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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맞담배' 이병철 아웃…개인교사 박정천 '톱5' 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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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 벗고 당 넘버 5에 진입한 박정천 전 총참모장. [연합뉴스]

군복 벗고 당 넘버 5에 진입한 박정천 전 총참모장.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6월 정치국 위원에서 해임하고, 계급을 원수에서 차수로 강등했던 박정천 군 총정치국장을 정치국 상무위원 겸 비서에 임명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7일 전했다. 정치국 상무위원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롯해 최용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조용원 조직비서, 김덕훈 내각 총리 등 5인으로 구성된 노동당의 최고권력기구다.

북한은 지난 6월 이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상무위원에서 해임한 뒤 2개월여 만에 상무위원을 추가했다. 북한이 군 서열 1~2위를 다투는 군 총정치국장 출신을 이병철 부위원장 대신 임명한 셈이다. 단, 새로 상무위원에 오른 박정천이 이병철이 맡았던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직책까지 맡았는지, 또 그가 비서를 맡은 분야가 어디인지와 관련해 북한은 공개하지 않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월 27일 '조국해방전쟁 참전열사묘'를 참배할 당시 그를 수행한 박정천 신임 정치국 상무위원(김 위원장 오른쪽)[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월 27일 '조국해방전쟁 참전열사묘'를 참배할 당시 그를 수행한 박정천 신임 정치국 상무위원(김 위원장 오른쪽)[뉴스1]

최근 실각한 이병철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붉은 원)이 지난 2일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정치국 확대회의가 열린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고개를 살짝 숙인 채 걷고 있다. 정치국 상무위원이었던 리 부위원장은 지난 6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 관련 '중대사건'으로 문책을 당해 상무위원에서 해임됐으며, 이날 주석단에 앉지 못하고 방청석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최근 실각한 이병철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붉은 원)이 지난 2일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정치국 확대회의가 열린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고개를 살짝 숙인 채 걷고 있다. 정치국 상무위원이었던 리 부위원장은 지난 6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 관련 '중대사건'으로 문책을 당해 상무위원에서 해임됐으며, 이날 주석단에 앉지 못하고 방청석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눈길을 끄는건 지난 6월 방역 실패의 책임을 지고 함께 고개를 숙였던 이병철과 달리 박정천이 부활했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은 중국과 교역에 대비해 의주비행장에 방역설비를 지시했고, 군이 맡아서 진행한 공사가 미진하자 지난 6월 두 사람을 질책했다. 당시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 두 사람은 고개를 숙인 채 선거권이 있는 다른 정치국 위원들과 달리 손을 들지 않는 등 권력에서 멀어지는 듯 했다.

지난 6월 29일 열린 노동당 제8기 제2차 정치국 확대회의 당시 이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주석단 앞줄 원)과 박정천 군 총참모장(주석단 뒷줄 원)이 고개를 숙인 채 거수 의결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박 총참모장은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부활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29일 열린 노동당 제8기 제2차 정치국 확대회의 당시 이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주석단 앞줄 원)과 박정천 군 총참모장(주석단 뒷줄 원)이 고개를 숙인 채 거수 의결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박 총참모장은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부활했다. [연합뉴스]

그런데 3개월 만에 북한 미사일 개발의 핵심역할을 하며 김 위원장과 맞담배를 피는 장면을 연출하고 총애를 받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던 이병철은 군수공업부장 마저 내어줬다. 반면 박정천은 승승장구의 길에 접어 들었다.

북한이 박정천을 상무위원에 임명한 배경은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군부의 몫인 이병철을 대신한 것으로 정부 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박정천은 포병 사령관 출신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후계자 시절 군사 무기와 전략 등의 분야에서 가정교사 역할을 한 것으로 안다”며 “김 위원장 집권이후 대표적으로 뜬 별”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박정천이 군복을 벗고 당료로 변신하긴 했지만 명실상부 김정은 시대의 최고 핵심 권력 안으로 진입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과 개인적인 친분이 부활에 작용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2012년 별 하나(소장)를 달고 있었던 그는 그해 8월 별 둘(중장), 6개월 뒤인 2013년 4월 별 셋(상장), 2019년과 2020년 각각 대장(별 넷)과 군 차수(왕별)를 거쳐 군 원수에 올랐다. 물론 2015년 소장으로, 또 지난 6월 차수로 강등되는 부침을 겪기는 했지만 항상 김 위원장 곁에 머물면서 ‘문고리 권력’으로 평가받았다.

북한이 야전군 작전 책임자(합참의장 격)인 총참모장에 정찰총국장 출신을 앉힌 것도 관심거리다. 북한은 임광일을 총참모장에 임명했다고 밝혔는데, 그는 군 총참모부 제1부총참모장 겸 작전총국장(2016년), 정찰총국 제1부총국장(2017년)을 거쳐 2019년부터 정찰총국장을 맡았다. 정찰총국은 2010년 3월 발생한 천안함 폭침사건에 관여한 부대로 북한군의 정보 수집 및 특수작전 부대다.

그런만큼 지난 10년 미사일 개발에 전력을 기울였던 북한군의 전략이 바뀔지도 관심거리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전략군을 별도로 분리하는 등 미사일 중심의 군대로 개편했다”며 “재래식 무기 경쟁에서 한국에 뒤지는 북한이 정찰총국장을 총참모장에 임명함으로써 빨치산식 특수작전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편, 북한은 노동당 군수공업부장에 유진 부부장을 승진시켰고, 경찰청장에 해당하는 사회안전상에는 장정남 전 인민무력부장을 임명하고 이들을 모두 정치국 후보위원에 보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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