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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야 땅땅 소리 잘 나" 1개당 50만원짜리 의사봉 주문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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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옥천군청 전경. [사진 옥천군]

충북 옥천군청 전경. [사진 옥천군]

충북 옥천군의회가 군의장이 사용하는 의사봉을 기성품보다 3~4배 비싼 고가로 교체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7일 옥천군의회에 따르면 오는 8일 개회할 제291회 임시회에 상정된 군의회 추가경정 예산안에 의사봉 구매 예산 150만원이 포함됐다. 군의회 사무과는 “10년 이상 사용한 의사봉이 낡아 교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고, 의사봉 3개에 150만원을 편성했다.

2개는 의장과 상임위원장용이고 나머지 1개는 예비용으로 개당 예산은 50만원이다. 시중에 파는 기성품의 개당 가격이 10만~20만원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다소 비싼 금액이다. 충북도의회의 경우 지난해 7월 건설소방위원회 회의실에 놓인 의사봉 손잡이가 부러지면서 11만2000원을 주고 새것으로 교체했다. 옥천군의회 사무과가 요청한 예산으로는 이 의사봉 13개를 살 수 있다.

다만 청주시의회의 경우 2014년 7월 제1대 통합 시의회 출범 당시 의장용으로 39만6000원짜리 의사봉을 주문 제작한 적이 있다. 옥천군의회 관계자는 “청주시의회가 주문 제작한 업체에 견적을 받아 1개당 50만원의 예산을 짰다”며 “의사봉 제작에는 38만원이 들고, 받침대와 깔개 등 부수품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반영해 총금액을 산정했다”고 말했다.

의사봉 교체 의견은 지난 6월께 군의회 의장단 사이에서 나왔다고 한다. 군의회 관계자는 “현재 사용하는 의사봉은 제대로 안 맞으면 소리가 잘 안 나고, 무게감 없이 북 치는 소리가 난다고 불편함을 호소했다”며 “의장이 회의를 주재하면서 의사봉을 받침대 중간에 때리려다가 정면을 응시하지 못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해 교체를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문 제작한 의사봉은 받침대 어디를 때려도 소리가 잘 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군의회 내부에서도 값비싼 의사봉 주문제작 의도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원한 한 군의원은 “민의를 대변하는 군의회에서 의장이 불편해한다는 이유로 의사봉을 비싼 것으로 교체하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주민 정모(65)씨도 “회의가 자주 있는 것도 아닌 만큼 굳이 비싼 돈을 들여 의사봉을 살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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