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고노·이시바 ‘삿초 동맹’ 아베·아소 체제 무너뜨릴까

중앙일보

입력 2021.09.0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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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 정계 이단아 두 명의 ‘삿초(薩長) 동맹’은 레이와(令和·2019~)판 ‘메이지(明治·1867~1912) 유신’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인가.

2021년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 유력 후보

2021년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 유력 후보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7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이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를 유보하는 대신 고노 다로(河野太郎) 행정규제개혁상을 지지하기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렇게 될 경우 차기 총재를 정하는 이번 선거는 이미 출마를 밝힌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외상과 고노 개혁상, 그리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지지를 밝힌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총무상이 가세한 2강 1중의 구도로 전개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시선을 끄는 건 비주류인 고노와 이시바가 손잡고 지난 9년가량 일본 정계를 좌우해 온 ‘2A(아베·아소)’ 체제, 나아가 1955년 창당 이후 66년간 계속된 자민당 파벌 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을지다. 이는 엄격한 신분제 사회였던 에도(江戶) 막부를 타파하기 위해 과거 앙숙이던 조슈(長州·현 야마구치현)와 사쓰마(薩摩·현 가고시마현)가 서로 손잡고 ‘메이지 유신’을 일으켜 현대화를 일궈낸 것에 비유된다. 역사는 이를 삿초 동맹이라 부른다.

고이즈미 신지로가 둘 사이 중재역

자민당 66년 주요 파벌 변천.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자민당 66년 주요 파벌 변천.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현재 고노-이시바는 각각 과거의 조슈와 사쓰마, 두 사람의 중재역을 자처하는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고이즈미 전 총리의 아들) 환경상은 과거 삿초 동맹을 중재했던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 역할을 맡은 형국이다. 일부에선 자신을 퇴진으로 몰고 간 2A에 원한이 있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를 료마에 비유한다.

‘차기 총재로 적합한 정치인’을 묻는 교도통신(4~5일 실시) 여론조사 결과는 고노(31.9%)-이시바-(26.6%)-기시다(18.8%) 순이었다. 고노에 크게 뒤지지 않는 2위인데도 이시바가 불출마로 기운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17명의 이시바파 내부에서 일부 의원이 고노 지지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둘째, 이미 네 차례나 자민당 총재에서 낙선한 상황에서 “이번마저 떨어지면 더는 총리가 될 가능성이 사라진다”는 자체 판단에서다. 이시바의 강점이던 지방·당원 표마저 고노에게 뒤지는 상황에선 “일단 고노의 손을 들어주고 정국 운영의 중심으로 뛰어든 다음 차기를 노리자”는 현실적 결단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저돌적 스타일 고노 여론조사서 1위

아베

아베

이시바는 과거 아소 다로 총리 정권(麻生太郎·2008~2009년), 아베 2기 정권(2012~2020년)에서 같은 당이면서도 적극적으로 내부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그래서 대중적 인기는 높았지만 자민당 내부, 특히 본류인 2A는 그를 눈엣가시로 여겼다. ‘오타쿠’ ‘헨진(變人·괴짜)’으로도 불렸다.

이시바의 지지를 얻어낸 고노도 이시바 못지않은 ‘헨진’으로 불린다. 나이가 들면서 다소 나아지긴 했지만, 예측불허의 언행이 늘 따라다녔다. 파벌 내부에서도 “별채에 사시는 분”이라는 조롱이 나왔다. 저돌적인 스타일로 “원맨쇼에만 능하다”는 비판이 있지만, “침체된 일본에 활기를 불어넣으려면 지금은 고노 같은 특이한 인물이 필요하다”는 옹호론도 상당하다.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는 몇 안 되는 일본 정치인이기도 하다.

아소

아소

고노-이시바의 ‘삿초 동맹’을 어떻게든 막아야 하는 2A의 입장은 곤혹스럽다. 일본 언론들은 “아베는 일단 다카이치를 밀지만 (1차 투표에선) 단독 과반수 없이 고노-기시다 간 결선투표로 갈 것으로 보고 최종적으론 기시다를 지지할 것”으로 내다본다. 아베가 다카이치 지지를 밝힌 것은 기시다가 언론에 나와 ‘아베 스캔들’에 대한 철저한 추궁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데 대한 일시적 분노와 견제 때문이지, 결국은 고노 당선을 저지하려고 기시다와 타협점을 찾으려 할 것이란 분석이다. 고노가 자신의 파벌 소속임에도 지지를 꺼리는 아소도 결국 기시다 지원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이번 선거는 소장파가 주도하는 고노-이시바의 ‘삿초 동맹’ 대(對) 아베-아소로 상징되는 기득권 중진들의 ‘에도막부 지키기’의 싸움이 될 전망이다. 고토 겐지(後藤謙次) 교도통신 전 편집국장은 TV아사히에 “파벌 단위의 총재 선거에서 국회의원 개개인의 판단에 의한 총재 선거로 이행하는, 자민당이 확 변하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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