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물 부국인데 1인당 GDP 115만원…阿 기니의 세번째 쿠데타

중앙일보

입력 2021.09.06 18:30

기니의 쿠데타를 주도한 마마디 둠부야가 국영TV에 등장해 대통령 신병을 확보하고 정부를 해산한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기니의 쿠데타를 주도한 마마디 둠부야가 국영TV에 등장해 대통령 신병을 확보하고 정부를 해산한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서아프리카 국가 기니에서 군사 쿠데타가 발생해 현직 대통령이 억류됐다. 쿠데타를 주도한 기니의 특수부대 사령관 마마디 둠부야는 대통령 신병을 확보한 직후 국영 TV에 등장해 "국가를 구하는 것이 군인의 의무"라며 "정치 사유화는 끝났다"고 선포했다.

쿠데타 세력 "대통령 신병 확보, 정부 해산"

AP와 로이터, CNN·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오전 기니의 수도 코나크리의 대통령궁 인근에서 대규모 총격전이 발생했다. 잠시 뒤 둠부야 사령관이 국영 TV에 등장해 "알파 콩데(83)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했다"며 정부 해산과 군부에 의한 과도정부 구성 방침을 밝혔다. 이어 "우리는 더 이상 한 사람에게 정치를 맡기지 않는다. 국민에게 정치를 맡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가 조치가 내려질 때까지 육로와 항공 국경을 폐쇄하고 오후 8시부터 전국 통금령을 발령했다.

서아프리카 기니서 쿠데타 발생.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서아프리카 기니서 쿠데타 발생.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외신과 국제사회는 일제히 "군사 독재를 벗어나는 듯했던 기니가 또다시 군부의 손아귀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우려를 표했다. 미 국무부는 5일 성명을 통해 "(군부가) 헌법 이외의 조치와 폭력으로 기니의 평화·안정·번영에 대한 전망을 소멸시키고 있다"면서 "기니의 국가 통합과 국민의 미래를 위해 미국과 국제사회는 (과도정부에 대한) 원조를 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니는 해외 원조가 국가 재정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트위터에 "기니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무력에 의한 정부 장악을 강력히 규탄한다. 콩데 대통령을 즉각 석방하라"고 밝혔다.

콩데는 1958년 기니가 프랑스로부터 완전 독립한 이후 세번째 대통령이자 2010년 선출된 기니의 첫 민선 대통령이다. 2015년 재선에도 성공했다. 기니 헌법은 대통령 연임을 재선까지만 허용했는데 콩데 대통령은 지난해 3월 헌법을 뜯어고쳐 3선 연임을 강행한 뒤 국민의 신임을 잃었다. 대선 직후 그의 연임에 반대하는 항의 시위가 전국 곳곳에서 벌어졌고 정부는 시위대 진압에 군을 동원됐다. 당시 강경 진압으로 시위대와 경찰이 최소 30명 목숨을 잃었고 인터넷과 전화까지 끊겼다.

쿠데타를 일으킨 기니 군인을 반기고 있는 코나크리의 시민들. 연합뉴스

쿠데타를 일으킨 기니 군인을 반기고 있는 코나크리의 시민들. 연합뉴스

기니 독립후 63년…대통령 3명, 쿠데타 3번

기니의 군사 쿠데타는 이번이 세번째다. 기니의 역사는 프랑스 식민지배에서 벗어난 뒤 63년간 줄곧 장기 독재와 군부 쿠데타로 얼룩졌다. 1대 대통령 아베르 세크 투레(1922~84)는 1958년 취임해 1984년 심장 수술로 사망할 때까지 무려 25년간 종신 집권하며 공산독재를 이어갔다. 2대 대통령 란사나 콩테(1934~2008)는 투레 대통령 사망 직후 쿠테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아 병사할 때까지 24년간 통치했다. 2007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자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186명이 사망했다. 콩테 사망 이후 또다시 무사 다디스 카마라 육군 대위가 군부 쿠데타를 일으켰다. 그 역시 대통령에 취임하려 했지만 측근의 총격에 부상을 입은 뒤 해외로 망명했다. 세번째 대통령인 알파 콩데는 집권 10년 만에 세번째 쿠데타로 권력을 잃게 됐다.

쿠데타와 장기독재로 점철된 기니.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쿠데타와 장기독재로 점철된 기니.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기니의 불행은 흔히 '자원의 저주'로 불린다. 기니는 막대한 양의 광물자원이 매장된 자원 부국에 인구 수는 1350만명에 불과한데도,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1000달러(약 115만원)에 그친다. 국민 50% 이상이 빈곤선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으며 20%는 극빈 상태다. 영국 경제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에 따르면 기니에는 알루미늄 원료인 보크사이트가 400억t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양이다. 철광석 매장량은 100억t 이상이다. 이밖에도 우라늄·다이아먼드·금·동·아연·니켈 등 온갖 광물자원의 보고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기니는 지난 5년 동안 광산 수출을 통해 매년 6% 이상 경제가 성장했다"며 "하지만 광대한 광물로 인해 대규모 부패가 끊이지 않았고 국민은 여전히 빈곤 상태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기니의 광물자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기니의 광물자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광대한 광물에 얽힌 대규모 부패…자원의 저주

콩데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불만도 높은 상태다. 광산 개발에 열을 올렸지만 세수만 늘렸을 뿐 국민 생활은 도탄에 빠뜨렸다는 것이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2018년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니 정부는 2015년부터 보크사이트 수출 성장에 힘을 쏟으며 다국적 기업을 적극 유치했다. 광산 개발에 필요한 땅을 주민들에게서 헐값에 사들였고, 채굴 과정에 필요한 시설을 만든다면서 우물을 오염시키고 맹그로브숲을 철길로 갈라놨다. 농사 지을 땅과 마실 물을 뺏긴 주민들은 "기업 투자가 늘고 국가는 부자가 됐지만 우리가 얻은 건 더러운 공기뿐"이라며 콩데 정권에 분노를 표출해왔다.

실제로 이날 기니 국민들은 쿠데타 소식에 환호하며 길거리로 뛰쳐나왔다. 코나크리 시내 곳곳에서 쿠데타를 축하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목격됐다. 코나크리 시민인 압둘라예 오무 소우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오랜 기간 고통받아왔다. 기쁨을 표현하고 싶어 거리로 나왔다"고 밝혔다.

쿠데타를 일으킨 기니 군인의 차량을 따르며 환호성을 올리는 기니 국민들. 연합뉴스

쿠데타를 일으킨 기니 군인의 차량을 따르며 환호성을 올리는 기니 국민들. 연합뉴스

외신은 이번 쿠데타가 최근 1년간 서아프리카에서 발생한 네 번째 쿠데타라는 점에 주목했다. 말리에서는 지난해 8월에 이어 올해 5월 두 차례의 쿠데타가 발생했고, 니제르에서는 지난 3월 쿠데타 기도가 있었으나 저지됐다. 차드에서는 올해 4월 대통령이 반군과 전쟁 도중 부상을 입고 사망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아프리카 프로그램 책임자인 저드 데버몬트는 트위터를 통해 "기니의 군인들이 빨리 권력을 이양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들은 말리와 차드의 쿠데타 세력이 최소한의 국제적 제재만 받으며 계속 통치하는 선례를 참고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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