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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장 썼다→안썼다' 말 바꾼 김웅 "손준성과 술 한잔 안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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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측 입장에서 고발장이 들어왔던 것 같다”(2일 뉴스버스와의 통화) → “최강욱 의원 고발장은 내가 썼다”(6일 중앙일보 등) → “내가 쓴 고발장은 없다.”(7일 중앙일보)

검찰발 ‘고발 사주’ 의혹이 대선 정국을 강타한 가운데, 고발장의 중간 전달자로 지목된 김웅 국민의힘 의원의 해명이 자꾸 바뀌면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4·15 총선이 임박한 지난해 4월 3일과 8일 ‘손준성 대검 정책관→김웅 미래통합당 후보→당 선대위 및 법률지원단’의 순서로 두 차례 고발장이 텔레그램으로 넘어갔다는 게 제기된 의혹인데, 이에 대한 김 의원 발언이 7일 또 달라졌다.

지난 8월 9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유승민 대통령예비후보 캠프 대변인단 명단을 검사내전 김웅의원이 발표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지난 8월 9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유승민 대통령예비후보 캠프 대변인단 명단을 검사내전 김웅의원이 발표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그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4월 3일은 물론 8일 따로 진행했던 최강욱 의원 고발장 작성 역시 난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2일 인터넷 매체에 “검찰이 준 것 같다”고 한 것은 물론, 전날 “선거법 위반 고발장 초안은 잡아줬다”(TV조선)라거나, 중앙일보에 “최 의원 고발장은 내가 썼다”고 말한 것과도 다르다. 그는 “최강욱 의원이 유튜브에 나와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 당에 처음 문제제기를 한 것은 맞지만, 고발장을 쓰지도 초안을 잡아주지도 않았다”고 말을 바꿨다. 다음은 일문일답.

왜 말이 달라지나.
“사실 기억이 잘 안 난다. 질문내용을 바탕으로 답하다 보니 그렇게 오해를 사게 됐다.”
어제하고도 다른데.
“내 말의 정확한 취지는 ‘최 의원을 고발해야 한다고 당 인사에 주장했다’는 것이다.”
당은 4개월 뒤 최 의원을 고발했는데.
“나와는 무관하다.”

손준성 검사에게 자료를 건네받았는지에 대해서도, 접촉 사실을 시인하는 듯했던 기존 입장이 변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당 의원총회에서 동료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당 의원총회에서 동료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오종택 기자

지난 1일 “손 검사에게 법리적으로 맞나 등을 물어봤을 수는 있다”(뉴스버스와의 통화)고 했던 김 의원은 이날 본지에는 “그럴 만큼 친하진 않다”고 달리 말했다. 손 검사를 ‘준성이’로 호칭하면서 “그 친구를 되게 훌륭하게 평가를 하지만, 같이 술 한 번 먹어본 적 없다”고 했다.

김 의원은 당 인사에 전달한 텔레그램에 ‘손준성 보냄’이라고 나와 있는 것에는 “그것 자체가 완전히 조작된 것일 수도 있고, 실제 그런 사실이 있는데 내가 기억을 못 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모호하게 말했다.

이에대해 같은 당 김태흠 의원은 성명을 내고 “김웅 의원의 모호한 처신은 의심만 증폭해 여권의 공작에 먹잇감을 제공했다는 면에서 엄청난 해당 행위”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한편 김웅 의원은 자신이 당에 전달한 제보 문건을 외부에 알린 인물(제보자 A씨)에 대해선 “누군지 알고 있다”고 적극적으로 말했다. 그는 “이미 알고 있는 분도 있는데 굳이 제가 먼저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제보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유승민 전 의원을 모두 잡으려 하는 것”이라며 “그의 신원이 공개되면 배후 세력도 함께 밝혀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현재 유승민 전 의원 대선 캠프의 대변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제보자가 누구냐에 따라, 사건의 성격이 확 달라진다”며 “당내 특정 캠프와 연관됐을 경우에는 경선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고 말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4월 5차례에 걸쳐 당 인사인 A씨에게 텔레그램으로 ‘유시민·최강욱·황희석’ 등 여권 인사 등의 고발장을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확인하시면 폭파”라는 메시지를 보내는가 하면, 텔레그램 전화걸기 기능으로 A씨에게 전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들이 7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ASSA빌딩 방송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후보 1차 경선 후보자 3대 정책공약 발표'에 참석해 있다. 왼쪽부터 윤석열, 홍준표, 박진, 하태경, 유승민, 원희룡, 장기표, 최재형, 황교안, 안상수, 박찬주, 장성민 후보 .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들이 7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ASSA빌딩 방송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후보 1차 경선 후보자 3대 정책공약 발표'에 참석해 있다. 왼쪽부터 윤석열, 홍준표, 박진, 하태경, 유승민, 원희룡, 장기표, 최재형, 황교안, 안상수, 박찬주, 장성민 후보 .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에 나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본인은 ‘떳떳하다, 부끄러운 게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날 면담 내용을 전했다. 또 “윤 전 총장은 ‘고발장 양식 같은 경우도 검사가 쓴 것이 아닌 것 같다’고 하더라”라고 덧붙였다.

윤 전 총장은 이날 당 대선 후보 공약 발표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조속한 진상규명을 바란다”면서 “김 의원과 따로 통화하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어떤 방식이든’에 대해 윤 전 총장 측은 “특검 카드까지도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부연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뒤이어 기자들에게 “제가 김웅 의원에게 ‘정직이 최선의 대응 방법’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김웅 의원은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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