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전 안철수도 땅치고 후회…경쟁력 조사 질문에 숨은 비밀

중앙일보

입력 2021.09.07 05:00

업데이트 2021.09.07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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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① “선생님께서는 다음 인물 중 누가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로 적합하다고 생각하십니까?”
② “만약 대통령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 후보와 다음의 인물들이 맞붙는다면 누구에게 투표하겠습니까?”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공정경선 서약식 및 선관위원장 경선 후보자 간담회에서 발언을 마친 뒤 정홍원 선거관리위원장 등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홍준표, 유승민, 하태경, 안상수 후보는 '역선택 방지조항 제외'를 주장하며 이날 행사에 불참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공정경선 서약식 및 선관위원장 경선 후보자 간담회에서 발언을 마친 뒤 정홍원 선거관리위원장 등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홍준표, 유승민, 하태경, 안상수 후보는 '역선택 방지조항 제외'를 주장하며 이날 행사에 불참했다. [연합뉴스]

두 질문은 여론조사 때 흔히 사용되는 방식이다. 흔히 ①은 적합도 조사, ②는 경쟁력 조사로 불린다. 적합도 조사가 여러 사람 중에 누군가를 고르는 형태라면 경쟁력 조사는 특정 후보끼리의 상대적 지지율을 측정하는 형태다. 그래서 특히 특정 후보의 '본선 경쟁력'을 측정할 때는 ①보다는 ②가 더 유용하다는 주장이 정치권엔 많다.

그럼에도 그동안 실제 대선 경선 여론조사 때 경쟁력 조사가 반영된 경우는 없었다. 여러 후보 중에 고르는 방식이 그동안 가장 친숙한 여론조사 형태였던 까닭이다. 그러나 이른바 ‘역선택 방지’ 조항 문구를 넣는 문제로 고민에 빠졌던 국민의힘 대선 경선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정홍원)가 지난 5일 심야 회의를 통해 최종 후보 선출 때 경쟁력 조사를 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후보 간 극한 대립 일단 잠재운 절충안

민주당 등 다른 정당 지지층을 배제할 수 있게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자는 측(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과 넣지 말자는 측(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 8명)은 이날 선관위 회의 직전까지 극한 대립을 했다. 하지만 선관위가 7시간 반에 걸친 장시간의 회의 끝에 역선택 방지 조항을 여론조사 문항에 넣지 않는 대신 1차 경선(9월 15일) 때 책임당원 여론조사를 20% 반영하고, 3차 경선(11월 5일) 때 본선 경쟁력 조사를 하는 수정안을 내자 각 후보 측은 모두 수용 의사를 밝혔다. 일단 급한 불은 끈 셈이다.

당내에선 이처럼 각 후보 진영이 선관위 결정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본선 경쟁력을 묻는 방식이 모든 후보가 동의할 만한 묘안이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선관위원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결국 경선의 최종 관문은 본선에서 민주당 최종 후보와 붙어서 이길 수 있느냐인데, 그런 측면에서 어느 후보도 ‘경쟁력’ 문구를 대놓고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비공개 면담을 마친 뒤 나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1.9.6 임현동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비공개 면담을 마친 뒤 나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1.9.6 임현동 기자

역선택은 막아질까…“사실상 역선택 방지” vs “역선택 유인은 그대로”

그렇다면 각 후보 간 득실은 어떨까. 일단 당내에선 “역선택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 후보 측에 실리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상 양자 대결이나 경쟁력을 묻는 방식으로 여론조사 문항이 구성될 경우 의도적인 역선택 가능성도 줄어들 것이란 이유다. 한 선관위원은 “단순히 ‘민주당 지지 여부’를 물었을 때는 민주당 지지자가 아니라고 거짓말을 하고 (국민의힘 후보 선출에 개입)할 수 있지만, ‘민주당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 중에 누굴 뽑겠느냐’고 물어봤을 때 민주당 지지자가 일부러 국민의힘 후보를 고르기는 어렵다”며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지 않은 듯하지만 사실 더 확실하게 역선택 방지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 사이에선 다른 의견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여론조사 업체 관계자는 “역선택 논란을 겪으면서 많은 국민들이 역선택이 뭔지 학습을 한 상태”라며 “민주당 대선 후보가 확정된 뒤 국민의힘 최종 경선이 치러지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적합도 조사를 하든 경쟁력 조사를 하든 경선에 개입할 유인이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 국민의힘 대선 경선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6일 강원 강릉시 정동진 모래시계공원을 둘러본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홍준표 캠프 제공) 2021.9.6/뉴스1

