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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터 같은 슬라이더, 류현진은 계속 진화 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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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역투하는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 지난달 부진을 털어낸 그는 시즌 13승을 올렸다. [USA투데이=연합뉴스]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역투하는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 지난달 부진을 털어낸 그는 시즌 13승을 올렸다. [USA투데이=연합뉴스]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이 7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 원정경기에서 6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토론토의 8-0 승리를 이끌면서 시즌 13승을 수확한 그는 아메리칸리그(AL) 다승 2위에 올랐다. 리그 1위 게릿 콜(14승·양키스)과 1승 차다. 2013년과 2014년 LA 다저스에서 세웠던 MLB 개인 한 시즌 최다승(14승) 기록도 눈앞으로 다가왔다.

지난달의 부진을 털어내 더 의미 있다. 류현진은 8월 6경기에서 2승 3패, 평균자책점 6.21로 부진했다. 9일 보스턴 레드삭스전과 27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서 두 차례 7실점으로 무너진 게 치명적이었다. 류현진 특유의 안정감을 잃고 한 달간 롤러코스터를 탔다.

9월 첫 등판인 이날은 여러모로 달랐다. 얼굴을 뒤덮었던 수염을 말끔히 깎고 마운드에 올랐다. 직구 최고 구속이 시속 151㎞(93.9마일)까지 나왔다. 주무기인 체인지업의 위력도 완벽하게 회복했다. 스스로 “올 시즌 들어 가장 힘이 좋은 경기였다”고 자평했을 정도다.

비중을 높인 슬라이더 역시 빛을 발했다. MLB닷컴 통계 사이트인 베이스볼 서번트는 이날 류현진이 직구 30개, 컷패스트볼(커터) 22개, 체인지업 21개, 커브 7개를 던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류현진은 “(커터로 집계된 건) 슬라이더성 커터 혹은 슬라이더였다”고 밝혔다.

류현진은 경기 후 화상 인터뷰에서 “이번 등판을 앞두고 로비 레이의 투구 내용을 많이 공부했다. 레이는 직구와 슬라이더만으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나 역시 비슷한 구종을 던질 수 있으니, 그걸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지난 경기부터 본격적으로 썼고, 이번 경기에서 많이 던져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왼손 투수인 레이는 올 시즌 중반부터 토론토 에이스 자리를 넘보고 있다. 평균자책점 2.60으로 AL 1위다. 사이영상 후보로 거론되고, 지난달엔 AL 이달의 투수상을 탔다.

류현진은 레이를 경계하지 않고 더 현명한 길을 택했다. 라이벌의 장점을 연구하고 벤치마킹한 것이다. 류현진이 빅리그에서 숱한 고비를 넘기고 정상급 투수 반열에 오른 비결이다.

류현진은 “슬라이더는 높거나 낮게 던질 수 있는데, 낮게 던지면 상대 타자가 더 어려움을 느낄 거라고 생각했다. 포수 대니 잰슨과 경기 전 여러 구종을 던지고 싶다고 얘기했는데, 사인을 잘 내줘서 편안하게 경기를 풀어갔다”고 고마워했다. 다만 “평소 자주 던지지 않던 구종을 많이 던져서인지 몸에 약간의 이상을 느꼈다. 6회가 끝난 뒤 감독님과 얘기해 그만 던지기로 했다. 큰 문제가 아니니 다음 등판도 똑같이 준비하겠다”고 했다.

현지 언론의 찬사도 쏟아졌다. MLB닷컴은 “토론토 구단은 빅 게임을 맡기기 위해 2019년 12월 베테랑 류현진과 계약했다. 류현진은 이날 그 믿음에 부응했다. 6월부터 지난달까지 불안정하기도 했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 제 몫을 했다. 특히 1회 투구 내용은 토론토가 류현진과 계약하면서 바랐던 바로 그 모습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날 승리로 5연승을 질주한 토론토는 AL 와일드카드 1위 양키스를 3.5경기 차로 따라잡았다. 멀어진 듯했던 가을 야구 티켓이 가시권에 다시 들어왔다. MLB닷컴은 “류현진은 지난해 9월 24일에도 양키스전 7이닝 무실점 호투로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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