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로 잘할 수 있나' 싶은, '저평가된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중앙일보

입력 2021.09.07 15:06

7일 음반 발매 후 기자간담회에서 연주하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 [사진 구본숙 작가]

7일 음반 발매 후 기자간담회에서 연주하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 [사진 구본숙 작가]

“평생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전설적인 바이올린 연주자 티보 바르가(1921~2003)는 말년인 2003년에 한국 연주자 김응수(45)에게 이렇게 말했다. 김응수가 스위스에서 열린 티보 바르가 콩쿠르 2위에 입상한 후였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 새 음반
"중요한 건 끝까지 음악을 하는 일"

김응수의 바이올린 음색은 독특하고 아름답다. 음악 칼럼니스트 류태형은 “20세기의 명 바이올리니스트들처럼 아스라한 빛깔이 있는 음색이다. 거침없는 패시지에서도 정연한 연주를 들려준다”고 했다. 과연 어린 시절부터 주목을 받았다. 오스트리아 빈과 그라츠 음대, 독일 하노버 음대를 모두 수석 졸업했다. 아내인 피아니스트 채문영과 함께 2004년 마리아카날스 국제 콩쿠르 듀오 부문 1위를 했다.

음악성과 재능에 비해 덜 알려진 연주자다. 특히 한국에서는 큰 무대가 별로 없었다. 골수팬들의 충성심, 청중의 입소문으로 알려졌던 그가 7일 음반을 냈다.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김응수는 “음악가로서 더 많이 알려지고 연주 기회가 있다면 감사하지만, 음악인은 음악인으로 남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내 철학”이라고 했다. ‘저평가된 실력파’ 혹은 ‘잊힌 천재’라는 타이틀에 대한 이야기다.

“나의 음악을 주관대로 하고 싶다. 힘든 삶을 살았지만 아름다운 음악을 남긴 음악가도 많다.” 김응수는 “오이스트라흐의 삶이 귀감이 된다”고 했다. 바이올리니스트 다비드 오이스트라흐(1909~74)는 감정이 지나치지 않은 예민한 감수성, 오차 없는 테크닉으로 많은 연주자의 우상이었다. 김응수는 “그의 동년배인 나탄 밀슈타인(1904~92)은 10대부터 월드스타였다. 오이스트라흐는 시골에서 바이올린을 하다가 뒤늦게 나왔지만 지금은 더 많이 알려져있다”고 했다. 또 “헨리크 셰링(1918~88) 역시 마흔 넘어 데뷔하고도 연주자의 길이 어려워 인류학 강의를 했던 시절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연주자로서 삶은 평탄치 않았다. 2004년, 2006년에 각각 얼굴의 오른쪽과 왼쪽에 마비가 왔다. “러시아 투어 14회를 취소해야 했다”고 했다. 또 “2003년 티보 바르가 콩쿠르에서는 호텔비를 제하니 한국 돈으로 10만원 정도만 남아서 3주 동안 초콜릿 크루아상만 먹으며 버텼다. 2012년 한양대 교수 임용 후에도 1년은 고시원에서 지내야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어려웠다”고 했다.

김응수는 “끝까지 음악을 하겠다. 청중에게 연주 들려주고 교감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나의 내면과 만날 수 있고, 시대의 철학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음악가의 삶을 선택했다. 음악가에게는 시작보다 끝맺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음반에는 드보르자크 ‘네 개의 낭만적 소품’으로 시작해 엘가 ‘사랑의 인사’ , 파라디스 ‘시칠리안느’, 생상스 ‘서주와 론도’ 등이 들어있다. 김응수는 “인생의 다양한 감정을 담아내고 싶었다. 삶의 순간순간마다 힘을 줬던 곡들을 녹음했다”고 했다. 2016년과 지난해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추억이 주를 이룬다.

24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는 독주회를 연다. 모차르트 소나타(K.304), 베토벤 소나타 7번 등이 주요 프로그램이다. 이번 음반 녹음을 담당한 황병준 사운드 엔지니어는 “녹음하면서 음색에 놀랐다. 이 정도로 연주를 잘할 수 있을까 싶다. 녹음도 좋지만 실제 연주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