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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엔 20만원, 올해는 10만원…고물가에 골칫거리 김영란법

중앙일보

입력

국민권익위원회의 올해 추석 농축수산물 선물 가액 상향을 위한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이 사실상 무산됐다. 사진은 7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는 모습. 뉴스1

국민권익위원회의 올해 추석 농축수산물 선물 가액 상향을 위한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이 사실상 무산됐다. 사진은 7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는 모습. 뉴스1

20만원으로 늘어났던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의 농축수산물 선물 상한액이 올해 추석에는 다시 10만원으로 내려갈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를 핑계로 법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시민단체의 비판이 나오고, 자칫 심상찮은 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7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과 올해 설 공직자 등에 대한 농축수산물 선물 상한액은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일시 상향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고향 방문 제한 등을 이유로 들었다.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두 달째 네 자릿수로 발생하는 등 방역 상황은 작년 추석보다 더 엄중해졌지만, 올해 추석에는 김영란법에 이런 예외를 두지 않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7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의 결정권을 가진 권익위 전원위원회는 올 추석 전에 회의를 개최할 계획이 없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명절 때마다 자꾸 특례를 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날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이 “농촌 현장에 코로나19로 외국인 근로자가 거의 안 와서 인건비만 10만~15만원까지 올라가 어려움이 많다”며 “추석이 2주밖에 안 남았는데 농축수산물 선물 상한액을 이번에도 20만원으로 높여 주실 거냐”고 묻자 김 총리는 “국회에서 법을 바꿔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농어민 단체는 지난해처럼 올해 추석에도 선물 가액 한도를 20만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김영란법 대상 공직자가 아닌 일반인에게도 선물 가액 기준에 대한 인식이 확산돼 농민 피해가 연이어 커지고 있는 현실을 권익위가 인지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최근 전현희 권익위원장과 비공개로 회동해 선물 상한액의 일시 상향을 요청했다. 그러나 권익위 측이 “계속 예외를 두면 법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농어민 단체는 또 “물가가 많이 올라서 10만원 기준은 너무 낮다”고 호소한다. 하지만 반대로 선물 상한액을 올리면 추석 물가를 오히려 자극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최근 5개월째 2%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소비자물가는 경제 부처의 가장 큰 걱정거리 중 하나다. 특히 과실류·달걀 등 농축수산물이 전체 물가 상승을 이끌며 고민을 키우고 있다.

물가 당국 관계자는 "추석을 앞두고 상한액을 올리면 고액 선물 수요가 늘어날 수도 있다"며 "특히 설 선물로 과일·고기 등이 인기가 높은데, 재난지원금 사용과 맞물려 이들 물품 가격이 오르면 물가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했다.

국회도 농어민의 손을 들어주고는 있지만, 당장 올해 추석은 ‘김영란법 특례 효과’를 보지 못할 전망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는 지난달 27일 권익위의 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여야 합의로 의결했다. 현재 국회에는 김영란법의 선물 상한액을 명절 때마다 완화하거나 농축수산물을 김영란법 적용 품목에서 제외하는 등의 법안이 5건 발의됐지만, 아직 소관 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농민 등 생산자 단체의 의견을 권익위에 전달했지만, 이번에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농축수산업계의 지원할 수 있는 쪽으로 결정되지 않아서 안타까운 부분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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