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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제석학 "에브리싱 버블…국가채무에 언제든 터진다" 경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제프리 프랑켈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가 모든 자산에 거품이 껴 있다며 금리 인상 시 붕괴할 위험을 경고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차관이 7일 서울 중구 롯데 호텔에서 열린 '2021 G20 글로벌 금융안정 콘퍼런스'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뉴스1

이억원 기획재정부 차관이 7일 서울 중구 롯데 호텔에서 열린 '2021 G20 글로벌 금융안정 콘퍼런스'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뉴스1

7일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원(KDI)이 공동으로 ‘주요 20개국(G20) 글로벌 금융안정 콘퍼런스’ 주최했다. 기조연설자로 나선 프랑켈 교수는 “주식ㆍ채권 등 다양한 자산의 가격이 모두 폭등하는 ‘에브리싱 버블(everything bubble)’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것이 터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취약한 고리는 신흥국가다. 프랑켈 교수는 “신흥 개발도상국의 백신 접종률은 선진국 대비 여전히 낮아 경기 회복에 있어 선진국과 격차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크게 불어난 신흥국 국가채무가 위기 ‘뇌관’으로 꼽혔다.

프랑켈 교수는 “1980년대 국채위기, 90년대 외환위기로 시행착오를 거치며 관련 정책을 개선해왔던 신흥국이 2010년대 이후 오히려 퇴보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2012~2013년을 기점으로 경상수지 적자, 달러 표시 국채(국가채무) 등이 늘어나는 현상이 취약함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금리가 낮을 땐 상관없었다. 이자율이 워낙 낮아 경제 성장에 따라 늘어나는 세금 수입으로 막을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프랑켈 교수는 “이제 금리는 언제든지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라며 “GDP 대비 부채 비율이 성장률, 교역 증가율에 맞춰 적절히 유지돼야 하지만 금리가 올라간다면 신흥국의 금융 안전성은 바로 붕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콘퍼런스에 발표자로 참석한 아이한 코제 세계은행(WB) 개발전망국장도 같은 진단을 했다. “코로나19로 위축이 있긴 했지만 선진국은 금융안정 관련 도전 과제가 발생해도 신속하게 회복하며 강력한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하지만 신흥시장은 다르다”며 “과거 경제위기 때와 비교해 회복도 주춤하고, 성장세도 훨씬 약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마커스 브루너마이너 프린스턴대 교수의 분석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금리 인상에 나선다면 신흥국 채무 위기가 폰지 사기(돌려막기 형태의 다단계 금융사기) 거품이 터지는 것과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브루너마이너 교수는 “미국이 저금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후 큰 폭으로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신흥국에 큰 충격일 수밖에 없는 만큼 거시 건전성 차원에서의 대비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국가채무 전망 그래픽 이미지. 자료 제공=기획재정부

국가채무 전망 그래픽 이미지. 자료 제공=기획재정부

한국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기재부 전망에 따르면 내년 말 국가채무는 1068조3000억원으로 올라선다. 첫 1000조원 돌파다. GDP 대비 채무 비율도 50.2%로 처음 50% 선을 넘어설 예정이다. 그리고 2025년 채무는 1408조5000억원, 채무 비율은 58.8%로 치솟는다. 지금 당장의 재정 지표는 다른 선진국이나 신흥국보다 나은 편이지만 늘어나는 속도가 빨라도 너무 빠르다. 코로나19 위기 후 ‘부채 다이어트’에 나설 주요 선진국과 다른 양상이다.

이날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한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이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국가채무의 GDP 대비 수준은 선진국의 절반도 안 된다. 다른 나라보다 양호한 수준”이라면서도 “다만 국가 GDP 대비 적자가 늘어나는 속도가 빨라서 여기에 대해 우려하는 대내외 시각이 많다. 정부로서는 건전성 문제도 고민하며 재정 운영을 하고 있다”고 홍 부총리는 밝혔다.

한편 2013년 시작한 ‘G20 글로벌 금융안정 콘퍼런스’는 올해로 7회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 맞춰 해외 연사는 화상으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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