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에 수차례 "솔직히 밝혀라"…맹탕 회견에 답답한 유승민

중앙일보

입력 2021.09.08 11:31

업데이트 2021.09.08 15:10

‘유승민계’가 연달아 당 안팎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총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검찰이 야당에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을 전달했다는 이른바 ‘검찰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 고발장 전달자로 지목받은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유 전 의원의 대선 캠프에서 대변인직을 맡아 왔다. 8일 김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캠프 대변인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지만, 야권 일각에선 “윤 전 총장을 견제하기 위해 해당 의혹을 터뜨린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 같은 의심에는 김 의원과 유 전 의원의 정치적 관계가 배경으로 작용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초 유 전 의원 등이 바른미래당을 깨고 나와 만든 새로운보수당의 ‘1호 영입인사’였다.

유승민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7일 오후 서울 강서구 ASSA빌딩 방송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체인지 대한민국, 3대 약속' 발표회에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2021.9.7 국회사진기자단

유승민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7일 오후 서울 강서구 ASSA빌딩 방송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체인지 대한민국, 3대 약속' 발표회에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2021.9.7 국회사진기자단

이후에도 이른바 ‘유승민계’를 자처하며 유 전 의원과 가까운 사이를 유지해왔다. 이 때문에 김 의원이 “기억나지 않는다”며 애매한 해명을 이어갈수록, 의혹의 핵심당사자로 지목받고 있는 윤 전 총장 캠프에선 “태도가 비겁하다. (애매한 태도가 윤 전 총장에 대한 견제인지는)어떠한 추정도 하지 않겠다”(6일 김경진 대외협력특보)며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김 의원과 유 전 의원 모두 ‘정치공작’이라는 의심에 대해선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제가 정치공작에 가담했다는 루머를 퍼뜨리는 세력이 있는데, 이는 명백한 허위사실유포이며 엄중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 전 의원 역시 전날 공약발표회 직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윤석열 캠프 측에서 김 의원이 마치 진실을 숨기고 있는 것같이 말하는 부분에 대해, 당내에 다른 이야기가 나오는 걸 굉장히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승민 캠프에선 논란이 유 전 의원의 대선 행보에 옮겨붙을지 우려하고 있다.

이날 캠프는 김 의원의 기자회견을 지켜보며 대책을 논의했다. 캠프 관계자는 “유 전 의원이 전날 직접 김 의원과 수차례 전화통화로 ‘최대한 솔직하게 국민 앞에서 밝혀라’고 했다. 그 외에 우리는 정말 아는 것도 없고, 한 것도 없다”며 “검찰 조사에서 최대한 빨리 진실이 밝혀지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당 안팎의 갈등에 ‘유승민계’가 자주 소환되면서 유 전 의원의 답답함도 커지고 있다. 앞서 윤 전 총장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간 갈등이 격화했을 때도 윤 전 총장 측에선 “이 대표가 윤 전 총장을 견제하고 유 전 의원을 띄우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대표가 그동안 유 전 의원과 정치 행보를 함께 해온 점, 대표 취임 전 언론 인터뷰 등에서 “유승민 대통령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한 발언이 불씨가 됐다.

반면 유 전 의원 측에선 “이 대표와 오히려 더 거리를 두느라 손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유 전 의원 본인도 “저와 가까운 분들은 당직에 아무도 안 갔다. 오히려 저는 역차별을 엄청나게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유 전 의원의 ‘이준석과의 거리두기’가 특히 2030세대 공략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홍준표 의원의 지지율 급상승과 관련해 정치권에선 "2030 남성층이 이 대표와 갈등을 빚은 윤 전 총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홍 의원 지지층으로 유입된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작 이 대표와 가까운 건 유 전 의원인데, 2030 남성층에 대한 '이준석 효과'는 오히려 홍 의원이 잔뜩 누리고 있으니 유 전 의원으로선 답답한 노릇이다.

캠프 관계자는 “이 대표의 결정에 불만이 있어도 우린 한 마디도 못 하고, 대표의 행보에 공감하더라도 말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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