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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톡방에 "교관 도라이" 쓴 부사관 교육생, 대법 무죄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군 상관을 겨냥해 '도라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부사관을 상관모욕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군법상 상관을 모욕한 혐의로 지난해 기소된 부사관 A씨의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고등군사법원에 사건을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해군 부사관 A씨는 2019년 3월 부사관 후보생으로 입대해 임관한 뒤 그해 6월부터 초급반 교육을 받고 있었다. A씨는 해군 교육사령부 여군 동기 75명이 함께 사용하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상관인 생활지도관 B씨를 겨냥해 "도라이 ㅋㅋㅋ 습기가 그렇게 많은데"라는 글을 게시해 상관모욕죄로 기소됐다.

1심 보통군사법원은 A씨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지만, 2심 고등군사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B씨를 지칭하며 사용한 '도라이'라는 표현은 B씨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훼손하는 모욕적 언사에 해당하고,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1심을 파기하고 유죄를 인정했다.

대법원이 2심 판단을 다시 뒤집었다. 먼저 A씨가 해당 표현을 사용하게 된 계기에 주목했다. 대법원은 "B씨는 양말을 신은 채로 목욕탕에 들어가 양말이 젖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목욕탕 청소 상태를 검사했다"며 "A씨는 물기 제거 상태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과실점수를 부여받아 외출·외박이 제한돼, 이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즉흥적이고 우발적으로 해당 표현을 썼다"고 판단했다.

문제가 불거진 단체 채팅방이 A씨 등 부사관 교육생들 사이의 의사소통을 위한 목적으로 개설돼 상당수가 별다른 거리낌 없이 욕설을 포함한 비속어를 사용해 대화했다는 점도 무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대법원은 "A씨의 '도라이'라는 표현은 단 1회에 그쳤고, 전체 대화 내용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않았다"며 "이로 인하여 군의 조직질서와 정당한 지휘체계가 문란하게 됐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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