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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그는 프랑스 국보였다” 아듀, 장 폴 벨몽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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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2013년 프랑스 뤼미에르 영화제에 참석, 젊은 시절 사진 앞에서 선 장 폴 벨몽도. [AP=연합뉴스]

2013년 프랑스 뤼미에르 영화제에 참석, 젊은 시절 사진 앞에서 선 장 폴 벨몽도. [AP=연합뉴스]

프랑스 국민배우 장 폴 벨몽도(88)가 6일(현지시간) 별세했다. AP·AFP 등 외신에 따르면 벨몽도의 개인 변호사 미셸 고데스트는 벨몽도가 파리 시내 자택에서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고 밝혔다.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1933년 파리 근교 뇌이쉬르센에서 유명 조각가 폴 벨몽도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장 뤼크 고다르 감독의 ‘네 멋대로 해라(1960)’를 비롯해 80여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1960~70년대 프랑스의 대표적인 남자배우로 이름을 떨쳤다.

1957년 데뷔 후 그는 예술영화뿐 아니라 액션·스릴러·코미디 등 여러 장르에서 경찰·도둑·신부·비밀요원 등 다양한 배역을 소화하며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남겼다. ‘파리는 불타고 있는가?’(1966), 007 시리즈 ‘카지노 로열’(1967), 갱스터 영화 ‘볼살리노’(1970) 등이 대표작이다.

벨몽도는 장 뤼크 고다르, 프랑수아 트뤼포 등 1960년대 프랑스 영화 운동 ‘누벨 바그(Nouvelle Vague, 새로운 물결)’를 대표하는 감독들과 함께 기존의 권위와 관습을 거부하고 실험적인 영화들을 선보였다. 특히 ‘네 멋대로 해라’ 에서 거칠고 반항적인 비운의 깡패 역을 연기하며 누벨 바그를 상징하는 스타로 떠올랐다. 한때 아마추어 권투선수였던 그는 대역을 쓰지 않고 직접 스턴트 연기를 하는 배우로도 유명했다.

2001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은퇴를 예상했지만, 2008년 영화 ‘남자와 그의 개’로 복귀하는 집념을 보였다. 평생 영화에 헌신한 그는 2009년 LA비평가협회상에서 공로상을 받았고, 2016년 제73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는 명예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벨몽도의 오랜 친구이자 경쟁자인 배우 알랭 들롱은 그의 타계 소식을 접한 뒤 “나 자신이 산산조각난 것 같다”며 슬퍼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트위터에 글을 올려 “위대한 영웅부터 친숙한 인물”까지 연기한 벨몽도를 국보라고 부르며 “우리는 그에게서 우리 모두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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