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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건설사가 참여하겠나" 10년뒤 집값 분양 '누구나집'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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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왼쪽)가 지난 6월 1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누구나집 5.0 및 누구나주택보증 시스템 도입방안 세미나'에 참석해 서철모 화성시장과 대화하고 있다. 중앙포토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왼쪽)가 지난 6월 1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누구나집 5.0 및 누구나주택보증 시스템 도입방안 세미나'에 참석해 서철모 화성시장과 대화하고 있다. 중앙포토

정부가 8일부터 ‘누구나 집’ 시범사업의 사업자 공모를 한다. 집값의 10%만 내고 10년간 월세 임차인으로 거주하면 입주 때 미리 정한 집값으로 분양받을 수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인천시장 시절 추진했던 프로젝트이자, 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가 “무주택 서민을 위한 혁신적인 공급 방안”이라며 발표한 공급대책의 일환이다. 지난 6월 여당이 구체적인 사업 모델 없이 도입 발표부터 해서 ‘설익은 정책’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국토부 '누구나 집' 사업자 공모 #연 1.5% 주택상승률만 따져 #분양전환시 분양가 미리 산정 #민간사업자만 오롯이 손실 감당

6일 국토부에 따르면 화성능동, 의왕초평, 인천검단 등 6곳의 공공택지(6075가구)에서 사업자를 모집한다. 당초 여당이 발표했던 1만 가구보다 규모가 줄었다. 정부 측은 “파주운정의 경우 군부대 이전 문제가 있어 대체부지를 찾아야 하고 그 외 지구는 지구단위계획 변경 절차가 있어 확정되면 추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누구나 집’은 기존의 분양전환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과 비슷하지만, 정부가 정한 범위 안에서 10년 뒤 분양가를 미리 확정하는 점이 다르다. 기존 사업은 임차 기간이 끝나고 분양 전환할 때 시세를 따져 분양가를 정하지만, 누구나 집은 입주자 모집 공고할 때 분양가가 확정된다. 국토부는 건설원가 수준의 감정가에 연간 최대 1.5%의 주택가격 상승률을 적용해 분양전환가격을 정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국토부는 “민간 사업자의 의견 수렴 결과 사업참여를 위해 내부수익률 5% 이상 확보가 필요한데 연 1.5% 상승률을 적용하면 가능한 것으로 봤다”고 밝혔다.

누구나집 택지공모 사업지 개요. 자료 국토교통부

누구나집 택지공모 사업지 개요. 자료 국토교통부

분양 무렵 집값이 오를 경우 시세차익을 나누는 방안도 논의됐지만, 사업자는 정해진 분양가대로 공급하고 입주자가 시세차익을 모두 갖는 것으로 정리됐다. “기존 사업에서 민간사업자가 과도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정부·여당의 문제의식에 따라서다.

입주자는 분양가의 최소 10% 보증금에 주변 시세 대비 85~95% 수준인 월세만 내면 10년간 안정적으로 살 수 있다. 만약 집값이 하락해 입주자가 분양을 포기하면 보증금을 전액 돌려받을 수 있다. 대신 민간 사업자는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공공택지 사전청약자가 본 청약 때 청약을 포기하면 정부가 상당수를 사들이겠다고 발표했지만, 누구나 집은 이런 안전장치가 없다. 국토부는 “개발사업의 특성상 집값이 하락하면 투자자의 손실 발생은 불가피하다”고 선을 그었다.

임차인에게 ‘거주 인센티브’까지 주라는 여당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 3년, 10년 임차 기간을 포함해 총 13년 뒤 부동산 경기와 집값 상황을 내다봐야 하고 그동안 이익 실현을 못 하는 구조인 데다가 분양가까지 제한되는데 참여 요인이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민간사업자로서 리스크 관리가 전혀 안 되는 구조”라며 “상황에 따라 주거 소비는 바뀌고 이사도 다녀야 하는데 정부가 자꾸 이런 변수를 무시하고 주택정책을 펼치니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간사업자가 임차인의 거주 기간을 고려해 경제적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방침도 논란이다. 임차인이 임대주택에 거주하면서 주택의 가치를 높이는데 기여하는 만큼 민간 사업자가 관련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것이 여당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민간에서 공모할 때 관련 아이디어를 제안하라고 명시했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우리도 구체적인 방법을 마련할 수 없어서 민간 아이디어를 받겠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주거복지를 하겠다는 정부가 결국 민간 쥐어짜기를 하고 있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만 남아 있는 희망 고문 정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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