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원도 “정부, 국민에 부동산 실정 책임 전가”

중앙일보

입력 2021.09.08 00:05

업데이트 2021.09.08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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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책연구기관들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조목조목 분석한 뒤 “실정(失政) 책임을 일반 국민의 탓으로 전가했다”는 비판을 담은 합동 보고서를 내놨다. 시장이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정책을 만들어야 했는데 인위적으로 억누르기에 급급했다는 분석이다. 공공부문은 악덕 투자자와 다름없고, 정치인과 공직자도 이를 조장하거나 방치했다는 날 선 지적까지 담겼다.

지난달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 제출된 ‘부동산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중점 대응전략’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지난해 8월부터 1년간 한국 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주관하고 국토연구원·주택금융공사 등이 협력해 작성했다. 주택정책 및 부동산 산업·조세정책, 부동산 금융정책, 부동산 형사정책 등 크게 세 가지 분야로 나눠 분야별 정책 변화와 그에 따른 시장질서 교란 행위를 분석하고 대응전략 등을 제시했다. 분량만 719페이지에 달한다.

보고서는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해 혼란을 야기했다는 점도 비판했다. “부동산 정책의 실패는 시장의 변화상을 간과한 채 종래의 규제·과세 중심의 부동산관을 답습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공공이 주택공급 정책을 주도하고 있지만, 공공부문의 인허가 물량은 전체의 13.2%에 불과하다는 점을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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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공공의 공급 물량이 5.1%밖에 안 된다. 보고서는 “시장의 수급균형을 유지하려면 민간의 주택공급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공급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주택자와 민간주택 공급자 규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보고서는 “임대주택의 대부분을 민간(다주택자)이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다주택자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정책은 민간임대주택 시장을 위축시켜 원활한 민간임대주택 공급을 저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재인 정부가 투기 주범으로 지목했던 ‘다주택자’의 개념도 문제 삼았다. 객관적인 기준이나 사회적 합의 없이 복수의 주택을 소유한 것만으로 다주택자라고 규정하고, 종합부동산세 등 조세 중과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또 충분한 정책 검증 과정 없이 임대차 3법을 강행함으로써 스스로 소유자 적대적 또는 반자본주의적 이미지에 갇히게 됐다고 진단했다.

가격 통제 위주의 정책도 문제점으로 짚었다. 보고서는 “부동산 가격을 통제하는 것이 주된 정책 목표가 돼선 안 된다”며 “거래절벽이나 매물 잠김과 같은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유통 및 소비와 관련한 규제와 조세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부의 시장개입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 실패를 국민에게 전가하는 점도 비판했다. 보고서는 “공공부문부터 제대로 설계했다면 부동산 시장 안정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었겠지만, 경영평가가 보편화한 이래 공공부문은 차익과 폭리를 노리는 악덕 투자자와 다르지 않게 됐다”고 진단했다. 더불어 정치가와 공직자도 실적과 성과를 위해 상황을 알면서도 조장하거나 방치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끝으로 “실정의 책임을 일반 국민의 탓으로 전가하고, 부동산을 통한 개인의 불로소득부터 바로잡겠다고 국민을 향해 징벌적 과세 수준의 애먼 칼을 빼들었다”며 “순서가 잘못됐고 퇴로 없는 정책은 저항만 낳을 뿐”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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