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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니가 사는 그 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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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박해리 기자 중앙일보 기자
박해리 정치국제기획팀 기자

박해리 정치국제기획팀 기자

A씨는 성남 분당구 수내동의 전용 164.25㎡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단지 바로 앞에는 백화점과 연결된 지하철역이 있다. 초등학교를 품은 ‘초품아’ 단지이며 분당중앙공원이 인접한 자연 친화적 환경이다. 단지 내 같은 면적 매물은 지난해 12월 21억원에 거래됐다.

B씨는 서울 심장부 광화문 인근의 전용 174.55㎡ 아파트에 산다. 도보 4분 거리에 경복궁·광화문역이 있는 더블역세권이다. 시내 한복판이지만 700m 거리 내 초·중학교도 있다. 방 4개, 욕실 2개에 널찍한 드레스룸이 장점이다. 최근 실거래가는 18억9000만원이다.

C씨가 사는 곳은 서울 마포구 상수동 전용 152.30㎡ 아파트다. 나홀로 아파트지만 이곳은 밤섬·서강대교·여의도가 전면에 펼쳐진 ‘한강뷰 맛집’이다. 개그맨 박수홍이 예능프로그램에서 소개한 자신의 한강뷰 집이 이곳이다. 6호선 광흥창·상수역과 각각 도보 8분 거리다. 최근 실거래가 18억5000만원.

이 집의 실소유주는 바로 여당 대선 주자들이다. A는 이재명 경기도지사(현재 공관 거주 중), B는 이낙연 민주당 의원, C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 모두 임대주택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우지만, 임대주택에 살고 있는 사람은 없다. 대선 주자들이 20억원 안팎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사실이 비난받을 일은 전혀 아니다. 하지만 자신들 만큼이나 국민도 이런 좋은 조건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는 걸 이해 못 한다는 점이 의아할 뿐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LH가 공급한 공공 임대주택 7만2349가구 중 1만2029가구가 올해 5월까지 임차인을 구하지 못했다. 여섯 집 중 한 집이 공실이다. 전셋값이 오르고 물량도 없어 난리지만 ‘살고 싶지 않은’ 임대주택은 그 수요를 전혀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당 주자들은 평생 거주할 수 있는 임대아파트 공급을 오히려 더 늘리겠다는 말만 반복 중이다.

“니가 사는 그 집, 그 집이 내 집이었어야 해~” 가수 박진영의 노래 가사다. 원곡의 의미는 사뭇 다른 맥락이지만 여당 주자를 바라보는 무주택자들의 심정을 대변한다는 느낌이 든다. 좁고 관리도 잘되지 않는 임대주택 대신 넓고 좋은 환경의 집에 살고 싶다는 당연한 욕망. 이 욕망을 무시한 주택공약이 얼마나 실효성 있을지는 불 보듯 뻔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