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인상 땐 빚 많은 신흥국, 폰지사기처럼 거품 터질 우려”

중앙일보

입력 2021.09.08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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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주식·채권 등 모든 자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거품이 발생했다. 앞으로 금리가 오르면 자산시장 거품이 붕괴할 수 있다.” 제프리 프랑켈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가 보낸 경고 메시지다.

제프리 프랑켈

제프리 프랑켈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원(KDI)은 7일 ‘주요 20개국(G20) 글로벌 금융안정 콘퍼런스’를 열었다. 이날 온라인으로 기조연설에 나선 프랑켈 교수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가장 취약한 고리로 신흥국을 지목했다. 그는 “신흥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다. 경기 회복 속도에서도 신흥국과 선진국의 격차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대폭 불어난 신흥국 국가부채가 글로벌 경제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켈 교수에 따르면 신흥국들은 1980년대 국가부채 위기, 90년대 외환위기를 거치며 외환시장과 재정의 건전성을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퇴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프랑켈 교수는 “2012년과 2013년을 기점으로 신흥국의 경상수지 적자와 달러 표시 부채 등이 늘어났다. 신흥국 경제의 취약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국가채무 전망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기획재정부]

국가채무 전망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기획재정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금리가 낮을 때는 신흥국들이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었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세금 수입이 늘어난 덕분에 저금리 빚의 부담을 크게 느끼지 않아도 됐다는 의미다. 프랑켈 교수는 “이제 금리는 언제든지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면 신흥국의 금융 부문이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커스 브루너마이어

마커스 브루너마이어

아이한 코제 세계은행 개발전망국장도 이날 콘퍼런스에서 “선진국은 금융안정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해도 신속하게 회복했다. 하지만 신흥시장은 다르다”고 말했다. 미국 프린스턴대의 마커스 브루너마이어 교수는 “현재는 미국이 저금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앞으로 큰 폭으로 인상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신흥국에 큰 충격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신흥국의 국가부채 위기가 마치 ‘폰지 사기’에서 거품이 터지는 것과 비슷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폰지 사기는 돌려막기 형태의 다단계 금융사기를 가리킨다.

한국도 마음을 놓을 상황은 아니다. 기재부에 따르면 내년 말 국가채무는 1068조3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50.2%)은 처음으로 50%를 넘어선다. 2025년 국가채무는 1408조5000억원, 국가채무 비율은 58.8%로 치솟는다. 이날 콘퍼런스에 맞춰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프랑켈 교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긴축 신호에 따라 세계적으로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도 재정·통화정책 기조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출석해 “GDP 대비 국가채무 수준은 선진국의 절반도 안 되는 양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GDP 대비 (재정) 적자가 늘어나는 속도가 빨라서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정부로서는 건전성 문제도 고민하며 재정 운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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