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민 항공기 띄웠다가 116만 계정 정지..."한한령 이제 시작"

중앙일보

입력 2021.09.08 09:00

업데이트 2021.09.08 10:06

지민 생일축하 사진과 문구로 장식된 제주항공 비행기가 하늘을 날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중국의 트위터 웨이보의 지민 팬계정은 60일간 정지됐다. [연합뉴스]

지민 생일축하 사진과 문구로 장식된 제주항공 비행기가 하늘을 날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중국의 트위터 웨이보의 지민 팬계정은 60일간 정지됐다. [연합뉴스]

"지금까지의 '한한령'과는 다른 차원의 압박이 시작되는 것 아닐까요."
7일 한 대형 연예기획사의 관계자는 걱정스럽게 말했다. 최근 중국 당국이 연예계에 대해 대대적인 사정 정국을 만들면서 K팝까지 겨냥하고 나서자 국내 기획사들은 그 '불똥'이 어디까지 튈지에 대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 당국, K팝 등 한류 정조준
中 전문가들 "중국 체제 위협 인식"
韓 기획사, "충격 있지만 제한적"

최근 중국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처음엔 자국 연예인의 탈세나 고액출연료, 이중국적 등에 대한 군기 잡기 정도로 여겼지만, 점차 그 범위가 K팝까지 확대되고 있다.

5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微博)에서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의 중국 팬들이 돈을 모아 지민의 사진으로 래핑한 제주항공 항공기를 띄웠다가 구독자 116만명에 달하는 팬 계정이 60일간 정지됐다. 웨이보 측은 “사회 공약(公約)을 위반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활동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이어 BTS의 RM·제이홉·진, 블랙핑크의 리사·로제, 아이유, 엑소, 태연 등의 팬 계정이 줄줄이 30일간 정지처분 됐다.

방탄소년단 [사진 하이브]

방탄소년단 [사진 하이브]

앞서 지난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당국이 ‘냥파오 등 불건전한 미적 기준을 결연히 근절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전했다. ‘냥파오’는 화장을 하는 등 여성스러운 남성을 지칭한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아이돌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팬들이 스타를 위해 돈을 모금하는 등의 팬덤 문화도 모두 금지했다. 그러면서 이런 근원에 K팝 등 한류가 있다고 인식한다는 것이다.

2016년 사드(THAAD) 배치 후 장기간 지속한 '한한령'에 더욱 고삐를 조이는 셈이다. 그렇다면 중국의 이같은 압박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전문가들은 "진정한 의미의 '한한령'은 이제부터"라고 입을 모았다.

『현대중국의 제국몽』을 쓴 전인갑 서강대 사학과 교수는 "현재 중국의 움직임을 보면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나치게 비대해진 민간 영역에 대한 통제 강화에 작정하고 나선 것"이라며 "이런 규제는 민간 영역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관리될 때까지 장기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전인갑 서강대 교수는 "중국 정부의 문화콘텐트 규제는 광범위하게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앙포토]

전인갑 서강대 교수는 "중국 정부의 문화콘텐트 규제는 광범위하게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앙포토]

그러면서 청나라 건륭제 때의 상황을 예로 들었다. 전 교수는 "청나라 때 주요 가문이 융성하면서 세력이 커지자 건륭제는 중앙 권력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가문의 내부 규율까지 중앙정부가 간섭하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비단 시진핑 체제뿐 아니다. 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해 일정 부분 민간에 자율을 주다가도, 지방이나 민간영역이 지나치게 발달하면 하나의 중국을 유지하기 위해 이를 억누르는 운영 방식이 중국 역사에서 반복됐다"고 덧붙였다.

‘소분홍(小粉紅)’을 분석한『중국 애국주의 홍위병, 분노청년』의 저자 김인희 박사도 "예사롭지 않은 움직임"이라며 주의를 촉구했다. 소분홍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강력한 애국주의를 강조하는 젊은 집단으로 중국의 신세대 홍위병이라 불린다.
김 박사는 "태양이 둘이 될 수 없듯 중국에서 영웅은 공산당, 특히 시진핑 주석이 되어야 하는데 많은 중국 젊은이들이 아이돌을 떠받드는 것에 대해 중국 정부가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K팝의 가사나 문화는 자유와 개성과 개방을 중시해 은연중에 민주주의에 맞닿아있다. 중국 당국으로서는 중국 젊은층이 이런 문화에 물드는 것이 체제 기반을 흔들 수 있다고 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최근 교육과정에서 전통문화와 혁명문화에 대한 강화를 지시했다고 한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집권 이후 중국의 애국주의 강조는 더욱 강화됐다. 중국의 존엄에 조금이라도 누가 되는 행위나 발언을 한 상대에겐 가차없는 비판이 가해진다. [로이터=연합뉴스]

시진핑 국가주석의 집권 이후 중국의 애국주의 강조는 더욱 강화됐다. 중국의 존엄에 조금이라도 누가 되는 행위나 발언을 한 상대에겐 가차없는 비판이 가해진다. [로이터=연합뉴스]

6월 19일 산시(陝西)성 옌안(延安)의 난니완(南泥灣) 개간지에 세운 중국공산당 입체 휘장 구조물 앞에서 팔로군 복장을 입은 당원들이 플래카드를 앞세워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신경진 기자

6월 19일 산시(陝西)성 옌안(延安)의 난니완(南泥灣) 개간지에 세운 중국공산당 입체 휘장 구조물 앞에서 팔로군 복장을 입은 당원들이 플래카드를 앞세워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신경진 기자

그렇다면 BTS 등에 심취한 중국의 젊은 세대들은 이런 규제에 대항하는 '아미'가 되어줄까. 김 박사는 "노"라고 단언했다. 그는 "천안문 사태 때 유명한 말이 있다. '그날 밤은 날이 흐렸고 달도 뜨지 않았다. 나는 창문을 닫고 커튼을 쳐서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른다.' 무슨 뜻이냐 하면 자신들은 천안문 사태에 대해 아무것도 보지 못했고, 알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어떤 이상이나 이념을 위해 저항하겠다는 의지는 없다. BTS 팬들도 저항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K팝에도 충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그 강도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위원은 "이번 중국 조치는 중국의 국가 체제 유지에 악영향을 주는 근원을 미리 제거하려는 의지로 보여서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김 수석위원은 "K팝 측면에서 보자면 산업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피지컬 앨범 분야일 텐데 지난해 중국에 대한 K팝 앨범 수출 규모는 약 200억원대"라며 "이번 중국 정부의 규제 조치는 연간 K팝 수출 물량에 100만~200만장가량 영향을 줄 수는 있겠지만, 올해 K팝 피지컬 앨범이 전 세계에 50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고려하면 그 영향은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중국 대형 택배업체 중통(中通)은 최근 웨이보 계정에 BTS 관련 제품의 운송 중지를 밝히며 ″해관총서의 방침″이라고 적었다. 당시 BTS가 6.25전쟁에 참전한 미군에 대해 감사한 것을 문제삼았다. [웨이보 캡처]

지난해 10월 중국 대형 택배업체 중통(中通)은 최근 웨이보 계정에 BTS 관련 제품의 운송 중지를 밝히며 ″해관총서의 방침″이라고 적었다. 당시 BTS가 6.25전쟁에 참전한 미군에 대해 감사한 것을 문제삼았다. [웨이보 캡처]

실제로 방송·가요계에서는 이미 '한한령'으로 예방주사를 맞아서 충격이 크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A 기획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중국에서 공식 행사를 갖지 못해서 큰 부담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며 "이미 북미·유럽 등으로 시장이 다변화했기 때문에 오히려 탈중국 전략에 집중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