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가장 짜릿한 건 역시 한일전”

중앙일보

입력 2021.09.0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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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일본과의 예선전 승리를 만끽하는 김연경(가운데). 그는 이 장면을 가장 짜릿한 순간으로 꼽았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일본과의 예선전 승리를 만끽하는 김연경(가운데). 그는 이 장면을 가장 짜릿한 순간으로 꼽았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도쿄올림픽을 끝으로 여자배구대표팀을 떠난 김연경(33·중국 상하이)에게 가장 짜릿한 기억은 역시 한일전 승리였다. 중국리그 개막까지 휴식을 취하고 있는 김연경은 6일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를 통해 근황을 알렸다.

올림픽에서 여자배구대표팀은 강한 투지와 단결력을 보였다. 그 모습이 4강 진출이라는 성적 이상으로 팬들에게 뜨거운 감동을 줬다. 김연경은 “올림픽이 끝난 뒤 ‘고생하셨어요’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감사함을 많이 느낀다. 귀국하니 올림픽을 치른 게 실감이 났다”고 했다.

대표팀 주장이었던 김연경은 코트 안팎에서 선수들을 다독였다. 특히 “해보자, 후회 없이”라는 말을 반복하며 선수들을 독려한 게 화제였다. 김연경은 “후회하는 경기들이 많다. 끝나고 나서 ‘후회 없이 했구나’란 생각을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김연경은 2005년 한일전산여고 3학년 때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로부터 16년 만에 대표팀 은퇴를 결정했다. 그는 “항상 은퇴 시기를 고민했다. 올림픽 같은 큰 대회를 치르고 은퇴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부상도 많이 생기고, 1년 내내 쉬지 않고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정이 버거웠다. 내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가지 못 하는 것이 이상하지만, 제 나이가 어린 건 아니다”라고 했다.

스테파노 라바리니(이탈리아) 대표팀 감독도 그의 은퇴를 아쉬워했다. 김연경은 “감독님께서 일주일에 한 번씩 ‘(은퇴하는 게) 확실하냐’고 물었다. 사실 선수들 마음이 자주 바뀐다. 그래서 물어보신 것 같다. 많이 아쉬워하셨다”고 전했다.

2019년 부임한 라바리니 감독과 김연경은 서로를 의지했다. 김연경은 “감독님이 ‘너는 좋은 선수이고, 좋은 사람’이라고 해준 말이 감동적이었다. ‘대표팀을 위해 희생한 부분이 대단하다’고 칭찬해줬다”고 떠올렸다.

대표팀은 도쿄올림픽에서 네 번의 승리를 거뒀다. 특히 조별리그 도미니카공화국전, 일본전, 그리고 8강 터키전에선 객관적 열세를 딛고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했다. 김연경은 “역시 한일전이 가장 짜릿했다. 마지막 세트 12-14에서 역전승을 거둬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좋았다”고 했다.

마지막 경기, 마지막 순간에 빈 코트를 바라보는 김연경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그는 “어떻게 사진이 찍혔는지 신기하다. 올림픽을 치르면서 ‘마지막이겠구나’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감회가 새롭다. 지금도 닭살이 돋는다”고 했다. ‘국가대표 김연경’을 더는 볼 수 없지만, ‘배구선수 김연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연경은 “은퇴한다니까 배구를 그만두는 거로 아시는 분들도 있다. 국가대표만 그만두는 거다. 선수 생활은 계속된다”고 했다.

김연경이 은퇴한 대표팀은 새롭게 출발한다. 김연경은 “외국인 감독이 오면서 (대표팀 운영의) 체계가 잡혔다. 과거에는 감독님과 스태프가 자주 바뀌었다. 선수도 자주 바뀌어 대회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 올림픽이 목표라면 4년 계획을 짜서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유소년 선수들 훈련을 국가대표 지도자가 맡으면 효과적일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연경은 ‘자신의 후계자를 꼽아달라’는 질문엔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한국 배구를 이끌어갈 선수들이 있다. 모든 선수가 책임감을 갖고 준비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2016년 리우올림픽 이후 ‘식빵 언니’란 별명을 얻은 김연경은 “식빵 모델이 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최근 그는 제과업체 모델이 됐다. 그는 “드디어 (광고를) 찍게 됐다. 촬영이 힘들었지만, 곧 나온다”며 웃었다.

다음 시즌 중국리그에서 뛰는 김연경은 “국내 팀이나 유럽 리그 계약도 생각했으나 중국 리그는 두 달만 치러지는 점을 고려했다. 지금은 피로한 상태라 (중국이) 좋은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중국 리그를 마친 뒤 유럽 리그로 갈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도쿄올림픽 최우수선수 조던 라슨(미국)으로부터 ‘지난해 출범한 미국 리그에서 뛸 생각이 없느냐’는 연락이 왔다. 결정한 건 없지만 (여러)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고 했다.

과거 김연경은 선수 은퇴 후 지도자가 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지금은 어떨까. 그는 “선수들을 육성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선수들이 잘 뛰도록 돕는 행정가의 꿈도 생겼다”며 “방송인 김연경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새로운 경험을 통해 얻는 것들이 있다. 내 미래가 나도 궁금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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