(서울=뉴스1) = 국민의힘 대선 경선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6일 강원 강릉시 정동진 모래시계공원을 둘러본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홍준표 캠프 제공) 2021.9.6/뉴스1

안철수도 요구했던 경쟁력 조사…“새로운 뇌관될 것”

상당수 전문가는 국민의힘 선관위의 결정을 두고 “갈등의 지연”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선관위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을 통해 경쟁력 조사를 할 지에 대해선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에서 질문 방식은 답변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본선 경쟁력을 측정한다고 하더라도 “○○○와 ○○○ 중 누가 당선되면 좋겠느냐”, “누가 대통령으로 적합하느냐”, 누구에게 투표할 것이냐”, “누가 당선될 것으로 보느냐”처럼 질문 방식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역대 대선에서 실제 경쟁력 조사를 통해 후보를 정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른바 정해진 ‘모범 사례’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여론조사 문구를 정할 때 후보 간 갈등이 또 다시 점화될 가능성이 있다.

정치권에선 대표적인 갈등 사례로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 간 단일화 협상을 떠올리고 있다. 당시 민주당의 조직력을 기반으로 한 문 후보는 단일화 여론조사 문항으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경쟁할 야권 단일 후보로 누가 적합하다고 보십니까’라고 묻는 방식을 선호했다. 반면 인지도가 높고 중도층의 지지를 받았던 안 후보는 ‘누가 경쟁력이 있다고 보십니까’라고 묻는 여론조사를 하자고 주장했다. 조사 문구를 놓고 대치하던 양측은 결국 협상판 자체를 깨는 결과에 이르렀고, 안 후보는 결국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2012년 11월 21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대선후보 단일화를 위한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열린 토론을 벌이기 전 악수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

2012년 11월 21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대선후보 단일화를 위한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열린 토론을 벌이기 전 악수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

결국 당시 대선은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꺾고 당선되는 걸로 마무리가 됐지만 정치권에선 “당시 경쟁력 문항으로 단일화 조사를 했다면 안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가 됐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 후보가 당시 중도층으로의 확장력이 더 있다고 평가받고 있었기 때문에 ‘경쟁력’을 물었다면 승리했을 가능성이 더 컸을 것이란 이유다.

실제 선거 때 경쟁력 조사가 아예 쓰이지 않았던 건 아니다.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도 ‘경쟁력’ 문항을 주장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적합도’를 주장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간 신경전이 펼쳐졌다. 당시 양측은 경쟁력과 적합도를 각각 물어본 뒤 합산하면 절충안을 마련했고, 결과는 오 후보의 승리였다. 하지만 당시 단일화 협상이 타결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있었다.

두 사례를 통해 볼 때 전문가들은 ▶중도 확장성 ▶인지도가 ‘경쟁력’을 묻는 여론조사의 승패를 가를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장성호 건국대 미래지식교육원장은 “경쟁력을 묻게 되면 누가 인지도가 높은지, 여당 후보와 비교해 중도층 표심을 흡수할 수 있는지에 따라 결과가 갈릴 것”이라며 “윤 전 총장 측이 역선택 방지를 강하게 주장하면서 상대적으로 중도 외연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준 반면 홍 의원 등의 지지율이 오르는 추세인 만큼 누가 유리하다고만 볼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여론조사업체 폴리컴 박동원 대표도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들을 보면 가상 양자대결에선 윤 전 총장이 앞서는 반면, 보수 후보 적합도 조사에선 홍준표·유승민 후보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윤석열 전 총장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실제 경쟁력 조사를 하게 되는 11월 초에는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쉽게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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