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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대출절벽 오나…주택담보·신용 이어 전세대출도 손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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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대출 규제의 무풍지대였던 전세자금 대출에 규제 강화를 검토 중이다. 급증하는 가계 부채 증가세를 막기 위해서다. NH농협은행 등 일부 은행이 전세대출을 중단한 데 이어, 대출 규제마저 강화될 경우 실수요자들의 어려움도 커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전세대출에 대한 규제 강화를 검토 중이다. 사진은 농협은행의 대출 창구. 농협은행은 11월까지 전세대출, 비대면 담보대출, 단체승인 대출(아파트 집단대출)의 신규 신청을 받지 않는다.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전세대출에 대한 규제 강화를 검토 중이다. 사진은 농협은행의 대출 창구. 농협은행은 11월까지 전세대출, 비대면 담보대출, 단체승인 대출(아파트 집단대출)의 신규 신청을 받지 않는다. 연합뉴스

금융당국은 주택구입용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도 그동안 전세대출만은 예외로 했다. 전세대출은 실수요자가 받는 대출인 데다, 주거 안정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규제의 파급력이 만만치 않아서다. 2018년 9·13 대책 이후 다주택자 등에 대한 전세대출만 규제를 강화했을 뿐, 무주택자의 전세대출에는 별다른 제한이 없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전세대출 규제 강화까지 검토하는 건 전세대출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이끌고 있어서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액(28조6610억원)의 절반 이상을 전세대출(14조7543억원)이 차지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7일 “전세대출 증가세가 지나치게 빨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대출 관리방안은 추석 이후 나올 가계부채 추가 대책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이세훈 금융위원회 사무처장도 이날 한국금융연구원의 토론회에서 “올해는 실수요 성격의 정책 모기지와 집단대출 등이 가계부채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며 “주택구입용 주담대와 신용대출이 증가세를 주도한 지난해와 사뭇 다른 측면이라, 이 부분에 대한 관리도 일정 부분 섬세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날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가계부채 총량관리에서 전세대출을 제외하는 방안에 대해 “금융위원장과 상의를 해보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답하며 전세대출에 대한 규제가 현실화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가계대출 증가액 절반 차지한 전세대출.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가계대출 증가액 절반 차지한 전세대출.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전세대출 급증에 대한 금융권과 금융당국의 시각은 엇갈린다. 금융권에서는 전세대출 증가를 전셋값 상승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본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년 전보다 17.8% 올라 평균 전셋값은 5억1011만원에서 6억4345만원이 됐다. 오른 전셋값을 감당하기 위해 대출을 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 금융당국과 정부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전셋값 상승 외에 다른 요인도 전세대출 증가에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셋값을 치를 여유자금이 있어도 전세대출을 받아 전세금을 내고, 남은 자금을 주식이나 암호화폐 등 투자 용도로 쓰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도 이날 국회 예결위에서 "(실수요자의 어려움이 일부 있을 것 같지만, 무분별하게 대출을 통해 부동산에 투자하는 걸 제어하는 데 기여하고자 (대출 규제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중은행 전세대출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시중은행 전세대출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문제는 전세대출을 규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없게 하면서 규제를 강화할 묘수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동훈 금융위 금융정책과장도 이날 금융연구원 토론회에서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세대출, 정책 모기지, 집단대출 모두 실수요와 관련된 대출이라 정책적으로 진퇴양난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전세대출 때 자금조달계획서를 받아 대출 심사를 강화하거나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에 전세대출을 포함하는 방법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자금조달계획서에 대해 금융위는 “검토되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DSR 규제 강화는 실수요자에게 광범위한 영향을 미쳐 부작용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전세보증금을 담보로 한 생활안정자금 대출에 대한 규제 등도 거론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유주택자라고 하더라도 교육 등의 목적으로 다른 지역에서 전세를 살아야 하는 경우도 많은데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 이런 이들도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전세대출 규제 검토와 별개로 신규 전세계약을 맺거나 전세보증금을 올려줘야 하는 세입자들은 '금융당국 발 대출 절벽'에 직면한 상태다. 가계대출 증가 폭이 금융당국의 목표치를 넘은 NH농협은행 등은 전세대출 등 주담대를 중단한 데다, 풍선효과를 우려한 시중은행들이 전세대출 금리를 올리면서 이자 부담까지 커지고 있다.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실수요자의 부담이 늘어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이날 전세대출 규제 강화에 대해 “최근 급증한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해 면밀히 동향을 점검·관리하고 있으며,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가계부채 관리방안은 확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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