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마비도 음악의 삶 못 막았다”

중앙일보

입력 2021.09.0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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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7일 음반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연주하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 [사진 구본숙 작가]

7일 음반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연주하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 [사진 구본숙 작가]

“평생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전설적인 바이올린 연주자 티보 바르가(1921~2003)는 2003년 한국의 연주자 김응수(45)에게 이렇게 말했다. 김응수가 스위스에서 열린 티보 바르가 콩쿠르 2위에 입상한 후였다.

김응수의 바이올린 음색은 독특하고 아름답다. 음악 칼럼니스트 류태형은 “20세기의 명 바이올리니스트들처럼 아스라한 빛깔이 있는 음색이다. 거침없는 패시지에서도 정연한 연주를 들려준다”고 했다.

김응수는 오스트리아 빈과 그라츠 음대, 독일 하노버 음대를 모두 수석 졸업했다. 아내인 피아니스트 채문영과 함께 2004년 마리아카날스 국제 콩쿠르 듀오 부문 1위를 했다.

하지만 음악성과 재능에 비해선 덜 알려졌다. 특히 한국에서는 그동안 큰 무대가 별로 없었다. 골수팬들의 충성심, 청중의 입소문으로 알려졌던 그가 7일 음반을 냈다.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그는 “음악가로서 더 많이 알려지고 연주 기회가 있다면 감사하지만, 음악인은 음악인으로 남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내 철학”이라고 했다.

연주자로서의 삶은 평탄치 않았다. 2004년, 2006년에 각각 얼굴의 오른쪽과 왼쪽에 마비가 왔다. “러시아 투어 14회를 취소해야 했다”고 말했다.

또 “2003년 티보 바르가 콩쿠르에서는 호텔비를 제하니 한국 돈으로 10만원 정도만 남아서 3주 동안 초콜릿 크루아상만 먹으며 버텼다. 2012년 한양대 교수 임용 후에도 1년은 고시원에서 지내야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어려웠다”고 했다.

하지만 김응수는 “끝까지 음악을 하겠다. 청중에게 연주 들려주고 교감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하다”고 다짐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나의 내면과 만날 수 있고, 시대의 철학을 배울 수 있어 음악가의 삶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음악가에게는 시작보다 끝맺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음반에는 드보르자크 ‘네 개의 낭만적 소품’으로 시작해 엘가 ‘사랑의 인사’, 파라디스 ‘시칠리안느’, 생상스 ‘서주와 론도’ 등이 들어있다. 김응수는 “인생의 다양한 감정을 담아내고 싶었다. 삶의 순간순간마다 힘을 줬던 곡들을 녹음했다”고 했다. 2016년과 지난해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추억이 주를 이룬다.

24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는 독주회를 연다. 모차르트 소나타(K.304), 베토벤 소나타 7번 등이 주요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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