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툭하면 ‘관련 자료 일체’…세월호 사참위 자료요청 언제 끝나나

중앙일보

입력 2021.09.08 05:00

문호승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장이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독성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위한 한국형 중독센터 도입방안 모색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호승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장이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독성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위한 한국형 중독센터 도입방안 모색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경찰청에서 취합·정리해 국무총리실 및 청와대로 보고한 자료 일체.’

[취재일기]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이하 사참위)가 지난달 12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자료 제출을 요구한 내용이다. 이날 사참위는 경찰청뿐만 아니라 기획재정부, 여성가족부 등에도 동일한 내용을 담은 대외비 공문을 발송했다. 세월호 관련 회의와 청와대 보고 내용에 대해 ‘자료 일체’를 요청하면서 “별지·붙임·첨부 문서, 회의록 등을 포함” 문구도 꼼꼼히 명시했다. 공문을 입수한 의원실에선 “이렇게 무성의한 자료 협조 요청은 처음 본다”는 반응이 나왔다.

요청한 자료의 내용과 방식뿐만이 아니라 ‘타이밍’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사참위의 요구로 출범했던 세월호 특검이 90일에 걸친 수사 끝에 ‘무혐의’ 결론을 내리자 이틀간 사참위는 바쁘게 움직였다. 특검의 수사 결과 발표 다음 날 “사참위가 제기한 의혹을 부정한 특검의 수사 결과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보도자료를 내놓았고 그다음 날에는 정부부처에 대외비 공문을 발송했다.

‘수사결과 불복’으로 읽히는 행보다. 이에 대해 사참위 관계자는 “통상적인 조사 활동의 일환”이라며 “요청한 자료는 특검의 수사 사안과 관계없는 별도 사안이다”고 말했다. 앞서 사참위는 자신들이 제기한 의혹을 1년 2개월간 수사해온 검찰 특별수사단이 올해 초 ‘혐의없음’ 결론을 내리자 “우려스러운 결론”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지난 2019년 3월 28일 오전 세월호참사 유가족이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사회적참사 특조위의 세월호 CCTV DVR(디지털영상 저장장치) 조사내용 중간발표에 참석해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019년 3월 28일 오전 세월호참사 유가족이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사회적참사 특조위의 세월호 CCTV DVR(디지털영상 저장장치) 조사내용 중간발표에 참석해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2018년 12월에 공식 출범한 사참위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오랜 염원의 결과물이었다. 7년 전 발생한 세월호 참사에 대해 박근혜 정부 때의 특별조사위원회가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에서 탄생한 독립 국가기구다. 문재인 대통령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유가족들은 사참위 설립의 근거가 되는 특별법 제정을 위해 국회에서 노숙농성까지 마다치 않았다.

그러나, 현재의 존재감은 출범 당시의 기대와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사참위가 자체 조사를 거친 뒤 검찰과 특검에 수사를 의뢰한 의혹들은 대부분 무혐의 결론이 났다. 그 사이 사참위는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 활동을 이어왔다. 2년간 218억9900만원의 예산(국회 예결산 자료)을 집행했다. 지난해에 활동이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특별법 개정으로 오는 2022년 6월까지 활동 기간이 연장됐다.

진상규명이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검찰과 특검이 무혐의 결론을 내놓은 상황에서 사참위의 판단력과 역할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청와대와 각 부처에 요구한 자료 일체를 제출받으면사참위에는 또 할 일이 생기는 셈이다. 진상규명보다 일감만 만드는 게 아닌지 진지한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이 모인 세월호가족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유족들이 많다 보니 사참위에 대한 평가가 저마다 다를 수는 있다”면서 “유족들이 가장 원하는 건 침몰 원인에 대한 진상규명이지만 2년이 넘도록 제대로 된 성과가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범죄 행위의 공소시효는 사참위 활동 기간까지 정지된 상태다. 박병우 사참위 세월호 진상규명국장은 “(세월호 특검의) 기소가 되지 않았다고 해서 어떤 행위 자체가 없었다고 볼 수는 없지 않으냐”며 “사참위 설립목적은 최종보고서를 통해 밝혀진 진실과 밝혀지지 않은 진실 등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사과정서 확보된 증거를 통해 제기된 의혹이 어디까지 진실로 인정됐는지 조사하고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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