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밥뉴스

구독전용

몸 멀쩡한데, 배 아파서 입원한 애…문제는 엄마의 이 생각 [오밥뉴스]

중앙일보

입력 2021.09.08 06:00

오밥뉴스’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진료실 문을 열고 잔뜩 긴장한 아이와 부모가 들어오면, 정작 의사는 ‘감자 캐는 마음’이 된다고 했다. 강북삼성병원 소아청소년과 정신건강의학과 신동원(57) 전문의 얘기다.

성인 환자가 찾아오면 그 사람의 이야기에만 집중하면 되지만, 아이는 다르다. 작고 귀여운 감자 같은 아이 마음속을 들여다보게 되면, 줄줄이 엄마 감자와 아빠 감자, 할머니, 할아버지 감자가 따라 나온다. 한 아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관계들이 넝쿨넝쿨 얽혀있단 뜻이다. 신 교수는 “엄마 감자, 아빠 감자를 예쁜 감자로 만들면 아이도 같이 예뻐진다”고 했다. 지난달 6일 강북삼성병원에서 신 교수를 만났다. 그는 최근 『초등 자기조절 능력의 힘』을 출간했다. 왜 자기 조절력일까. 다음은 신 교수와의 일문일답.

신동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지난달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신동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지난달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왜 자기조절 능력인가.
아이들을 진료 현장에서 보며 느끼게 된 것이 하나 있어요. 때가 되면 먹고, 때가 되면 자고, 스스로 할 일을 하고, 하면 안 될 일은 안 하는 것들이 건강한 성인이 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인데 이것이 어려운 아이들이 많았어요. 당연한 것들인데 왜 그럴까. 특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아이들이 ‘우울해요, 불안해요’라는 말을 많이 하기 시작했습니다. ‘공부가 힘들다’는 얘기도 많았어요. 아이들을 제시간에 먹고 자게만 해도 나아지는데, 왜 이게 안 될까 싶었습니다. 한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데려온 적이 있는데, 출근하면서 온라인 중 수업을 들으라고 하면 아이가 출석체크만 하고 도로 잔다고 하소연을 했어요. 아이랑 이야기하면 내일부터는 안 그럴 것 같은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데려왔거든요. 그런데 가만히 보면, 아이가 특별한 병이 있는 것이 아니라 조절할 능력이 없는 거였어요. 그래서 이 이야기를 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기조절 능력, 어떻게 키워줄 수 있나요.
자기조절 능력은 ‘알아서 하는 힘’이거든요. 이걸 키워주기 위해선 그 바닥에 신뢰와 애정이 있어야 해요. 엄마가 바라는 게 너무 많다면 아이는 “엄마가 나를 이뻐하는지 모르겠어요. 맨날 잔소리만 해요”라고 하거든요. 그러니 기본적으로 부모가 아이와의 관계가 좋아야 합니다. (※신 교수는 아이와의 신뢰를 두텁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책에서 세 가지를 꼽았다. 첫번째는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는 것, 두 번째는 부모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고, 부모 스스로 안정적인 정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부모 역시 자기 조절력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진료실을 찾는 부모님들께 일기 쓰기를 권해요. 본인 자신을 모니터하라는 것인데, 아이가 뭘 했는지를 쓰는 것이 아니고, 내가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를 쓰는 건데요. ‘아이가 어떤 것을 했다, 게임을 했다, 화를 냈다’는 책 한 권 분량을 쓸 수 있는 부모가 정작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는 잘 못 써와요. (웃음) 그래서 예컨대 엄마가 화를 내는 경우라면, 화를 낼 때 아빠더러 스마트폰으로 촬영을 해오라고 해요. 재미있는 건, 카메라를 꺼내는 순간 엄마의 말투가 달라진대요. 부모님들께서 “카메라를 꺼내는 순간 달라져서 영상을 찍어올 게 없다”고 하는데, 부모 스스로를 모니터링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부모님들이 꼭 알아야 할 것이 있는데요, 존댓말을 아이에게 쓰면 좋다고 생각하겠지만 아니에요. “이렇게 하세요!” 하면서 버럭버럭하는 건 아무 소용이 없거든요. 존댓말을 쓰면 아이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표현 방식보다 중요한 건 마음의 전달입니다.
신동원 강북삼성병원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 길벗

