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찢어 강제추방 모면"…벨라루스 잔다르크 법정서 '하트'

중앙일보

입력 2021.09.07 12:30

업데이트 2021.09.07 12:36

지난해 벨라루스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퇴진 시위를 이끌었던 야권 인사가 징역 11년 형을 선고 받았다.

벨라루스 야권 인사 마리아 콜레스니코바가 수도 민스크 주법원 법정 안 피고인석에서 공판을 기다리며 손으로 하트 모양을 그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벨라루스 야권 인사 마리아 콜레스니코바가 수도 민스크 주법원 법정 안 피고인석에서 공판을 기다리며 손으로 하트 모양을 그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민스크 법원이 야권 운동가인 마리아 콜레스니코바(39)에게 징역 11년을 선고해 서방 국가의 반발을 사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와 함께 구금된 야권 인사 막심 지낙(40)에게도 징역 10년형이 선고됐다. 법원은 이들에게 “위헌적인 방식으로 국가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극단주의와 공모한 혐의를 인정한다”고 판결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8월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체포돼 11개월 넘게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콜레스니코바는 이날 법정에서 국영 스푸트니크 TV 카메라를 향해 손으로 하트 모양을 그리고, 미소를 짓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플루트 연주자였던 그는 벨라루스의 잔다르크로 불리는 인물이다. 지난해 대선에서 야권의 선거운동본부장을 맡아 야당 대선 후보였던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38)를 지원했다. 선거가 끝난 뒤에는 반정부 시위 조직과 정권 교체를 목적으로 한 ‘조정위원회’ 임원으로 활동했다.

"대통령 퇴진" 외쳤다가 대낮에 납치 

벨라루스 당국은 조정위원회를 불법 단체로 규정하고, 지난해 9월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콜레스니코바를 체포했다. 당시 당국은 우크라이나로 달아나려던 야권 지도자 셋을 적발했으며 이 중 콜레스니코바만 붙잡았다고 발표했다.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주법원 법정에서 공판을 기다리는 야권 인사 마리아 콜레스니코바(오른쪽)과 막심 즈낙(왼쪽). 재판부는 이들이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혐의가 인정된다며 각각 11년과 10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주법원 법정에서 공판을 기다리는 야권 인사 마리아 콜레스니코바(오른쪽)과 막심 즈낙(왼쪽). 재판부는 이들이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혐의가 인정된다며 각각 11년과 10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이틀 뒤 나머지 2명이 당국의 발표와 정반대의 주장을 제기했다. 조정위원회 간부인 안톤 로드녠코프와 이반 크라프초프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스크 시내에서 대낮에 복면을 쓴 남성들에게 납치돼 우크라이나로 강제 출국당할 위기에 놓였었다”고 폭로했다.

하지만 “콜레스니코바는 출국을 거부하며 여권을 찢어 자동차 밖으로 던져 위기를 모면했다”며 “그녀는 자동차 지붕 위로 올라가 벨라루스 땅에 머무르겠다고 했다. 진짜 영웅이었다”고 했다. 이후 우크라이나 당국도 ”두 사람은 강제 출국당했고, 콜레스니코바는 스스로 강제 출국을 불가능하게 하는 행동을 해 들어오지 못했다”고 밝혔다.

블링컨 "국민 인권·개인 자유 침해…부끄러운 판결"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대선에서 80% 이상의 득표율로 압승하며 30년에 달하는 장기 집권에 성공했다. 이에 야권을 중심으로 정권의 투표 부정과 개표 조작에 항의하는 시위가 몇 달씩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3만5000여 명 이상이 체포됐고, 야권 지도자들이 해외로 쫓겨나거나 자진 망명했다.

지난해 벨라루스 대선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에 맞붙었던 야권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 [AP =연합뉴스]

지난해 벨라루스 대선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에 맞붙었던 야권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 [AP =연합뉴스]

콜레스니코바의 정치적 동지이자 야당 대선 후보였던 티하놉스카야도 대선 직후 리투아니아로 망명했다. 이날 티하놉스카야는 트위터에 “아무 죄 없는 두 사람을 수감한 것은 정권에 맞서는 벨라루스인에 대한 테러”라면서 “벨라루스에서 모든 사람이 석방될 때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방국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이번 판결은 벨라루스 정권이 국민의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또 다른 증거”라며 “정치적 동기에 따른 판결이자 부끄러운 선고”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과 영국 외무장관, 폴란드 외무장관도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벨라루스 국민을 위협하기 위한 탄압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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