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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일산대교 무료화, 이재명 ‘지사 찬스’ 남용 아닌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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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여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오른쪽 둘째)가 지난 3일 일산대교 통행료를 10월부터 무료화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지사 찬스'를 이용한 선심 공약이란 지적이 나온다. [사진 경기도]

여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오른쪽 둘째)가 지난 3일 일산대교 통행료를 10월부터 무료화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지사 찬스'를 이용한 선심 공약이란 지적이 나온다. [사진 경기도]

2000억으로 일산대교 운영권 회수 결정

국민연금공단, 손실 예상되는데도 침묵

국민연금공단이 지분 100%를 보유한 일산대교 운영권을 경기도와 고양·파주·김포시가 막대한 세금을 투입해 회수하고 10월부터 통행료를 무료화할 예정이어서 선심 정책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측은 주민의 교통 기본권을 앞세우지만, 유력 대선주자가 지사직을 선거에 이용하는 이른바 ‘지사 찬스’를 쓴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지사가 지난 3일 “도민의 교통 기본권 회복과 통행료 무료화를 위해 일산대교에 공익처분을 결정했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공익처분은 공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지자체가 보상금을 지급하고 민간 사업자의 운영권을 회수하는 조치를 말한다. 고양시 법곳동과 김포시 걸포동을 잇는 길이 1.84㎞인 일산대교는 민간자본 등 1784억원이 투입돼 2008년 5월 개통했다. 2038년까지 운영권을 보유한 일산대교㈜가 2009년 국민연금공단에 지분을 모두 넘겼다.

그런데 한강 위에 건설된 교량 중에 유일하게 일산대교만 통행료를 받다 보니 이 다리를 출퇴근길에 이용하는 고양·파주·김포 일대 경기도민들은 그동안 무료화를 촉구해 왔다. 일산대교 통행료는 소형차 기준 1200원인데, ㎞당 652원이어서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189원)보다 약 3배 비싸다.

경기도 측은 2000억원으로 추산하는 보상금의 50%를 경기도가, 나머지를 3개 시가 분담할 계획이다. 문제는 경기도와 3개 시가 공익처분을 내세워 일산대교 운영권을 회수하면서 막대한 세금을 쓴다는 점이다. 공익처분을 강행하면 사실상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민연금공단에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더 문제다. 보상금 2000억원은 국민연금공단의 투자금과 2038년까지의 기대수익(약 7000억원)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공단이 공적 자산을 지키려는 의지가 있다면 이처럼 큰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민사소송 제기 등 강하게 반발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하지만 국민연금공단 측은 침묵하고 있다. 공단의 책임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2차관으로 발탁된 뒤 지난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경기 이천 지역구에 출마했던 김용진 이사장이다. 여당 유력 대선주자의 눈치를 살피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방만한 재정 운용에다 선심성 공약이 남발되면서 올해 나랏빚은 10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우려되고, 주요 공기업 50곳의 부채도 5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국민연금 등 4대 연금도 밑 빠진 독처럼 적자가 쌓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자체는 예산을 펑펑 쓰고, 공기업은 손해를 알고도 침묵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가 아닐 수 없다. 유권자들은 사탕발림 같은 무료화 조치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