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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비슷한데 나만 못 받아”…가구원 전체 소득 따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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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소득 하위 88%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씩 제공되는 국민지원금 신청이 시작된 6일 서울 시내 한 마트에 안내 문구가 걸려있다. [뉴스1]

소득 하위 88%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씩 제공되는 국민지원금 신청이 시작된 6일 서울 시내 한 마트에 안내 문구가 걸려있다. [뉴스1]

재난지원금 지원 대상자인 직장인 강모(27)씨는 “부모님과 세대 분리가 돼 대상자가 된 것 같은데 솔직히 나는 25만원이 당장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며 “받으면 ‘꿀’이지만 그렇게 기쁘지는 않다”고 했다. 대상자로 선정되지 않은 직장인 박모(35)씨는 “집도 없고 차도 없는데 내가 상위 12%라니 기준이 좀 헷갈린다. 억울하다고 하면 88% 쪽에서는 분명 ‘부자인 거 자랑하냐’고 할 것 같아 맘 편히 말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소득 하위 88%에게 1인당 25만원을 주는 5차 재난지원금(국민지원금) 지급이 본격 시작하면서 지급 대상에서 탈락한 가구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내 옆자리 강남 사는 외벌이는 받고 맞벌이 전세 사는 나는 못 받았다” “아내랑 둘이 합쳐서 실수령 월 600도 안 되는데 왜 내가 상위 12%냐” 등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비슷한 연봉이라도 누구는 받고 누구는 못 받는 사례가 나오고 있어서다. 이런 차이는 연봉뿐 아니라 가구원 전체 소득과 재산을 모두 고려하는 까다로운 지급 기준 때문에 발생한다.

만약 아직도 탈락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한다면 다음 5가지의 ‘체크포인트’를 확인해 보자. 그래도 납득이 되지 않으면, 오는 11월 12일까지 국민신문고 홈페이지나 읍·면·동 주민센터에 방문해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다. 지원금 대상 여부는 6일부터 카드사·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국민지원금 선정 기준표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기획재정부]

국민지원금 선정 기준표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기획재정부]

1 연봉 같아도 다 받을 순 없어 

재난지원금은 소득에 따라 지급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구체적 기준은 가장 최근 소득 수준을 반영한 6월 건강보험료 본인부담금의 가구별 합산액으로 한다. 건강보험료는 연봉뿐 아니라 연봉 외 소득(이자·배당·사업·기타)도 일부 반영돼 나온다. 이 때문에 같은 연봉이라도 다른 수입이 더 있다면 지원금을 못 받을 수 있다.

건강보험료 지역가입자는 소득은 물론 토지·건물·선박·자동차 등도 보험료 산정에 기준이 된다. 따라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지 정확히 확인하고 싶다면, 6월 건보료를 확인해야 한다. 정부 발표 따르면 직장 가입자 건보료 기준 ▶1인 가구 17만원 ▶2인 가구 20만원 ▶3인 가구 25만원 ▶4인 가구 31만원 ▶5인 가구 39만원 이하면 받을 수 있다.

2 따로 살아도 피부양자 확인해야 

혼자 살고 있더라도 소득이 없다면 부모 지급 기준을 따라야 할 수도 있다. 피부양자인 배우자와 자식은 주소가 달라도 한 가구로 보기 때문이다.

학업 때문에 집에서 나와 혼자 사는 대학원생 장모(29)씨도 이와 같은 사례다. 그는 1인 가구 지급 기준에 충분히 들어 지원금을 받을 수 있을지 알았다. 하지만 학생이라 소득이 없어 주소가 다른 부모와 함께 3인 가구로 묶였다. 부모 소득과 재산이 3인 가구 기준(직장가입자 월 건보료 25만원)을 넘으면서 지급 대상에서 빠졌다. 반대로 소득이 있는 자녀가 경제적으로 부양하는 부모는 주소가 다르면 다른 가구로 본다.

3 최근에 이사 인정 안 될 수도 

가구 구성을 따질 때는 시기도 중요하다. 직장인 차모(31)씨는 최근까지 직장인 동생과 둘이 경기도 수원에 함께 살았다. 그러다 지난달 차씨가 인근 아파트로 혼자 이사하면서 세대가 분리됐다. 그는 연 소득이 1인 가구 지급 기준인 5800만원보다 적지만, ‘지급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답을 받았다.

지원금 선정 가구원 수는 6월 30일 주민등록세대를 기준으로 하는데, 차씨가 이사한 시점은 이보다 뒤였기 때문이다. 직장가입자 건보료를 기준으로 1인 가구는 월 17만원 이하지만, 2인 맞벌이는 합산 건보료 월 25만원 이하가 지급 대상에 해당한다.

국민지원금 범정부 태스크포스(TF) 관계자는 “일단은 6월 말 주민등록세대와 건보료를 기준으로 하는 게 원칙이라 이의신청을 해도 바뀌지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4 의외의 복병 재산 기준 

건강보험료 기준을 충족해도 고액 자산을 보유했다면 지원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재산세 과세표준액 합계액이 9억원, 종합소득 신고분 금융소득 합계액이 2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다. 시세 대비 공시가가 약 70%라고 한다면, 재산세 과세표준이 9억원을 초과하려면 실제 매매가로는 약 21억원이 넘어야 한다. 만약 서울 아파트를 ‘갭투자(부동산 투자를 위해 임대 보증금을 끼고 한 매매)’한 자녀가 부모 집에 함께 살 경우, 가구 합산으로 재산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지원금 지급에서 빠지는 연간 금융소득 2000만원은 연 1.5% 예금 기준으로 약 13억4000만원에 해당한다.

5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는 역차별? 

지역가입자인 자영업자의 6월 건보료는 2019년 신고한 종합소득세를 기준으로 책정돼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줄어든 매출과 이로 인한 소득 감소가 건보료에 반영돼 있지 않을 수 있다. 이런 경우 이의 신청을 하면 지난해 종합소득세를 기준으로 건보료를 다시 산정해 준다. 지난 5월에 신고한 종합소득세가 바탕이 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 소득이 기준 요건에 해당한다면 이의신청을 적극 수용할 방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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