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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이시바 두 괴짜 '삿초동맹', 일본 파벌정치 균열시키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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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 다로 행정규제개혁상(왼쪽)과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 [연합뉴스]

고노 다로 행정규제개혁상(왼쪽)과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 [연합뉴스]

일본 정계 이단아 두 명의 '삿초(薩長) 동맹'은 레이와(令和)판 메이지유신'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인가.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 언론들은 7일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자민당 총재선거 출마를 유보하는 대신 고노 다로 행정규제개혁상을 지지하기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렇게 될 경우 차기 총재를 정하는 이번 선거는 이미 출마를 밝힌 기시다 후미오 전 외상과 고노 개혁상, 그리고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지지를 밝힌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이 가세한 2강 1중의 구도로 전개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주목을 끄는 건 비주류 세력인 고노와 이시바가 손을 잡고 지난 9년가량 일 정계를 주름잡던 '2A(아베·아소)'체제, 나아가 1955년 창당 이후 66년 계속된 자민당 파벌 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을까다. 이는 엄격한 신분제 사회였던 에도(江戶)막부를 타파하기 위해 과거 앙숙이었던 죠슈(長州·현 야마구치현)와 사쓰마(薩摩·현 가고시마현)가 손잡고 '메이지 유신'을 일으켜 현대화를 일궈 낸 것에 비유된다.

자민당 66년 주요 파벌 변천.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자민당 66년 주요 파벌 변천.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고노-이시바는 각각 죠슈와 사쓰마, 그리고 동맹을 중재한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 역할은 고노와 이시바의 중재역을 자처하고 있는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고이즈미 전 총리의 아들) 환경상이 맡고 있다. 일각에선 자신을 퇴진으로 몰고 간 2A에 대해 원한을 지닌 스가 요시히데 총리를 사카모토 료마에 비유하기도 한다.

'차기 총재로 적합한 정치인'을 묻는 교도통신(4~5일 실시) 여론조사 결과는 고노(31.9%), 이시바(26.6%), 기시다(18.8%)의 순이었다. 고노에 크게 뒤지지 않는 2위임에도 이시바가 불출마로 기운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17명의 이시바파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나 일부 의원이 고노 지지를 선언했기 때문. 둘째, 이미 네차례나 자민당 총재에서 낙선한 상황에서 "이번마저 떨어지면 더 이상 총리가 될 가능성이 사라진다"는 자체 판단에서다. 이시바의 강점이던 지방·당원 표마저 고노에 뒤처지고 있는 상황에선 "일단 고노 손을 들고 정국 운영의 중심으로 뛰어든 다음 차기를 노리자"는 현실적 결단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아베 신조 전 총리(오른쪽)와 아소 다로 부총리. [로이터]

아베 신조 전 총리(오른쪽)와 아소 다로 부총리. [로이터]

이시바는 아소 정권, 아베 2기 정권에서 같은 당이면서도 적극적으로 내부 비판을 서슴지 않았던 인물. 그래서 대중적 인기는 높았지만, 자민당 내부, 특히 본류인 2A에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오타쿠' '헨진(変人·괴짜)'으로도 불렸다.

이시바의 지지를 얻어 낸 고노도 이시바 못지않은 '헨진'으로 불린다. 나이가 들면서 다소 나아지긴 했지만, 예측불허의 언행은 고노에게 늘 따라다녔다. 파벌 내부에서도 "그는 별채에 사시는 분"이라는 조롱이 나왔다. 저돌적인 스타일로 "원맨쇼에만 능하다"는 비판이 있지만, "침체된 일본에 활기를 불어넣으려면 지금은 고노 같은 특이한 인물이 필요하다"는 옹호론도 상당하다.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정치인이기도 하다.

고노-이시바의 '삿초동맹'을 어떻게든 막아내야 하는 2A의 입장은 곤혹스럽다.

일 언론들은 "아베는 일단 다카이치를 밀지만 단독 과반수 없이 고노-기시다의 결선투표로 갈 것으로 보고 최종적으론 기시다를 지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카이치 지지를 밝힌 것은 기시다 전 외상이 언론에 나와 '아베 스캔들'에 대한 철저한 추궁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답을 한 데 대한 일시적 분노와 견제 때문이지, 결국은 고노 당선을 저지하기 위해 기시다와 타협점을 찾으려 할 것이란 분석이다. 고노 개혁상이 자신의 파벌 소속임에도 지지를 꺼리는 아소 부총리 또한 결국 아베와 함께 기시다 지원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베 신조 전 총리와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

아베 신조 전 총리와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

결국 이번 선거는 소장파가 주도하는 고노-이시바의 '삿초동맹' 대 아베-아소로 상징되는 기득권 중진들의 '에도막부 지키기'의 싸움이 될 전망이다.

교도통신 고토 겐지(後藤謙次) 전 편집국장은 TV아사히에 "파벌 단위의 총재선거에서 국회의원 개개인의 판단에 의한 총재선거로 이행하는, 자민당이 확 변하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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