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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은 내 적이 아니다” 몸매 틀을 깬 발레리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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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콜린 워너. [인스타그램 캡처]

콜린 워너. [인스타그램 캡처]

중력을 거슬러 천상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발레 무용수에게 과체중은 적으로 통한다. 이런 상식을 깨부순 이가 있으니, ‘플러스 사이즈 발레리나’인 콜린 워너(24)다. 통통함을 죄악시하는 현 발레계에서 워너는 이단아에 가깝다.

21세기는 다양성의 시대. 다르다고 틀린 것은 아니다. 발레 무용수의 신체적 다양성을 테마로 고군분투하는 워너를 세계 무용 전문지 댄스매거진이 지난 3일(현지시간) 집중 조명했다. 포앵트슈즈(일명 ‘토슈즈’) 유명 브랜드인 ‘게이놀 민든’도 그를 올해 브랜드 홍보대사격인 ‘게이놀 걸’로 지목했다. 플러스 사이즈, 즉 과체중 발레 무용수 중에선 최초다.

워너가 처음부터 과체중이었던 건 아니다. 그가 발레를 처음 접한 건 세 살 때였다. 아름다운 발레리나가 되리란 꿈을 꿨지만 현실은 우아하지 못했다. 10대는 악몽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깡말라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거식증을 겪다 19세에 섭식장애 진단을 받았다.

그는 댄스매거진에 “8살 때부터 내 몸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10살 때 다이어트를 시작했다”며 “춤은 불안과 우울을 떨칠 수 있는 훌륭한 도구이기도 하지만, 획일화된 신체 기준 때문에 반대로 해로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 2017년, 상담을 받으면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게 됐다. 그해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내 몸을 긍정적으로,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로 했다”며 관련 해시태그를 붙이며 ‘신체 다양성’ 캠페인을 펼치기 시작했고, 호응을 얻었다. 그는 “신체 사이즈는 커졌지만 지금 나는 더 행복하다”라며 “내 몸은 내 적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그는 그렇게 ‘신체 다양성’ 전도사가 됐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0만을 돌파하기도 했다.

대가는 치러야 했다. 설 수 있는 무대가 줄었다. 그는 대신 대학에 진학해 심리학을 전공했고 무용수 전문 상담사 자격도 갖췄다. 그래도 무대엔 계속 선다. 그는 미국 뉴잉글랜드 발레단의 무용수인 브라이언 심스가 창단한 블랙쉽 발레단 소속 무용수다. 발레 무용수로서 전통적인 의미의 ‘백조의 호수’ 등 전막 공연과 남자 무용수가 들어올리는 리프트 동작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러나 워너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게재한 토슈즈 동작을 보면 손색이 없다.

그는 “전문 발레리나가 되지 못한다면 내 인생은 실패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며 “하지만 내가 틀렸다”고 말했다. “나는 춤을 사랑하지만, 춤이 나의 전부는 아니에요. 세상에서 말하는 기준에 나를 맞추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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