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언의 '더 모닝']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 보도할 수 없습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9.08 08:17

업데이트 2021.09.08 10:06

김웅 국민의힘 의원. [뉴스1]

김웅 국민의힘 의원. [뉴스1]

 안녕하세요? 오늘은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손준성 보냄’이라고 적혀 있는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 관련 문서의 제작ㆍ유통 경위를 많은 국민이 알고 싶어 합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이 문서의 존재를 인터넷 언론 ‘뉴스버스’에 알린 ‘제보자’가 해당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뉴스버스에 따르면 제보자는 그 문서를 김웅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받았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김 의원의 말은 오락가락합니다. 국민의힘 측은 누군가가 조작한 문서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누가, 왜, 어떤 경로로 뉴스버스에 제보를 한 것인지가 의혹 규명과 연결돼 있습니다.

김웅 의원은 어제 중앙일보 기자에게 제보자에 대해 “누군지 알고 있다. 제보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유승민 전 의원을 모두 잡으려고 한다. 그의 신원이 공개되면 배후 세력도 함께 밝혀지게 될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어제 정치권과 언론계에는 제보자로 추정되는 인물과 관련한 정보가 퍼졌습니다. 중앙일보의 담당 기자에게 물으니 “제보자가 누구인지 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웅 의원이 말해 준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습니다. 더는 묻지 않았습니다. 모든 기자는 취재원을 보호해야 합니다.

중앙일보는 제보자가 누구인지에 대해 보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기사에는 A씨라고만 표기가 됩니다. 그가 누구인지 독자가 추정할 수 있는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이라는 게 있습니다. 12조에 ‘누구든지 공익신고자 등이라는 사정을 알면서 그의 인적사항이나 그가 공익신고자 등임을 미루어 알 수 있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거나 공개 또는 보도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공익신고자등이 동의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적혀 있습니다. A씨는 검찰에 이 사건에 대한 공익신고서와 관련 자료를 제출했습니다. 따라서 일단 공익신고자로 보는 게 타당합니다.

이 법에는 ‘공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신고한 사람 등을 보호하고 지원함으로써 국민생활의 안정과 투명하고 깨끗한 사회풍토의 확립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1조)고 취지가 설명돼 있습니다. ‘공익 침해 행위’는 법률 위반 행위인데 해당 법률이 471개입니다. 그 안에 개인정보 보호법도 들어 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의혹 중 하나는 손준성 검사가 실명이 그대로 다 적혀 있는 판결문을 유출해 개인정보 보호법을 위반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공익신고자를 자처했다고 해서 누구나 공익신고자가 되지는 않습니다.  ‘공익신고 내용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익신고를 한 경우’와 ‘공익신고와 관련하여 금품이나 근로관계상의 특혜를 요구하거나 그 밖에 부정한 목적으로 공익신고를 한 경우’는 공익신고자로 보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일부 국민의힘 관계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만약 ‘고발 사주’ 의혹이 조작된 것이라면 A씨는 공익신고자가 될 수 없습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국민의 ‘알 권리’를 제약하는 면이 있습니다. 거짓 제보자가 악용할 소지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보 내용이 거짓이거나 부정한 목적에 따른 제보라는 증거가 드러나지 않는 한 공익신고자가 누구인지를 알리는 보도는 실정법 위반이 됩니다. 언론이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아마도 곧 정보지, 온라인 커뮤니티, 유튜브 등에서 A씨의 인적사항이 거론될 것입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추구하는 가치와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가 충돌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제보자 보호와 공정한 대선이라는 두 가치 중 어느 쪽이 공공의 이익을 증진하는 데 더 도움이 되느냐는 논쟁이 제기될 여지도 있어 보입니다. 제보자 스스로 장막을 걷어내고 국민에게 아는 것을 소상히 밝히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에게 의심의 눈초리와 온갖 험한 말이 쏟아질 것이 예상되지만, 어차피 머지않아 대다수 국민이 그가 누군지 알게 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김웅 의원이 한 말을 정리한 기사가 중앙일보에 실려 있습니다. 그는 오늘 기자들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밝히겠다고 했습니다.

