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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충격' 이낙연, 목소리도 안 들려…'네거티브 중단' 선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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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선 경선 후보가 7일 오후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선 경선 후보가 7일 오후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5일 더불어민주당 충청 지역 경선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대패한 이낙연 전 대표가 7일 “네거티브 선거로 오해받을 만한 일은 저도 캠프도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예정된 경제 정책 발표에 앞서 충청권 경선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지난 6일 예정된 일정 대부분을 취소하고 국회 의원회관에 머무른 뒤 공개적으로 처음 발언을 하는 자리였다. 이 전 대표는 “충청권의 투표 결과는 저에게 아픈 것이었다. 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부족함이 무엇이었는지 깊게 고민했다”고 말했다. 여기서 이 전 대표의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취재진에선 “목소리 좀 키워달라”는 요청이 나오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이어 “모든 정책과 메시지를 미래지향적인 것으로 집중하겠다”며 “(이 지사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를 많이 자제해왔지만 더 자제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낙연 캠프 복수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6일 캠프 내에선 이재명 지사에 대한 검증 공세에 관해 상반된 평가가 나왔다고 한다. 한 핵심 관계자는 “이 지사에 대한 말을 계속해서 이 지사의 주목도를 더 높여줬다고 평가했다”며 “앞으로 이 전 대표의 국정 경험과 능력에 대해서만 말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지사의 리스크를 당내 경선에서 철저하게 검증 안 하면 정권 재창출에 실패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전했다. 격론 끝에 이낙연 캠프는 네거티브 공세가 득보다 실이 많았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 전 대표는 대구로 이동하기 전 예정에 없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소를 방문했다. 이 전 대표는 이곳에서 “경선 중대 고비에 김 전 대통령에게 제 심경을 말씀드리고 용기와 지혜를 빌리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그가 6일 갑자기 대부분의 일정을 취소하자 일각에선 경선포기설이 나돌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충청권 경선이 끝난 뒤에 남은 일정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씀드렸다”며 “(6일엔) 일상적 일정을 그대로 소화하는 것보다 잠깐 생각을 갖는 게 필요하겠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이재명 독주, 현장투표 중단 與 경선 흥행 비상

첫 지방순회 경선에서 1위 이재명 지사가 54.72%를 득표하면서 당에선 경선 흥행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당 선관위 관계자는 “이 지사의 독주가 이어지면 긴장감이 떨어져 국민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날 수 있다”며 “주목을 끌 만한 다른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고 말했다.

4일 오후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자 선출을 위한 대전·충남 합동연설회 시작에 앞서 지지자들이 행사장 밖에 모여서 후보들을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오후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자 선출을 위한 대전·충남 합동연설회 시작에 앞서 지지자들이 행사장 밖에 모여서 후보들을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주말 충청권 현장투표 행사장 밖에 지지자 수백명이 몰려 방역 지침 위반 논란을 키운 것도 흥행에 악재가 됐다. 불법집회 주도 혐의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2일 구속된 상황과 맞물려서 정의당과 민주노총에선 “여당 경선은 문제없고 노동자 집회는 방역수칙 위반이라고 하는 것은 이중잣대”라는 비판이 나왔다. 결국 민주당 선관위는 6일 다음 차례인 대구·경북 지역 경선부터 현장투표를 중단하고 온라인과 ARS 투표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정의당은 7일 송영길 민주당 대표를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상민 민주당 선대위원장은 6일 “6명 후보 모두 선관위의 결정을 존중해주기로 했다”며 “별다른 문제나 이견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이재명, 박용진 후보를 제외한 후보 캠프에선 불만과 걱정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낙연 캠프 총괄본부장 박광온 의원은 7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현장투표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던 건 후보의 유불리를 떠나서 민주당 경선 흥행이 걱정됐기 때문”이라며 “충청권 당원 중 절반이 대선 후보 선출을 안 한 것을 보고 정권 재창출이 만만치 않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세균 캠프 한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하면 지역 순회 경선이 아무 의미가 없다”며 “후보의 지역별 정견 발표도 듣지 않고 인기 투표식으로 진행하는 건 반쪽짜리 경선”이라고 말했다.

추미애 캠프에선 “몇백명이라도 후보를 보고 판단하는 것과 전혀 안 보고 찍는 건 의미가 다른데 이런 결정이 내려져 많이 아쉽다”는 반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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