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은 지난 4일 사립대학에 다니는 여성들은 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가리는 니캅을 쓰도록 했다. “여성들이 히잡을 착용하는 것도 허용될 것”이라는 지난달 수하일 샤힌 대변인의 공언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2. 지난달 초 인도 남부 마두라이시에서 임신 2개월이었던 열아홉 신부 판디에스와리는 등유를 끼얹고 불을 붙였다. 남편과 신부 지참금 문제로 갈등을 빚어오던 와중이었다. 인도에서는 2019년 한해 지참금 분쟁으로 7115명의 여성이 살해되거나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3. 파키스탄 패션모델 나야브 나딤(29)은 지난달 의붓오빠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모델 일을 해 가문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였다. 파키스탄에서 명예살인으로 참수·화형·총살당하는 여성은 연간 약 1000명으로 추정된다.
여성에게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행해지는 ‘여성을 향한 폭력’을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는 ‘남성에 대한 여성의 종속적 위치와 성 역할을 영속시키는 사회·정치·경제적 수단’으로 규정한다. CEDAW는 이 중 지참금 범죄, 명예살인, 아동 강제결혼(조혼), 여성 성기절제 등을 “지구 상에서 사라져야 할 악습 중의 악습”으로 꼽는다.
인도는 1961년 지참금 금지법을 도입했지만 근절되지 않고 있다. 올 6월 세계은행은 “인도에서 여아는 곧 경제적 부담으로 여겨져 남아 선호사상을 강화하고 여아 낙태를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파키스탄·인도·예멘 등에서 보고되는 명예살인은 여성의 정절과 복종을 남성의 명예와 동일시하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한해 전 세계에서 5000명에서 많게는 2만 명이 죽임을 당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 국내 연구에 따르면 남편의 식사를 늦게 차렸거나 “꿈속에서 아내가 남편을 때렸다”는 이유로 살해당하기도 했다.
파키스탄에서 명예살인은 심각한 사회 문제다. 명예살인은 최고 사형에 처하고, 대법원은 최근 “명예살인에 더는 ‘명예’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말라”는 판결도 했다. 임병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박사는 “부정행위를 한 남녀에 대한 ‘샤리아(이슬람의 율법)’ 규정을 일부 남성들이 극단적으로 해석해 여성 폭력과 살인을 정당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니세프가 올 2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서부 아프리카에서 여아의 강제결혼 결혼 비율은 39%였다. 15세 미만도 13%나 됐다. 짐바브웨에서는 지난달 동부 마랑주에서 열 네살 소녀가 아이를 낳다 사망하면서 만 18세 미만 아동 결혼을 금지하라는 여론이 고조됐다.
‘135.6년.’ 올해 세계경제포럼(WEF)의 성(性)격차지수(GGI)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성별 격차를 완전히 없애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WEF 조사 대상 156개국의 의회 의석 3만 5500석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26.1%. 각국 3400여 명의 행정부 장관 가운데 여성은 22.6%에 불과했다. 이대로라면 정치 영역에서 양성평등을 달성하는 시점은 145.5년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등 선진국의 양성평등 논의는 여성의 동등한 참여를 보장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노르웨이는 2016년부터 양성 징병제를 시행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지난해 유엔개발계획(UNDP)의 여성발전지수(GDI) 순위에서 189개국 중 1위다.
노르웨이는 여성 징집 도입에 앞서 사회 전반에서 양성평등을 달성하기 위한 조치를 도입해왔다. 2003년에는 모든 공기업 이사회의 40%를 여성으로 채워야 한다는 할당제를 도입했다. 지난해 기준 노르웨이 의회 의석의 절반 가까이(44%)가 여성 의원이다.
아이슬란드는 여성의 정치적 권한이 가장 많은 국가다. 지난 50년 간 여성 수반의 재임 기간(23.5년)이 다른 국가에 비해 길었다. WEF는 “미국·스웨덴·스페인 등 81개국은 지난 50년 간 여성 지도자를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높이기 위해 임금 격차를 줄이고, 남성 육아 휴직 등 복지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38개 회원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12.53%로 집계됐다. 한국(31.48%)의 임금 격차가 가장 큰 반면 룩셈부르크는 여성 임금이 더 높은 것(-3.13%)으로 조사됐다.
국제노동기구(ILO)가 2017년 발간한 ‘세계 사회적 보호 보고서’에 따르면 육아 휴직 규정을 둔 나라는 1995년 40개국에서 2015년 94개국으로 크게 늘었다.
BBC는 영국은 부모가 최대 50주의 육아 휴직을 쓸 수 있는 제도를 2015년 도입했지만 2018년 기준 90만 명의 영국 부모 가운데 약 9200명만 이 제도를 이용했다고 지난 7월 보도했다. 반면 스웨덴에서는 자녀를 둔 남성의 90%는 육아 휴직을 신청했고, 총 기간의 96%를 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 엑서터대 클라 모겐로스는 “육아 휴직을 쓰는 남성은 직장 내에서 큰 반발에 직면하며 업무 몰입도가 떨어지는 사람으로 취급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