신동원 강북삼성병원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 길벗

부모들에게 꼭 이것만은 지켜달라고 조언하신다면.
“먼저 자신을 다스리세요.” 부모를 비난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매일 후회하는 것이 부모입니다. 후회가 문제는 아니고요. ‘후회를 안 한다’고 하거나, ‘후회할 일이 없다’고 하는 부모가 사실 진료현장에선 어려워요. 후회해도 고쳐나가는 부모면 되는데,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부모가 누군지 아세요? ‘나는 잘못한 것이 없다’는 부모입니다.
아이에게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꼽는다면.
아이의 인격을 깎아내리는 말이에요. “너는 제대로 하는 게 없어!”처럼 부모가 감정을 못 참고하는 말인데요, “너를 괜히 낳았다. 갖다 버리고 싶다”처럼 아이를 미워하는 말은 해선 안 됩니다. 해서는 안 될 말은 한마디로, 얘기하고 나면 후회할 말입니다. 그런데 부모들도 사실 다 알아요. 근데 진료실에 오는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엄마 아빠가 나를 사랑하는지 모르겠어요”라고 해요. 자꾸 비난조로 말하니까, 그런 것이거든요. 아이들은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으면 모릅니다. 
그럼 좋은 부모는 어떤 부모일까요.
잘못을 지적할 사람은 세상에 넘쳐나요. 잘못한 것은 고쳐줘야 하지만 한없이 아이를 보듬을 수 있는 것은 부모밖에 없어요. 좋은 부모는 사랑의 힘을 믿고 표현하는 부모입니다. 엄마들에게 늘 말합니다. ‘당신 자식이 뭐를 잘못했는지 지적할 수 있는 사람은 한 걸음만 나가면 세상에 넘친다. 왜 그런 사람과 똑같이 하려고 하나. 아이를 보듬을 사람은 당신밖에 없다’라고요. 부모는 특별합니다. 그 이유는 아이로부터 사랑받기 때문입니다. 아기처럼 부모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존재가 또 어딨을까요?
4차 산업혁명 시대, 아이들에게 정말 가르쳐야 할 건 무엇일까요.
과감하게 새길을 찾을 용기와 도전하는 태도라고 봐요. 한 우물만 판다는 건 옛말이에요. 요즘 아무것도 안 하려고 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바닥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요. 하다가 중간에 그만두는 것을 부모가 실패로 여기니 아이들도 은연중에 그렇게 생각해요. 그런데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하다가 중간에 그만두는 것이 실패는 아니거든요. 자장면 먹어본 아이와 자장면 사진만 본 아이가 어떻게 같을까요. 한 젓가락이라도 먹어본 아이가 낫거든요. 아르바이트 면접을 해보려고 전화 한 통 해본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는 차이가 납니다. 실패가 아닌데, 부모들은 끝까지 안 하면 실패라고 생각해요. 
신동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신동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결국 부모의 노력, 환경과 양육 방식을 바꿔주면 아이가 바뀐다는 이야긴데, 실제로 그런 사례가 있나요.
그럼요. 매일 접하는 걸요. 맞벌이하는 부부였는데, 출퇴근이 오래 걸리는 바람에 아이와 시간을 잘못 보냈어요. 아이가 우울증을 보였는데, 이사를 하고 직장을 옮겼어요. 그러면서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시간을 보내면서 아이가 약 처방 없이도 좋아졌어요. 또 다른 부모님은 아이가 배가 아프다고 찾아왔어요. 검사에선 이상이 하나도 없었는데, 입원까지 했어요. 엄마 입장에선 ‘알아서 다 잘하는 아이’였는데, 아이가 아파서 입원하고 보니 엄마 생각이 바뀌었어요. 알아서 잘하는 아이였는데도 뭔가 안되면 엄마가 굉장히 화를 냈었던 걸 엄마가 알아채고는 엄마가 바뀌었고, 그러면서 아이가 달라졌지요.
부모님들께 꼭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아이의 실수는 자기 조절력을 키울 절호의 기회입니다. 아이가 실수하는 건 당연한 거에요. 아이가 실수하는 것이 안 보이면 그게 더 걱정이에요. 숙제가 어렵기도 할 테고, 어려운 또 다른 일들이 있을 텐데 무조건 참기만 하고 조용히 넘어간다? 아이에게 실수는 잔잔한 파도에요. 그 파도를 넘으면서 자기조절 능력은 매일 큽니다. 매일 크는 건 눈에 잘 안 보이고요. 몇 달 만에 봐야 보일 만큼요. 의사가 하면 얼마나 하겠어요? 결국 엄마표, 부모표가 가장 큰 힘입니다.
자기조절 능력, 어떻게 키울까

”감정을 말로 표현하도록 도와주세요. 예컨대 아이가 왜 우는지 말로 표현하도록 해주세요. 화가 난 아이가 물건을 던지는 것처럼 행동으로 감정을 표현한다면, 자기조절능력이 성숙하지 못해섭니다.

아이가 화가 나서 물건을 던질 때 “어디 물건을 던져?”라고 큰소리로 혼만 내면 자기조절 능력을 키울 기회를 놓치는 거에요. “다음에는 화가 나면 먼저 마음 속으로 천천히 셋까지 세보자”는 식으로 가르쳐주세요.

또 아이 상태를 알아채고, 바로 호응해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혼자 과자를 다 먹고 싶었지만 동생에게 반을 나눠줬다면 “혼자 다 먹고 싶었을텐데 참았구나. 참 잘 했어”칭찬해주세요.
또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의 경계를 확실하게 알려주세요. 마지막으로 부모 스스로 감정 조절을 잘 해야 합니다. 아이에겐 소리치지 말라고 하면서 부모는 소리를 지른다면 아이는 부모의 말보다 행동을 따른답니다. ”『초등 자기조절 능력의 힘』에서 발췌.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