김웅 날마다 바뀌는 해명, 이번엔 “제보자 누군지 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직 당시 여권 정치인 고발 사주 문서를 야당 의원에게 전달한 당사자로 지목된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당시 대검수사정보정책관)이 7일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직 당시 여권 정치인 고발 사주 문서를 야당 의원에게 전달한 당사자로 지목된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당시 대검수사정보정책관)이 7일 출근하고 있다. [뉴스1]

 “검찰 측 입장에서 고발장이 들어왔던 것 같다”(2일)→“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 고발장은 내가 썼다”(6일)→“내가 쓴 고발장은 없다”(7일).

검찰발 여권 인사 고발 사주 의혹이 대선 정국을 강타한 가운데 고발장의 중간 전달자로 지목된 김웅 국민의힘 의원의 해명이 여러 번 바뀌면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15 총선이 임박한 지난해 4월 3일과 8일 당시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정책관→김웅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 후보→당 법률지원단 순서로 두 차례 고발장이 넘어갔다는 게 제기된 의혹인데, 이에 대한 김 의원 발언이 7일 또 달라졌다.

그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4월 3일은 물론 8일 따로 진행했던 최강욱 의원 고발장 작성 역시 난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2일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에 “최 의원의 선거법 위반 의혹 문제제기를 했었고 그쪽(검찰)에서 보내줬을 수 있다”고 한 것은 물론 6일 “고발장 초안을 잡아준 건 맞다”(TV조선)거나, 중앙일보에 “최 의원 고발장은 내가 만들었다”고 말한 것과도 다르다. 김 의원은 “최 의원이 유튜브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 당에 처음 문제제기를 한 것은 맞지만, 고발장을 쓰지도 초안을 잡아주지도 않았다”고 말을 바꿨다.

왜 말이 달라지나.
“사실 기억이 잘 안 난다. 질문 내용을 바탕으로 답하다 보니 그렇게 오해를 사게 됐다.”
어제하고도 다른데.
“내 말의 정확한 취지는 ‘최 의원을 고발해야 한다고 당 인사에 주장했다’는 것이다.”
당은 4개월 뒤 최 의원을 고발했는데.
“나와는 무관하다.”
‘고발 사주’ 의혹 관련 김웅 국민의힘 의원의 오락가락 해명.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고발 사주’ 의혹 관련 김웅 국민의힘 의원의 오락가락 해명.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손준성 검사로부터 고발 자료를 건네받았는지와 관련해서도 접촉 사실을 시인하는 듯했던 기존 입장이 변했다. 지난 1일 “손 검사에게 법리 등을 물어봤을 수는 있다”(뉴스버스와의 통화)고 했던 김 의원은 7일 중앙일보에는 “그럴 만큼 친하진 않다”고 달리 말했다. “그 친구를 훌륭하게 평가하지만 술 한 번 먹어본 적 없다”고 했다. 김 의원은 또 당 인사에게 전달할 때 사용한 텔레그램에 ‘손준성 보냄’이라는 문구가 나오는 것에는 “그것 자체가 완전히 조작된 것일 수도 있고, 실제 그런 사실이 있는데 내가 기억을 못 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애매하게 말했다.

이에 당내에서도 불만이 커지고 있다. 같은 당 김태흠 의원은 성명을 내고 “김웅 의원의 모호한 처신은 의심만 증폭해 여권의 공작에 먹잇감을 제공했다는 면에서 엄청난 해당(害黨)행위”라고 비판했다.

김웅 의원은 자신이 당에 문건을 전달한 정황을 최근 뉴스버스에 알린 제보자 A씨에 대해선 “누군지 알고 있다”고 적극적으로 말했다. 그는 “제보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유승민 전 의원을 모두 잡으려는 것”이라며 “그의 신원이 공개되면 배후세력도 함께 밝혀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유 전 의원 대선캠프의 대변인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7일 “윤 전 총장 본인은 떳떳하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날 면담 내용을 전했다. 또 “윤 전 총장은 ‘고발장 양식 같은 경우도 검사가 쓴 게 아닌 것 같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윤 전 총장은 이날 당 대선후보 공약 발표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조속한 진상규명을 바란다”고 말했다.

뒤이어 취재진을 만난 유 전 의원은 “제가 김웅 의원에게 ‘정직이 최선의 대응방법’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8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의혹과 관련해 입장을 발표하기로 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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