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25세 대학생 대표, “예술인 소득 견인할 것”
6일 서울 관악구 낙성대동의 낙성벤처밸리 3층. 대학생인 이성환(25) 대표가 설립한 회사 '먹스킹'의 사무공간이 나타났다. 먹스킹 직원들은 이곳에서 카페, 펍 등 지역 상점의 유휴공간을 무대로 바꾸는 사업을 기획한다. 길거리에서 버스킹하는 음악가들이 연주할 공간을 만들고, 다양한 컨셉의 공연도 기획한다. 강아지를 데리고 공연장에 갈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반려견과 함께하는 '콘서트 볼개', 혼자 공연을 보는 사람들만을 위한 '1인용 공연', 새로운 만남을 꿈꾸는 20대 솔로들을 위한 공연 ‘썸스킹’ 등 그간 선보인 콘텐트도 다양하다.
아직 규모는 작지만 창업 후 2년간 정부의 다양한 창업지원 사업 등에서 성과를 냈다. 2019년 중소벤처기업부 예비창업패키지 소셜벤처 기업에 선정된데 이어 지난해에는 예술경영지원센터의 문화예술 사회적기업 초기 사업기반 구축사업에 선정됐다. 현재까지 확보한 집행자산은 4억원에 달한다. 이 대표는 “겨울에 홍대 길거리를 지나다 강추위에도 노래를 부르는 뮤지션들을 보고 ‘꼭 비싼 공연장이 아니라도 식당, 카페 등 일상 공간에서 콘서트를 열 수 있으면 영세 예술인과 소비자 모두에게 이득이겠다’고 생각했다”며 “직업 예술인의 90%는 연평균 소득이 700만원이 안 될 정도로 상황이 열악한데 이를 개선하고 싶다”고 말했다.
창업가 모이는 관악…3년간 지식재산권만 179개
'고시촌' 인상이 강했던 관악구로 창업가들이 모이고 있다. 이 지역을 '제2의 판교'로 만들자는 데 지자체와 대학 간의 공감대가 이뤄진 덕이다. 관악구와 서울대, 서울시는 신림동, 낙성대동 일대에 11개소의 창업공간을 만들어 지원한다. 7월 기준 이곳에 입주한 스타트업은 76개, 직원 수는 485명 수준이다. 이곳이 ‘관악 S 밸리’라고 불리는 이유다.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판교처럼 아직 개화(開花)한 건 아니지만 2030 대표들이 이끄는 스타트업들의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게 투자자들의 시선이다. 관악S밸리가 본격 가동한 2019년부터 현재까지 3년간, 투자유치액은 누적 145억원. 총 179개의 지식재산권을 출원했다.
맨유 코치의 훈련 노하우, 앱으로 만나세요
낙성벤처밸리엔 ‘스포츠 교육 업계의 넷플릭스’를 꿈꾸는 업체 오렌지풋볼네트워크(OFN)도 입주해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QPR, 스포르팅 리스본 등 유럽 명문구단 코치들의 훈련, 전술, 선수생활 전반에 대한 노하우 등을 영상으로 제공하는 사업을 한다. 이성문(37) OFN 매니징 디렉터는 “고교 시절까지 직접 엘리트 선수로 뛰며 축구 교육을 받았지만, 마음을 다스리는 법, 트레이닝 지식 등 온갖 고민을 선배나 코치에게만 의존해야 하는 게 현실이었다”며 “오히려 그만두고 나오니 선수들에게 어떤 게 필요한지 보였고, 스포츠 선진국인 유럽·미주 등 전문가들의 지식을 최대한 유소년 선수들이 공유했으면 했다”고 설명했다.
OFN은 지난해 10월 맨유 1군 코치 찰리 오웬을 섭외, 영국 현지에서 햄스트링 부상 방지법 등 집에서도 할 수 있는 훈련 프로그램을 론칭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정식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베타 서비스를 운영 중이지만, 올해에만 3억6000만원의 투자실적을 올렸다. 중국의 거대 스포츠 콘텐츠 유통사(MCN) 중 하나인 ‘이메이마이망(艺美麦芒)’과도 판매계약을 맺었다. 이 디렉터는 “선수들의 트레이닝 프로그램은 다년간 지속하고, 연계성이 있어야 한다”며 “적어도 1, 2년 따라 할 수 있는 콘텐트를 만들어 장기적으론 유료 구독을 론칭하는 게 수익모델”이라고 설명했다.
“10시간 생방송 재밌는 부분, AI가 찾아줄게”
유튜브, 아프리카TV, 트위치 등 방송인들이 반길만한 서비스도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 편집 과정에서 재밌는 부분(편집점)을 자동으로 찾아주는 'AI 편집점 추천 서비스'가 출시를 앞두고 있어서다. 또 다른 창업지원 공간인 신림동 ‘캠퍼스타운 창업 히어로(HERE-R0) 3’에 입주한 추성훈(25) 잘라 대표는 “영상 편집 시장은 지금도 가파르게 성장하는데 원본영상을 검토하고 편집해 유튜브에 올리는 등 과정은 여전히 속칭 노가다”라며 “특히 요즘 게임 생방송 등은 대본 없이 8시간, 10시간 계속되며 편집 과정이 더 극한직업이 됐다”고 프로그램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추 대표는 “베타 서비스를 출시하기 전 실제 유튜브 편집본과 저희 편집점 추천 프로그램 적용본을 비교했더니 90% 이상 일치했다”며 “특히 AI 알고리즘은 언어장벽이 낮기 때문에 이 툴은 글로벌 확장성이 크다. 한국시장을 테스트베드로 다국화해 제품 출시 3년차엔 매출 100억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어도비 프리미어, 애플 파이널 컷 등 기존 편집 프로그램에 하나의 플러그인(기능)으로 연동하는 등 사업 모델도 유연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확장하는 관악S밸리…‘서남권 창업허브’도
이 같은 성과는 서울시와 관악구, 서울대의 투자가 밑바탕이 됐다. 낙성벤처창업센터의 임대료는 6인실 기준 1년에 약 130만원 수준. 캠퍼스타운 창업 히어로는 창업공간이 무료다. 이외에 시장조사지원·멘토링·창업육성 프로그램 등도 지원한다. 관악구는 지자체 외에도 민간 투자자금을 이 지역으로 유치하기 위해 부국증권, 퀀텁벤처스코리아, KT, KB금융지주, 서울대 등과 함께 낙성벤처밸리 창업투자 활성화 협약을 체결했다.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올해 12월 이 일대를 벤처기업육성 촉진지구로 지정해 세제혜택을 부여함으로써 민간기업이 자발적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현재 관악S밸리를 확장하는 의미의 서남권 창업허브시설 조성 관련 용역도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박 구청장은 “전국 지자체 최초로 조성한 '창업지원펀드'를 이용해 향후 구 출자금의 200% 이상은 관악구 내 7년 미만 중소기업에 의무적으로 투자하도록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