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권혁재의 사람사진

당나귀와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 가는 여행가 임택

중앙일보

입력 2021.09.08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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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권혁재 기자 중앙일보 사진전문기자
권혁재의 사람사진 /여행가 임택

권혁재의 사람사진 /여행가 임택

 “D-23일입니다. 당나귀와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을 갑니다.”
여행가인 임택씨가 지난 8월 24일 자리에 앉자마자 한 얘기다.

난데없이 21세기에 왜 당나귀와 함께인지 그에게 물었다.
“아직 당나귀와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을 간 사람이 없더라고요. 하하.
제가 우연히 종로에 있는 어린이 도서관을 가봤어요.
호기심에 그냥 동화 하나 읽으려 했더니 당나귀에 대한 책이 있었어요.
그때 문득 생각이 든 겁니다.
오늘날 어린이의 언어로 여행 이야기를 한 책이 한 권도 없더라고요.
모두 다 안데르센 동화 같은 옛이야기였어요.
그래서 당나귀와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해보려고요.”
21세기 돈키호테 같은 이야기였다.

자신의 이름을 따서 함께 여행할 당나귀 이름을 '동키호택'이라 지었다. 그런데 그는 이 동키호택이 움직이는데 드는 비용의 상당 부분을 스페인 현지에서 협찬하게끔 미리 조치했다. 이 모두 한국에서 스페인 현지 관계자들과 소통하면서 만들어 낸 성과다. 과연 21세기 동키호테 임택다운 추진력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의 이름을 따서 함께 여행할 당나귀 이름을 '동키호택'이라 지었다. 그런데 그는 이 동키호택이 움직이는데 드는 비용의 상당 부분을 스페인 현지에서 협찬하게끔 미리 조치했다. 이 모두 한국에서 스페인 현지 관계자들과 소통하면서 만들어 낸 성과다. 과연 21세기 동키호테 임택다운 추진력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그의 삶 내력을 살펴보면 이룰 수 없는 꿈도 아닐 터다.
그의 전화번호 끝자리가 5060이다.
서른 초반에 50, 60대에는 맘대로 살겠다는 의지로
전화번호를 그리 만든 거다.

실제 그는 쉰다섯 살이던 2014년에
 모든 걸 버리고 세계여행을 떠났다.
폐차 직전의 은수 교통 종로 12번 마을버스인 ‘은수’를 구입하여
그것을 타고 세계 여행을 떠난 게다.

여행을 하며 임택씨를 만난 젊은이들은 그를 '아부지'라 호칭한다. 이는 여행으로 맺은 부자의 연이라는 의미다. 이번엔 그렇게 인연을 맺은 스무살 이동훈이란 청년이 여정을 함께한다.

여행을 하며 임택씨를 만난 젊은이들은 그를 '아부지'라 호칭한다. 이는 여행으로 맺은 부자의 연이라는 의미다. 이번엔 그렇게 인연을 맺은 스무살 이동훈이란 청년이 여정을 함께한다.

이미 '은수'는 40만km를 운행한,
폐차를 해도 세 번을 더했을 차였다.
그 차로 첫 여행지 페루를 시작으로
5대륙 48개국을 다녀 왔다.
공식적으로 움직인 거리만 무려 7만1000km였다.

여행을 다녀와서 얻은 제일 큰 소득이 뭔지 그에게 물었다.
“자신감이죠. 그때부터 제 나이는 한 살씩 줄었습니다.
왜냐하면 꿈이 팔팔하게 살아있는 사람은 그냥 청년이더라고요.
여든 청년이 있고, 스무살 노인도 있어요. 나이는 꿈이 정하는 거죠.”

예순이 넘은 나이임에도 임택씨는 겉보기에 그리 보이지 않는다. 여행으로 인해 나이가 해마다 한살씩 줄었다는 그의 말이 우스개만은 아닌듯하다.

예순이 넘은 나이임에도 임택씨는 겉보기에 그리 보이지 않는다. 여행으로 인해 나이가 해마다 한살씩 줄었다는 그의 말이 우스개만은 아닌듯하다.

그는 당시 여행으로 얻은 ‘젊은 나이’로
당나귀를 끌고 또 떠나는 거다.
오늘로써 또다시 젊어지기 D-8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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