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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생크 탈출’ 연상… 무기수 6명, 극보안 감옥서 숟가락으로 탈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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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수감자 탈옥 이후 길보아 교도소 담장 밖에서 발견된 땅굴. 사진 SNS 캡처

팔레스타인 수감자 탈옥 이후 길보아 교도소 담장 밖에서 발견된 땅굴. 사진 SNS 캡처

철통 경비를 자랑하는 이스라엘 북부 소재 감옥에서 팔레스타인 인 수감자 6명이 탈옥해 이스라엘군이 대대적인 수색에 나섰다. 이들은 영화 ‘쇼생크 탈출’을 연상시키듯 땅굴을 파서 감옥을 벗어났다. 현지에서는 역사상 최악의 교도소 탈옥 사건 중 하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6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 북부 갈릴리호 인근 벳샨에 있는 길보아 교도소에서 팔레스타인 수감자 6명이 자취를 감췄다.

이들은 이날 새벽 4시 인원 점검 때 보이지 않았다. 교정 당국은 이들이 그보다 몇 시간 전에 미리 파놓은 땅굴을 통해 탈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보안 수준이 높은 이 형무소에서 탈옥 사건이 일어난 것은 매우 드문 일로 군은 도로에 장애물을 세우는 한편 감옥의 남은 400명 수형자들을 만약에 대비해 딴 곳으로 이감했다.

이스라엘의 육군 라디오 방송은 탈옥수들이 이스라엘 내에서 보안시설이 가장 엄중한 길보아형무소에서 땅속 굴을 통해 탈옥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외부인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탈옥 방법은 한 편의 영화 같았다. 교정 당국에 따르면 이들은 감방 배수 시스템을 통해 땅굴을 뚫었다. 수감자들이 포스터 뒤에 숟가락을 숨겨 놓고 교도관의 눈을 피해 틈틈이 땅굴을 팠다.

탈옥한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이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되는 땅굴. 사진 SNS 캡처

탈옥한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이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되는 땅굴. 사진 SNS 캡처

실제로 이날 교도소에서 담장 밖 도로로 통하는 땅굴도 발견됐다. 사람 한 명이 겨우 빠져나갈 정도 크기의 이 땅굴은 탈옥범들이 수개월에 걸쳐 파놓은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의 나프탈리베네트 총리는 국내 모든 보안 부서가 최대의 노력을 쏟아야 할 ‘중대 사건’이라고 말했다.

교정 당국의 한 관계자는 일간 하레츠에 “이번 사건은 안보와 정보상의 중대한 실패”라고 말했다.

감옥은 이스라엘 북동부에 펼쳐지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경계에서 4㎞ 정도 떨어져 있다. 탈옥한 수감자들은 서안지구의 제닌으로 간 정황이 있다.

수감자 단체인 팔레스타인 수감자 클럽은 탈옥수들의 신원을 공개했다. 26세에서 49세에 걸쳐 있는 이들 탈출자 중 46세의 자카리아주베이디는 2019년부터 복역한 수감자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20년 전 대 이스라엘 2차 봉기 때부터 파타운동 조직의 하나를 이끈 저항 지도자이다. 4명은 종신형을 받았다고 클럽은 말하고 있다.

이스라엘 언론은 탈옥 터널의 마지막 구간으로 여겨지는 곳 사진을 게재했다.

팔레스타인 저항 조직들은 이들의 탈옥 행위를 칭송했다. “휼륭한 영웅의 행위로 이스라엘 안보망에 심대한 충격을 주고 군 등 이스라엘 전 시스템에 심한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조직 이슬람믹 지하드의 대변인은 강조했다.

가자 지구를 다스리는 팔레스타인 무장 조직 하마스도 대변인을 통해 이들의 탈옥을 칭찬했다. 탈옥수 중 한 명이 적극 관여한파타운동의 파타당은 하마스와 대립하는 팔레스타인 정치 세력이다.

당국은 탈옥범들이 국경을 넘어 도주할 것으로 보고 군과 경찰은 물론 헬기와 드론까지 투입해 대대적인 추적 작업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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