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설

윤석열 ‘고발 사주’ 논란, 정쟁보다 규명이 먼저

중앙일보

입력 2021.09.07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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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한 긴급 현안 질의를 위한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박 장관은 "핵심 당사자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 손준성 검사 중 한 명은 거짓말을 한다. 수사 전환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한 긴급 현안 질의를 위한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박 장관은 "핵심 당사자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 손준성 검사 중 한 명은 거짓말을 한다. 수사 전환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고발장 작성 주체와 윤 전 총장 관련 쟁점

연루 당사자와 여야, 신속히 진상 밝혀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직 때 검찰이 야당에 여권 인사의 고발을 사주했다는 ‘고발 사주 의혹’의 파장이 연일 커지고 있다. 지난 2일 첫 보도에 이어 6일 핵심 물증으로 보이는 고발장 내용이 공개되면서 진실 공방도 격화되고 있다.

문제의 고발장은 두 건이다. 윤 전 총장의 측근인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을 통해 지난해 총선 직전인 4월 3일과 8일 두 차례에 걸쳐 미래통합당 김웅(현 국민의힘 의원) 후보에게 전달됐고 윤 전 총장이 개입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3일 고발장은 검언 유착과 김건희씨 주가 조작 혐의가 담긴 20쪽짜리, 8일 고발장은 최강욱 선거법 위반 혐의가 적힌 5쪽짜리라고 한다. 김 의원은 고발장을 미래통합당 당직자 추정 인물에게 보냈는데 이 과정에서 “(텔레그램 내용을) 확인하시면 방 폭파”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여권은 이를 청부 고발의 증거 중 하나라고 주장한다.

고발장에는 “‘검언 유착’ 의혹 제보자X(지모씨)와 황희석·최강욱·유시민 등 범여권 인사들이 친정부 기자들과 합심해 총선에 영향을 미치는 등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적혀 있다. 내용만으로 보면 잘못된 게 없다. 이 사건으로 구속기소됐던 채널A 이동재 전 기자는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고 석방된 반면, 제보자X는 수사를 받고 있고 최·유씨는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절차가 논란이 될 수 있다. 아무리 정당한 고발이라도 법적 절차를 어겼다면 도리어 그 자체가 사법적 단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이 대표적 사례 아닌가.

김 의원이나 손 검사 모두 의혹을 부인한다. 김 의원은 중앙일보에 “최강욱 고발장은 내가 직접 초안을 잡았고, 윤 전 총장과는 무관하다”며 “또 검언 유착 고발장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손 검사는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반면에 더불어민주당은 “총선을 앞둔 시기에 검찰 권력을 사유화해 선거에 개입하고 조직을 보호하려고 했던 정치공작 사건”이라며 총공세에 들어갔다. 여당은 특히 고발장에 윤 전 총장과 부인 김건희씨의 명예훼손 피해 사실이 적시돼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윤 총장의 지시 또는 승인하에 이뤄진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은 “국민이 (정치공작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맞받아쳤다.

대검의 감찰이 진행 중이라 진실이 무엇인지를 속단하기는 이르다. 고발장 작성 주체와 윤 전 총장의 인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양측 공방이 길어질수록 유권자들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특히 막판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나 특검 등을 통한 진상 규명으로 갈 경우 대선판을 뒤흔들어 놓을 수도 있다. 당사자들이 선제적으로 신속한 사실 규명을 적극 촉구해야 한다. 여당도 정쟁의 진흙탕으로 몰고가기보다는 신속한 진상 규명에 무게중심을 두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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