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반도체 공급난 2023년까지…中 반도체엔 기사회생 기회?

중앙일보

입력 2021.09.06 18:04

지난 2018년 미국 미시간주의 한 포드 공장에서 노동자가 차량 조립을 하고 있다.[AP=연합뉴스]

지난 2018년 미국 미시간주의 한 포드 공장에서 노동자가 차량 조립을 하고 있다.[AP=연합뉴스]

세계 자동차 업계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시작된 차량용 반도체 부품 품귀 현상이 끝날 줄 몰라서다. 델타 변이 확산으로 차량 반도체 공급난이 2023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며 암울함은 더 커지고 있다.

우울한 예측은 완성차 업계에서 나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올라 칼레니우스 다임러AG 및 메르세데스 벤츠 최고경영자(CEO)는 5일(현지시간) 뮌헨 IAA 모터쇼 전야제에서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자동차 산업이 2023년까지 반도체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연구기관 인텔리전스 유닛도 최근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산업이 자동차”라고 지적했다. 인텔리전스 유닛이 175명의 공급망 관리자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51.7%가 자동차 산업의 공급망 혼란이 “매우 심각하다”고 답했다.

올라 칼레니우스 다임러AG 및 메르세데스 벤츠 최고경영자(CEO)는 5일(현지시간) 뮌헨 IAA 모터쇼 전야제에서 신차를 소개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올라 칼레니우스 다임러AG 및 메르세데스 벤츠 최고경영자(CEO)는 5일(현지시간) 뮌헨 IAA 모터쇼 전야제에서 신차를 소개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최근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의 진앙지는 동남아시아다. 동남아에는 독일 인피니언과 네덜란드 NXP, 스위스 ST마이크로 등 주요 차량용 반도체업체의 생산공장이 밀집해 있다. 말레이시아 한 곳에서만 세계 차량용 반도체의 13%를 생산해 왔다.

블룸버그 통신은 “말레이시아 등은 차량용 칩의 테스트 및 패키징 중심지였다”며 “델타 변이 확산으로 인해 공장이 폐쇄됨에 따라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이 악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대만의 TSMC가 수익이 높은 스마트폰 반도체 등에 치중하며 생산 단가를 올린 것도 영향을 끼쳤다.

길어지는 반도체 리드타임.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길어지는 반도체 리드타임.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IT 전문 조사업체 서스퀘나파이낸셜에 따르면 반도체 발주에서 납품까지 걸리는 리드타임은 지난 7월 20.2주로 2017년 이후 가장 길었다. 이중 자동차·가전제품 기능을 제어하는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의 리드타임은 26.5주로 통상 6~9주보다 3~4배 길어졌다.

반도체 공급난은 다양한 파급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당장 제너럴모터스(GM)과 포드, 도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올해 완성차 업체 생산량이 710만대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스퀘나파이낸셜은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자동차 업계는 향후 약 1000억 달러 이상의 판매 손실을 볼 것”이라 추산했다.

반면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은 미국의 제재로 죽어가던 중국 반도체 업계에 기사회생의 기회가 되고 있다. 중국 최대 반도체위탁생산업체(파운드리) SMIC(中芯國際)의 2분기 매출액은 13억4400만 달러로 43.2%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6억8800만 달러로 398.5%나 뛰었다.

중국 반도체 업체 SMIC 로고.[EPA=연합뉴스]

중국 반도체 업체 SMIC 로고.[EPA=연합뉴스]

SMIC의 깜짝 실적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 때문이란 게 시장의 분석이다. 차량용 반도체는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반도체와 달리 최첨단 기술이 필요치 않다. 삼성전자나 TSMC보다 기술력이 떨어지는 SMIC도 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실제로 SMIC는 미국의 무역 제재로 장비 조달이 막힌 7나노미터(㎚) 이하 고품질 반도체 대신 28㎚ 반도체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SMIC는 최근 상하이 린강자유무역실험구에 매달 28㎚급 12인치 웨이퍼 10만 개를 만들 수 있는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8㎚ 반도체는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AP 등에 다양하게 쓰인다”며 “SMIC는 탄탄한 중국 내 수요를 바탕으로 28㎚에서 실적을 쌓아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운드리 시장 진출을 선언한 미국의 인텔도 차량용 반도체를 경쟁력 강화의 발판으로 택했다. 팻 겔싱어 텔 최고 경영자는 지난 4월 “6~9개월 안에 차량용 반도체를 포드와 GM에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완성차 업계는 직접 반도체를 생산해 어려움을 타개하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그룹은 현대차 남양연구소와 계열사인 현대모비스가 주도로 설계한 차세대 실리콘카바이드(SiC) 소재 기반 전력 반도체를 개발해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반도체 부족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도 키우고 있다.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5.4%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였다. 미 CNN은 “신차 공급이 줄면서 중고차 가격이 약 42% 뛴 것이 주원인”이라고 전했다.

AP통신은 “반도체 등 차량 부품 부족이 이어지면서 완성차 업체들은 픽업트럭과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같은 인기 차종을 우선 생산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며 차량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며 “신차뿐만 아니라 중고차와 렌터카 가격도 모두 내년까지는 고가 행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리쇼어링(해외 공장의 국내 회귀) 등 공급망 구조의 변화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라지브 비스와스 IHS 마킷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유럽의 글로벌 기업이) 반도체 생산 등 중요 산업에서 본국 제조 능력을 키우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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