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뭐라해도 못 듣는척…위험한 신호입니다 [괜찮아, 부모상담소]

중앙일보

입력 2021.09.07 06:00

중앙일보가 ‘괜찮아, 부모상담소’를 엽니다. 밥 안 먹는 아이, 밤에 잠 안 자는 아이, 학교 가기 싫다고 떼쓰는 아이…. 수많은 고민을 안고 사는 대한민국 부모들을 위해 ‘육아의 신’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가 통쾌한 부모 상담을 해드립니다.

“맴매 가져온다!” 안 통해요 

10살 된 아들과 7살 딸, 그리고 2살 딸아이를 둔 ‘세 아이 전업맘’이에요. 큰 아이는 큰 소리를 내기도 전에 눈치껏 말을 잘 알아들어요. 막내는 아직 어리니 훈육은 시도하지 못하고 있고요. 문제는 우리 둘째입니다. 평소엔 손이 정말 안 가는, 혼자 잘 크는 아이인데요. 훈육하려고 하면 고집을 부려요.
“연필 예쁘게 잡자”고 해도 안 들어요. 본인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만 되면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아요. 맴매를 가져온다고 해도 고집을 피웁니다. 기가 센 둘째, 어떻게 훈육하면 좋을까요.

신의진 교수의 조언

글씨 예쁘기 쓰기, 연필 바르게 잡기처럼 일상적인 일에 고집을 피우는 둘째 때문에 걱정이 많으시군요. 근데 어머님이 걱정하시는 부분과 제가 염려되는 부분이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어머님께서는 왜 아이가 ‘연필 예쁘게 잡기’ 같은 것이 쉬운데 왜 아이가 안 하냐고 생각하시는데요. 일부 아이들의 경우에는 어려워하는 아이들도 많아요. 그러니까, 다른 발달은 빠른데 미세 운동 발달이 좀 늦은 경우들이 있어요. 다른 것은 잘하는데, 유독 글씨를 똑바로 쓰는 것을 못 하고, 연필 제대로 잡기를 못 하는 경우가 있다는 말씀이에요. 이런 아이들이 의외로 흔하거든요.

샌드위치 아이 마음, 헤아려 볼까요? 

둘째 아이는 전형적인 샌드위치 상황이에요. 첫째는 눈치껏 잘하고요, 막내는 아직 아기니까 어머님이 다 해주셔야 하겠지요. 곳곳에 어머니께서 힘겨워하시는 부분이 보여요. ‘큰 애는 예민하니 내가 맞춰야 하고, 막내는 어리니 또 내가 맞추는데 너라도 좀 편하게 가자’는 의식적인 소망이 배어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아이들은 그걸 기가 막히게 알아요. 그걸 아는 아이들은 ‘엄마 손이 안 가게 해야 한다, 조용하게 잘해야 한다’ 이런 마음으로 행동하거든요. 그러다 보면 아무래도 아이니까, 연필 잡는 것부터 시작해서 엄마가 볼 때는 쉽게 할 수 있는 것도 아이가 혼자서 하기 좀 어려운 순간이 있었을 거예요.

마지막 한 방울, 참다가 안 될 때 뒤집혀요

우리가 마지막 한 방울이라고 하는데요. 평소에 참고 참다가, 한순간 안 될 때 그냥 아이가 안 해버리는 거에요. 아이 기준에선 서러웠던 마음이 터지고, 일부러 엄마 말을 안 들어서 어머니 속을 뒤집는 일을 할 수 있거든요. 그러면 엄마는 더 화가 나서 어찌할 줄 몰라 하고, 이게 조금 반복되는 것일 수 있어요. 아이는 최선을 다해서 하다가 마지막에 반항이 생기는 것이거든요. 이걸 ‘수동 공격적 반항’이라고 해요.

수동 공격성은 예컨대 아이가 모르는 체하고 회피하면서 어른 속을 뒤집는 것 있잖아요. 그런 것인데요. 그러니 어머님께서는 ‘쉬운 아이고, 잘 컸던 아이다’라는 마음을 조금 바꾸시고, ‘이 아이도 큰 아이 못지않게 나름대로 어렵다. 엄마 사랑을 얻기 위해서 침묵하면서 혼자서 노력하는 아이다’라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동생도 태어나서 어찌할 줄 모르는 상황이 지속하다 보니까 이런 행동이 나타났다고 생각해 보세요.

아빠 도움이 필요해요 

저는 사실 어머님이 이해됩니다. 그냥 가서 아이 봐 드리고 싶을 정도로요. 이렇게 힘드신데, 왜 주변에 도움을 안청하셨을까요. 이럴 땐 아빠의 역할이 필요해요. 저는 이런 경우는 “아빠 없이는 진료를 못 해 드린다”고 엄포를 놓기도 해요. 가장 효과가 큰 것이 엄마의 재충전이거든요. 예컨대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아빠가 아이를 다 봐주는 거죠. 어머님은 머리도 하고 산책도 하고요. 평소에 육아에 찌든 삶에서 벗어나 재충전이 필요해요. 온 집안의 가용 자원을 다 동원해 어려운 시기에 도움을 받아넘기셔야 해요.

아이가 기분 조절을 할 수 있게 해주세요

아이 고집이 세다고 할 문제가 아니에요. 아이 스스로 기분 조절이 안 되기 때문에 그런 것이거든요. 기분 조절을 못 하면 융통성이 없어집니다. 아이를 바꾸기보다는 환경을 바꾸면서, 엄마가 웃는 엄마로 바뀌면 어떨까요. 아이가 고집을 부릴 때, ‘어, 이 아이가 뭐가 어려울까? 이 고집 뒤에는 뭐가 숨어있을까?’ 이런 마음으로 보면 어느 순간 아이가 풀어질 겁니다.

“맴매 가져온다”가 안 통하는 건 달리 봐야 해요. 갑자기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불안을 느낄 때는 어떤 아이들은 차단을 해버려요. 어른보다 아이들은 좀 더 자주 그래요. 그래서 멍해지고, 생각을 딱 끊어버려요. 이건 어떻게 보면 울고불고하는 것보다 더한 발 나간 것이에요. 너무 힘드니까, 그냥 모른 척을 해버리는 겁니다. 혹시 집에서 아이들이 엄마가 뭐라고 하는 데도 못 들은 척하는 아이들이 있으면 부모님들께서는 성격이다, 하시지 마세요. 조금 위험한 사인 중 하나니까 아이의 마음을 더 헤아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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