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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종택 '줌 제사' 이어 석담 후손은 테이크아웃 추석 식혜

중앙일보

입력

지난 설에 만든 음복 도시락. [경북 칠곡군]

지난 설에 만든 음복 도시락. [경북 칠곡군]

제관 대기 천막 설치해 '거리두기' 지키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관혼상제' 예법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경북 명문가의 차례 예법을 바꿔놨다.

코로나가 바꾼 양반가 추석 차례

경북 칠곡군에는 조선시대 공조참의를 지낸 석담(石潭) 이윤우(1569~1634) 선생의 가문이 있다. 석담 선생의 16대 종손인 이병구(68)씨는 코로나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이번 추석 차례를 5명이 넘지 않는 최소 인원으로만 지내기로 했다. 보통 명절 차례엔 20명 이상의 친인척이 참석하는 게 이 집의 전통이다. 그는 "지난 설에도 최소인원으로만 차례를 지냈는데, 이번 추석에도 똑같이 코로나 시대에 맞게 차례를 지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씨의 가문은 추석 차례 전 큰 제사를 먼저 지낸다. 석담 이윤우 불천위(不遷位·큰 공훈이 있어 영원히 사당에 모시기를 나라에서 허락한 신위) 제사다. 제관 등 10여명이 종갓집 마루에 올라가서 예를 차리고, 방에 둘러앉아 차를 나눠마시는 게 일반적이다.

테이크아웃 식혜, 음복 도시락 또 등장 

퇴계 이황 불천위 제사가 비대면 디지털 방식으로 치러졌다. 온라인 중계 중인 제사 영상을 보며 절을 하는 유림의 모습. [사진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

퇴계 이황 불천위 제사가 비대면 디지털 방식으로 치러졌다. 온라인 중계 중인 제사 영상을 보며 절을 하는 유림의 모습. [사진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

하지만 이번 불천위 제사는 코로나 시대에 맞춰 대기석을 별도로 마련해 거리두기를 지키기로 했다. 종갓집 마당에 대형 천막을 설치한 후 제관들이 자신이 예를 올리는 차례가 오기 전까지 대기하다가 한명씩 마루에 올라와 절을 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발열체크도 자체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차를 나눠마시는 등 제사 전후 방안 모임은 열지 않기로 했다. 대신 천막 쪽에 식혜와 수정과 등을 마련할 예정이다. 식혜 등은 현장에서 바로 부어 마시는게 아니라 '테이크아웃' 방식으로 제공한다. 일회용 컵에 식혜 등을 담아서 빨대를 넣어서 나가 마시는 형태로다.

추석 차례 때도 최소 인원만 모이고, 차례를 지낸 후 식사를 별도로 차려내지 않기로 했다. 종친들이 각자 집에 돌아가서 먹을 수 있게 '음복 도시락'을 준비할 계획이다. 음복 도시락은 지난 설과 마찬가지로 차례 때 사용한 전·강정·과일·유과·약과 등으로 구성할 예정이다.

이씨는 "아무리 코로나 예방이 중요하지만, 불천위 제사, 추석 차례를 안 지낼 수는 없다”며 “종친 등 가족을 빈손으로 보낼 수는 없어 음복 도시락과 테이크아웃 식혜 등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명문가인 안동의 퇴계 이황(1501-1570) 종가는 지난 설과 달리 이번 추석 때는 별도의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 가문에서 오래전부터 전해져 오는 전통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퇴계 종가 역시 앞서 코로나 시대에 맞춘 '관혼상제' 예법을 따랐다. 올 초 450주년 불천위(不遷位) 제사를 디지털로 치렀다. 제사는 소수의 제관만 참여한 가운데 치러졌다.

퇴계종택에선 화상 프로그램인 '줌(Z00M)'을 활용해 불천위 제사를 온라인 중계했다. 제사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유림 등은 자택 등에서 노트북 영상으로 실시간 참제했다. 신주가 노트북 화면에 보이면 전통복장을 차려입고 절을 하기도 해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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