받는 대통령 측근을 체포하도록 했다.

시위대는 이런 모라이스 대법관을 “배신자”로 부르며 전날부터 이틀째 시위를 이어갔다. 전날 밤에는 대법원 앞에서 진입까지 시도했지만, 경찰의 저지선을 뚫지 못해 실패했다.

일부는 총까지 들고 나왔다. 시위 참석을 위해 2000㎞ 거리를 달려왔다는 안드레 메네세스(60)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계획을 가로막으면 그 누구라도 총살 당해야 한다”고 위협했다. 그러면서 “보우소나루는 최고의 대통령이다. 지난 500년 동안 이런 사람은 없었다. 세상에 대한 본보기”라며 대통령에 대한 무한 신뢰를 드러냈다.

대통령이 부추긴 시위…“날 막을 수 있는 건 하느님 뿐”

이날 오후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시위대 앞에 서면서 열기는 더 고조됐다. 헬기를 타고 등장한 그는 지지자들을 향해 대법원에 대한 불복종을 촉구했다.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독립기념일을 맞아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친정부 시위 현장을 찾아가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독립기념일을 맞아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친정부 시위 현장을 찾아가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는 “헌법에 규정된 권한을 넘어서 행동하는 사람들에게 물러날 것을 요구할 수 있다”면서 자신에게 비판적이었던 연방대법관들에 대한 탄핵을 요구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재선에 대한 강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내년 대선에서 전국선거위원장을 맡게 될 모라에스 대법관의 판결에 더 이상 승복하지 않겠다면서 “나의 재선을 막는 자들에게 고한다. 나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느님밖에 없다”고 소리쳤다. 이어 “내게는 감옥에 가거나 살해되거나 승리하는 3개의 선택 뿐”이라며 “악당들에게 고한다. 나는 절대로 감옥에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외쳤다.

헬기타고 시위 현장에 등장한 보우소나루 대통령. [EPA=연합뉴스]

헬기타고 시위 현장에 등장한 보우소나루 대통령. [EPA=연합뉴스]

그의 발언에 열광한 시위대는 보우소나루를 “완벽한 대통령”로 칭송하며 그의 재선을 확신했다.

일각에서는 내년 대선을 전후해 지난 1월 미국 워싱턴DC에서 발생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사건이 재연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헌법에 대한 도전…재선 가능성은 희박

하지만 시위 현장 밖에서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대통령의 책무를 벗어나 헌법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법원도 보우소나루의 이날 발언을 헌정질서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브라질 도심에서 열린 친정부 시위현장에 도착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에 열광하는 지지자들. [트위터 캡처]

브라질 도심에서 열린 친정부 시위현장에 도착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에 열광하는 지지자들. [트위터 캡처]

정치평론가 토머스 트라우만은 이날 “보우소나루는 오늘 루비콘강을 건넜다”면서 “국가적 위기를 더 고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도 “대통령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분열과 갈등, 증오, 폭력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론조사 결과도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7일(현지시간) 브라질 대규모 친정부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로이터=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브라질 대규모 친정부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 대응 실패를 비롯해 부패·비리 의혹, 헌법 무시 등으로 지지율은 이미 20%대까지 곤두박질쳤다.

조브라질 사회정치경제연구소가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현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부정 평가는 63%로 2019년 1월 취임 직후보다 23%p 증가했다. 반면 긍정 평가는 29%에 그쳤다.

야당의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사회당 좌파 하원의원 마르셀로 프레이소는 “보우소나루는 여전히 자신의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하지만 평가는 이미 무너지고 있다”고 했다. 노동당 상원의원 장 폴 프라츠도 이번 시위를 “광신주의가 만들어 낸 끔찍한 광경”이라고 평가하며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싶은 환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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