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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총리 연봉보다 높고, 법카 비공개…포장재조합이 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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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품 증가로 가득 쌓인 스티로폼 폐기물. 연합뉴스

일회용품 증가로 가득 쌓인 스티로폼 폐기물. 연합뉴스

환경부 퇴직 관료들이 요직을 맡는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포장재조합)이 재활용 분담금을 부적절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단법인이지만 분담금 나누는 공적 업무 맡아 #노웅래 의원 "국가가 관리해 비용 누수 막아야"

이 조합은 5000여개 회원 기업들로부터 분담금을 걷어 재활용 업체들에 실적에 따른 지원금을 제공하는 공적 업무를 맡는다. 사단법인이지만 분담금이 제품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는 만큼 사실상 소비자 돈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하지만 감시의 사각지대에서 방만한 운영을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리보다 높은 이사장 연봉, 이사도 높은 대우

7일 입수한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포장재조합에서 걷은 재활용 분담금은 1791억원이다. 6년 전엔 469억원 수준이었지만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눈에 띄는 건 조합 수장인 이사장의 연봉이다. 분담금과 비례해 급등하면서 지난해 1억8800만원이 됐다. 6년 전과 비교하면 4200만원(28%) 올랐다. 이는 국무총리(1억8469만원), 환경부 장관(1억3581만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장들이 올해 받는 연봉도 1억2700만~1억4500만원. 조합 이사장보다 적은 편이다.

조합 이사진도 유독 높은 대우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 규정에 따르면 이사들의 퇴직금은 근속 연당 2.5개월 치로 계산된다. 통상 수준(연당 1개월 치)보다 높게 책정됐다. 임원들의 차량 유지비와 유류비를 합치면 120만원에 달한다. 각종 수당과 휴가비, 경조사비는 '이사장이 정한다'는 규정을 뒀다. 공공 단체는 아니라지만 일반 공공기관보다 복리후생비가 매우 높게 책정됐고, 이사장의 과도한 재량권이 허용되고 있다는 게 의원실 설명이다.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 엠블럼. 자료 포장재조합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 엠블럼. 자료 포장재조합

전직 관료로 채워진 고위직…'법카' 규정 모호

특히 포장재조합 역대 이사장과 이사직 두 자리는 모두 환경부 고위 공무원 출신이 독식하고 있다. 조합 고위직을 위한 규정들이 퇴직 공직자만의 '특혜'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들을 둘러싼 구설도 있다. 올 3월까지 자리를 지킨 송재용 전 이사장은 수도권매립지 공사 사장 역임 당시 업무추진비 횡령 등의 의혹을 받던 중 자진 사퇴한 바 있다.

노웅래 의원실에 따르면 조합 내부에서 쓰는 운영비도 꾸준히 오르는 데다 관련 규정이 모호하다. 법인카드 사용액, 업무추진비가 매년 8%씩 늘고 있지만, 구체적인 사용 내역은 비공개다. 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 신용카드 사용액과 업무추진비는 각각 4억583만원, 9745만원이다. 전체 직원 수가 40명인데, 법인 신용카드는 18장이 발급됐다. 게다가 운영 규정상 주말이나 집 근처에서도 이유가 소명되면 법인카드를 쓸 수 있다. 법인카드 사용 한도는 이사장이 정하도록 했다.

포장재조합에 분담금을 내는 회원 기업 수 추이.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다. 포장재조합 홈페이지 캡처

포장재조합에 분담금을 내는 회원 기업 수 추이.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다. 포장재조합 홈페이지 캡처

조합 "이사회 뜻 따라 투명하게 운영 중"

이에 대해 포장재조합은 "이사회 의결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조합 관계자는 "이사장 등 임원 연봉은 공무원 임금 인상률 범위 내에서 정하고, 이사회 의결 승인을 거쳐 지급한다. 올해는 이사장 연봉이 동결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조합 측은 이사장과 이사들도 분담금을 내는 기업들이 사원총회를 열어 직접 뽑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조합 관계자는 "법인카드는 주말이나 집 근처에서 사용된 내역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금 사용, 임직원 복리후생 수준도 이사회 의결이 필요해서 이사장이 단독 결정하는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환경부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있다. 올 연말에 있을 환경부 지도점검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환경부 "민간 조합이라 감사는 못 해"

하지만 주무 부처인 환경부는 "포장재조합이 민간 조합이라 감사를 통해 모든 자료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아니라 조합에 자료 제출을 요구할 권한은 없다. 다만 법에 위탁된 업무를 하는 등 공익적 성격이 강한 조합이라 연말에 운영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겠다"고 했다. 환경부는 이미 2016년, 2018년 각각 실시한 지도점검에서 조합의 법인 신용카드 사용 부적정, 업무추진비 부적절 사용, 지출성 경비 관리 미흡 등을 지적한 바 있다.

노웅래 의원은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의 방만한 운영이 가능한 데는 환경부 퇴직 관료들의 고위직 독식이 있다. 소비자가 부담하는 매년 수천억 원의 분담금을 이들의 노후를 챙기는 조합에 맡기는 건 매우 심각한 문제"라면서 "별도 기금을 조성하는 등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방법을 통해 실질적인 세금의 누수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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