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도 못하는 건물인데…속아서 62억원 주고 산 SH공사

중앙일보

입력 2021.09.07 11:50

업데이트 2021.09.07 13:36

유치권이 걸려 정상적인 인도가 불가능한 건물을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 속여 팔아 62억원을 가로챈 시공사 대표와 시행사 관계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 강남구 SH공사 본부. 뉴스1

서울 강남구 SH공사 본부. 뉴스1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부장 유진승)는 시공사인 A산업개발 대표 이모 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지난 6일 구속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시행사인 B자산운용 대표 최모 씨와 이사 김모 씨는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2018년 11월~2019년 2월 서울 금천구 가산동과 서대문구 남가좌동에서 공공임대주택 사업을 추진하던 SH공사에 유치권이 걸린 건물들을 팔았다. 유치권은 다른 사람의 물건 등을 점유하고 있는 사람이 관련 채권에 대한 변제를 받을 때까지 유치할 수 있는 민법상 권리다.

하도급업자들의 유치권 행사로 정상적 인도가 불가능한 건물들이었지만, 이 씨 등은 건물 유치권 표식을 몰래 제거하는 식으로 SH공사 직원을 속여 해당 부동산들을 약 62억원에 매매했다. 3개 건물, 총 38세대 규모다.

당초 이 수사는 SH공사 직원들의 배임 혐의에 초점이 맞춰졌다. 감사원은 올해 1월 SH공사 담당 직원들이 유치권 등을 이유로 매매대금 지급을 거절해야 하는데도, 이를 어기고 시공사 측에 대금을 지급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보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후 검찰은 지난 4~7월 SH공사 등 6개 장소를 압수수색 하고 시공사 및 하도급업체와 자산운용사 측 관계자를 조사했다. 검찰은 수사 결과 SH 직원들이 이씨 등에게 속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지난달 5일 이씨와 김씨를 입건했다. 이씨의 경우 검찰의 출석요구에 불응하고 잠적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뒤 구속했다.

검찰은 “이 사건으로 서울 가산동과 남가좌동 일대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원래 일정보다 2년 이상 지연됐다”며 “향후에도 부동산 시장 교란 사범에 대해 엄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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